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는 지난 2월 28일 사순절 두번째 주일을 삼일절 91주년 기념주일로 지켰다. 요즘은 시카고 지역의 대다수 한인교회들이 삼일절 기념예배를 드리지 않는 추세지만 제일교회는 반드시 삼일절을 지켜야 할 몇가지 이유를 가진 교회다.

먼저는 1923년 일제 강점기에 조국을 위해 온몸을 불사른 독립투사들이 세운 교회가 제일교회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국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며 그 기도의 성취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었다. 일제가 가장 경계하며 탄압한 존재가 기독교인만큼 조국의 독립은 곧 기독교 신앙의 자유와 부흥으로 이어질 것을 예견한 존재도 기독교 독립운동가들이었다. 87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지만 이 정신은 제일교회의 뿌리를 이루면서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김활란, 서울여대 창립자 고황경, 서울대 총장 윤일선, 국회부의장 황성수, 정치운동가 조병옥, 농림부 장관 이훈, 음악인 홍난파, 윤심덕, 현제명 등이 이 교회에서 배출됐다.

▲만세삼창을 인도하는 김용택 권사(좌)와 김광태 목사(우)
삼일운동은 일종의 정치운동이었기에 교회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김광태 담임목사의 의견은 좀 다르다. 김 목사는 “삼일운동은 기독교인들의 조국 사랑과 자유와 인권을 향한 열망에서 비롯된 기독교적 운동이었다”면서 “삼일절은 선조들의 신앙을 통해 현재 우리의 삶을 돌아 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된다”고 밝혔다. 삼일운동에서 낭독된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16명이 기독교인이었으며 12명이 목회자, 1명이 장로였다. 따라서 독립선언서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은 기독교가 가르치는 인권과 평화와 일맥상통한다.

또 김 목사는 “기독교에는 국경이 없지만 기독교인에게는 국경이 있다”는 말로 민족과 기독교 신앙을 관계지었다. 그는 “자신이 속한 민족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다른 것을 사랑한다 말할 수 없고 교회는 민족의 리더로서 민족 가운데 리더십을 발휘해야할 의무가 있다”면서 “바울이나 모든 선지자들도 자기 민족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가진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기독교 정신에 기초한 인권사상,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 주신 비폭력 평화주의에 기초한 시위 방법은 물론 그 운동을 이끈 기독교인들의 민족 사랑과 참여의식도 고귀하게 기려야 한다는 것이 김 목사의 주장이다.

기념예배는 보통 주일예배와 동일한 식순에 의해 진행됐다. 다만 설교 후에 이두영 권사, 이은희 권사가 독립선언서를 낭독했으며 김용택 권사의 인도 아래 만세삼창을 했다. 삼일절 노래와 애국가를 연달아 부른 후, 찬송 “주님 약속하신 말씀 위에서”를 부르고 김광태 목사가 축도하며 예배가 끝났다. 김 목사는 “예배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삼일절 노래를 부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는 성도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한편, 제일교회는 삼일절 뿐 아니라 광복절, 육이오 등 한국의 중요한 절기에 맞추어 우리 민족의 신앙을 확인하는 기념예배를 드리고 있다. 제일교회 외에는 시카고한인회가 지난 3월 1일 구세군 메이페어커뮤니티교회에서 삼일절 기념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