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 이병철은 26세의 나이에 아버지로 물려 받은 소작세 300석 규모의 재산을 물려 받아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가 처음부터 사업을 하기로 뜻을 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호암은 6살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천자문을 떼는 데 1년이 걸릴 정도로 그다지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4남매의 막내라는 성정 때문에 지기 싫어하던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신문화가 밀려들어오던 당시에 자신이 살던 중교리가 작은 곳이라는 깨닫고 진주로 나가서 초등학교 3학년에 편입합니다. 첫 여름 방학 때 아예 서울로 가서 공부하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서울에 있는 수송보통학교에 편입했습니다. 그러나 석차는 50명 중에서 35-40등 정도였습니다.

지기 싫어했던 그는 속성으로 과정을 마칠 수 있는 중동중학으로 옮깁니다. 16세에 결혼을 하고 아예 일본 유학을 떠납니다. 20세에 와세다 정경학부에 입학했지만 중퇴하고 귀국합니다. 실의에 빠져서 친구들과 노름 등을 하면서 세월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달빛을 받고 잠든 세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그는 사업가로 새로운 시작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10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부모의 후원을 받아 학문을 통해서 꿈을 펼쳐 보려고 했던 노력을 접은 것입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성품, 유전적인 형질, 어린 시절 부모의 모습으로부터 배운 지혜와 습관 등 우리의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요소는 부모의 영향력입니다. 부모의 그늘에서 자신도 모르게 물려받고 얻게 되는 유산입니다. 물질적인 유산은 물질로 드러나지 않은 정신적이고 영적인 유산에 비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부모의 절대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여 독자적인 인격으로 성인이 되기 위한 첫 단계에서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산은 자신이 가능성을 무한하게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찾고, 자신의 가능성을 찾습니다. 자신의 무능을 찾고 자신의 능력을 찾습니다.

능력이 있고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열매 맺는 삶을 살지 못하는 흔한 이유는 자신의 모습에 어울리는 일을 찾지 못하는 것입니다. 종종 시대정신이나 도적적인 가치관에 끌려서 선택한 일이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암의 인생에서 20대를 벗어나기 전에 그는 남은 평생 최고의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번듯한 가문에서 흔히 선택하는 학자의 길, 선비의 길, 공직의 길을 버리고 사업을 길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는 10대의 어린 시절에 원하는 것을 마음껏 시도할 수 있던 도전적인 의식과 그것을 허용해 줄 수 있던 부모의 지원이었습니다. 우리 자녀들이 10대를 지나면서 부모가 중요하다고 선택해 주는 길이 아니라 스스로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비록 십대에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어도 좋습니다. 인생 말기에 발견해도 좋습니다. 어차피 열정을 가지고 꿈을 좇는 것은 10년 이상 하기 어렵습니다. 이르면 좋겠지만 설령 늦었다고 해도 하나님이 지어 주신 내 모습을 발견하고 가능성과 잠재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하는 것이야 말로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 중의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