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님,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 무슨 날이라니요?”
“오늘이 3월 16일이라는 건 아시죠?”
“예, 알죠. 오늘이 3월 16일이죠”
“ 장로님, 3월 16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 뭐 많은 일이 일어난 날이지요.”
“그렇죠. 많은 일이 일어난 날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일어난 많은 일들 중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습니까?”
“....... 기억나는 게 별로 없는데요.”

“오늘, 3월 16일은 장로님 담임목사가 안수를 받은 날입니다. 오늘은 제가 목사 안수 받은 지 32년이 되는 날입니다”
“아... 예... 몰랐습니다.”
“아니, 장로님, 장로님이시라면 다른 목사는 몰라도 장로님 담임목사가 안수 받은 날은 기억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목사님이 말씀을 안 해 주셔서 몰랐습니다.”
“말을 안하다니요. 제가 목사 안수 받은 얘기를 그동안 여러 번 한 걸로 저는 기억하는데요.”
“.........”
“장로님... 그냥 하는 소립니다. 사실은 저도 오늘이 제가 목사 안수 받은 날인줄 몰랐습니다. 당사자인 저도 모르는데 장로님께서 어떻게 그걸 기억하시겠어요. 오늘 새벽에 교회에 와서 사무실에 들어가려고 하니까 제 사무실 문에 작은 박스가 하나 걸려 있더라구요. 어떤 교우 분께서 가져다 놓은 건데 박스 안에는 제가 좋아하는 커피 한 봉지와 예쁜 카드가 들어 있는데, 카드에 보니 오늘이 제가 목사 안수를 받은 날이라고 해서 저도 알았습니다. 그러니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위의 내용은 지난 3월 16일 새벽예배시에 말씀을 전하다가 이철호 장로님과 나눈 대화입니다. 그날, 3월 16일이 제가 목사 안수 받은 날이라는 것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교우님께서 알려 주셨는데 그것을 통해 깨달은 것을 나누기 위해 말씀을 증거하다가 애꿎게 장로님을 지목하여 나눈 대화입니다.

그날 교우님이 주신 카드의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목사님.
오늘이 3월 16일이네요. ^ ^
목사님께 늘 감사합니다.
제 생각엔 목사님 안수 안 받으셨음....어디서 ‘형님’이 되시지 않으셨을까요? ^ ^
좋은 하루 되세요. 차 한 잔과...
감사합니다.
꾸벅“

그날 그 카드를 보는 순간 아... 오늘이 내가 목사 안수 받은 날이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들면서 잊혀졌던 32년 전의 일을 기억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우리 교인 중에 나도 잊고 지낸 내 목사 안수 받은 날을 기억해 주는 분이 계시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감사와 감동이 스며들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날 새벽예배 말씀의 본문은 이사야 35:1-10이었는데, 하나님께서 이사야에게 당신의 백성들에게 회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광야와 메마른 땅에 물이 솟고, 사막에 시내가 흐를 것이며, 약한 손을 강하게 하고, 떨리는 무릎을 굳게 하며, 겁내는 자를 굳세게, 두려워하는 자에게 두려워 말라고 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소경의 눈이 밝을 것이며, 귀머거리의 귀가 열릴 것이며, 저는 자는 뛸 것이고, 벙어리는 노래하리라고 전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이사야에게 광야를 개간해서 옥토를 만들고, 약한 사람을 강하게 해주고, 몸이 불편한 이들을 치료해 주라고 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그렇게 하시겠다는 약속을 전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날 교우님이 주신 카드를 읽으면서, ‘아 오늘이 하나님께서 나를 목사로 부르신 날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예배 전에 잠시 다시 주어진 말씀을 묵상하는데, 하나님께서 이사야에게 그가 맡은 소명을 일깨워주시는 말씀이 저를 목사로 부르시고 맡기신 사명에 대한 말씀으로 다가왔습니다.

“너 뭐하면서 사니?”
“내가 하라고 하는 거 하면서 사는 거냐?”
“네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있는 건 아니냐?”
“내가 너를 목사로 세웠는데 목사가 해야 할 것을 하고 있냐?”
“내가 전하라고 하는 말을 전하고 있는거야?”

목사 안수 받은 지 32년째 되는 날 새벽,
32년이란 시간이 지나서 그날이 자기가 목사로 안수를 받은 날인 줄도 모르는 어리석은 목사를 일깨워 주신 교우님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또한 자기가 목사로 세움을 받은 날도 기억하지 못하는 목사에게 당신이 세우신 목적이 무엇인지를 말씀을 통해 일깨워 주신 하나님의 종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은총인지.. 다시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