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대구입니다.
갑작스런 장인어른의 소천으로 한국에 들어온지 세 주일이 지났습니다.
한 주일만 더 지내고 다시 미국으로 들어갑니다.

연말연초에 많은 사역과 계획들이 있었는데.... 제가 급하게 들어오느라 여러분들이 분주하셨을 것 같아 송구하네요.

은혜롭게 장례를 잘 마쳤고, 유품을 정리하고, 여러가지 뒷마무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거목은 쓰러질 때에라야 그 길이를 가늠할 수 있다고 했었는데.....
가신 빈 자리가 참 크다는 것을 느낍니다.

한국교회를 위해서, 후배들을 위해서, 자녀들을 위해서 많은 일들을 해 놓으셨습니다.
욕을 먹고, 공격을 당해도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며 모든 돌을 다 맞으셨습니다.
그 때는 몰랐습니다. 왜 한마디 변명이나 반격이 없으셨는지.....
교회와 후배들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 당신께서 비난을 감수하고 가셨던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진정한 목회자였구나..... 멋진 아버지셨구나.... 진짜 남자였구나....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천국가시기 이틀전에 있었던 임직식 설교에서 빌레몬서로 설교하셨던 영상이 우리에게 유언처럼 남겨져 있습니다.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호랑이같은 눈빛이 눈에 선합니다.
한참을 더 우리와 함께 계실 줄 알았는데..... 그 명설교를 하신 이틀 후에 홀연히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천국이 좋으셨나봅니다.

한 교회에서 34년을 목회하시고, 80명 교인을 천수백명의 교회로 세우시고....
은퇴후에 독거노인들을 모시고 작은 교회를 세우셨을 때, 많은 분들이 존경과 부러움으로 쳐다보았습니다.
3년을 목회하신 후에 지난 성탄절에 해산예배를 드리시고서.... 이제는 순회설교자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전도하겠노라고.....
이제 지역교회들을 찾아서 잘 섬기라고 당부하시고는...... 다음날 임직식 설교..... 그리고 이틀 후에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천국으로 가셔서 순회하시려나 봅니다. 모세도 만나고, 베드로도 만나시겠죠.... 예수님도 마주 뵈옵고.....

마치 가실 날을 아셨던 것처럼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 주셨습니다.
마지막 한달동안 화해하시고, 용서하시고, 베푸시며 보내셨습니다.
자식들과 손주들의 목소리를 일일이 듣고 격려와 당부의 말씀을 남겨주셨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유언의 글을 노트에 꼼꼼하게 남겨두시고..... 모든 절차의 매뉴얼을 수첩에 적어두셨습니다.

천국가시기 일주일 전부터는 천국의 환상을 밤마다 보셨다고 하였습니다.
"큰 집이더라. 참 좋은 집이더라. 다 지어져가더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차마 그 말씀을 가족에게는 못하시어..... 천국가신 후에 생전에 절친하셨던 분에게서 전해 들었습니다.
그로 인해 4남매와 모든 가족들은 더욱 우애와 사랑이 깊어졌습니다.
천국에 대한 흔들림없는 확신이 우리 모두에게 가슴깊이 평안으로 다가왔습니다.

1월 27일에 워싱턴으로 들어갑니다. 개강수련회와 특새 끝자락이라도 참석해야지요... .
장모님을 모시고 들어가 세 달간 린치버그에 머물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걱정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린치버그가 그리워지네요.... 곧 뵈옵길 소원합니다.

대구에서 김인집 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