지난 1월, ‘신(God)’을 가리키는 일반명사로서 ‘알라(Allah)’란 호칭을 기독교인들도 사용할 수 있게 한 법원 결정 이후 무슬림들의 교회 공격 사태가 빚어졌던 말레이시아에서, 종교 간 충돌을 방지하고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정부 종교 자문위가 구성됐다.

‘말레이시아 불교, 기독교, 힌두교, 시크교, 도교 자문위원회(Malaysian Consultative Council of Buddhism, Christianity, Hinduism, Sikhism and Taoism)’는 인구 가운데 무슬림이 대다수인(60% 이상) 말레이시아에서 이슬람과 소수종교 간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같은 조치는 특히 지난 1월 ‘알라’ 호칭을 둘러싼 이슬람과 기독교 간 충돌을 계기로, 사회 통합을 제1의 국가적 과제로 추구하는 말레이시아 현 정부가 종교 갈등을 사회 분열의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인식하게 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논란이 교회 공격으로까지 비화된 것에 대해 “사회 조화를 위협하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취했던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번 자문위 구성을 주도해 왔으며, 앞으로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소수종교 지도자들로 구성된 자문위를 통해서 나라 안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종교적 이슈들을 다루는 데 필요한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소수종교계는 이같은 소식을 매우 환영할 만한 일로 반기고 있다. 특히 ‘알라’ 호칭 사용을 허가 받았다 12곳에 달하는 교회들이 방화, 습격 등의 피해를 겪은 것 외에도 자주 이슬람과의 충돌을 빚어 왔던 말레이시아 교계는 자문위가 정부에 기독교를 비롯한 소수종교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일부 무슬림들은 “말레이시아에서 이슬람을 다른 소수종교들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뜨릴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측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자문위 회장으로 위촉된 토마스 필립스 목사는 “정부는 마침내 우리의 오랜 요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기독교 인구는 말레이시아에서 9%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