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와 2세가 함께 하는 시카고 최초의 선교대회이자 그 주제가 북한이란 점에서 시작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시카고세계선교협의회의 “북한선교대회”가 15일 저녁 7시 30분 개회됐다. 행사가 열리는 시카고한인교회 측은 본당 250석에 보조좌석 50개를 더하고 본당 밖에 30여 좌석을 더 놓아 1세들을 맞이했고 체육관에 200석을 놓아 2세들을 맞이했다. 이 자리들은 입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찼다.

대회 첫날의 주요 일정은 영화 ‘크로싱’의 상영이었다. 한 탈북자의 수기를 본 김태균 감독이 거의 실화에 가깝게 영화로 재현했다고 한다. 그 대본을 본 후 아무도 출연하지 않으려던 영화였다. 탤런트 차인표 씨 역시 “나는 할 수 없다”며 고사했지만 아내인 탤런트 신애라 씨가 “당신 아니면 하려고 할 사람이 없겠다”는 말을 듣고 출연했다고 한다. 도무지 “안될 것 같던” 이 영화가 2009년 할리웃영화제에서 디스커버리상을 수상했고 한국의 각종영화제를 휩쓸며 많은 사람들, 특히 기독교인과 북한인권운동가의 찬사를 받았다.

▲영화 크로싱의 한 장면. 단란하던 가족의 분리가 시작된다.
영화는 축구공과 비로 시작된다. 축구공은 아버지와 아들의 간절한 사랑을, 비는 그 사랑을 깨우치는 매개물이다. 아버지 용수와 아들 준이가 비를 맞으며 축구하는 것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화면의 중심을 점유하며 밝음 속에 있던 부자가 비오는 어두움 속으로 이동하며 갈라지는 미장센이기에 즐겁게 축구를 하는 모습조차 슬픔을 자아낸다. 어두운 체제 가운데 슬프지만 행복한 삶을 살던 가족은 아내가 폐결핵으로 쓰러진 후, 약값을 구하기 위해 용수가 탈북하면서 어둠 속으로 완전히 빠져든다. 용수는 공안에 쫓기다 대한민국에 도착하고 가족을 탈북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이미 아내는 죽고, 준이는 친구들과 탈북하다 수용소에 감금돼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탈북 브로커를 통해 석방된 후 또 한차례 몽골을 통해 탈북하려던 준이는 결국 몽골 국경 사막지대에서 삶을 마감하고 죽은 아들의 시신을 붙들고 용수가 울면서 영화는 끝난다.

영화 내내 아들을 기다리는 용수 옆에는 늘 축구공이 있다. 이 축구공은 탈북자 가정들이 가진 애환이다.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다. 결국 용수 역시 아들이 공안에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축구공을 길거리에 떨어뜨리고 만다. 준이와 만남이 이뤄질 수 없다는 복선이다. 준이를 만나기 위해 몽골 공항에 갔다 여권을 잃어 몽골에 구류되며 이 축구공 역시 빼앗겨 버리고 만다. 결국 용수와 준이는 그 축구공의 섞일 수 없는 흑백처럼 체제와 시대가 만들어낸 아픔을 갖고 갈라지고 만다. 한쪽은 신앙의 자유와 인권이 있는 백이고 또 한쪽은 인권유린과 탄압이 자행되는 흑이다.

이 영화에 흐르는 대체적 스토리는 이 축구공이 가진 분리의 설정을 따른다. 영화 내내 남녀노소를 향한 무차별적 폭행이 이뤄지고 또 한 쪽에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어린이들의 암송이 들린다. 탈북자 무리들은 계속 분리되며 죽고 또 죽는다. 해피앤딩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 잔인한 영화 설정에 감독이나 대본을 쓴 작가를 탓할 수 없는 것은 현실에 근거해 만들어진 이 영화처럼 대다수 탈북자들의 삶이 비극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더 슬픈 소식은 이 영화의 장면들은 현재 북한 내에서 이뤄지는 인권 탄압의 10분의 1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교 보고 중인 유상준 씨. 유 씨의 간증은 15일 저녁 7시 30분 시작된다.
그러나 축구공이 주는 분리를 뛰어넘어 하나됨의 희망을 주는 존재가 있다. 바로 하늘에서 내리는 비다. 용수와 준이가 축구할 때 하늘에서 내렸던 비는 영화 속에서 두 부자가 분리로 고통을 겪을 때마다 하늘에서 내린다. 그 비를 맞으며 두 부자는 서로를 기억하고 사랑을 재확인하고 소망을 꿈꾼다. 일단 준이의 죽은 시체를 보며 용수가 눈물 흘리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그러나 영화의 끝을 알리는 검은 화면이 다시 밝아지며 영화는 새롭게 다시 시작된다. 이 장면은 용수가 그저 비를 맞고 서 있는 짧은 장면으로 끝난다. 비를 맞는 용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무엇인가를 하려는 것일까? 영화는 질문을 남기며 끝났다.

이 영화가 남긴 질문에 대한 답은 크로싱의 실제 주인공인 유상준 씨가 나와서 대답했다. 그는 아내와 아들을 잃은 충격을 극복하고 현재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탈북자들을 자비량으로 돕는 사역을 하고 있다. 2007년에는 내몽고에서 탈북자 사역을 하다 경찰에 잡혀 4개월간 감금되며 시력과 기억력 등을 해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탈북자들을 향한 소망을 놓지 않고 있다. 영화에서 비를 맞던 그는 현실에서 Wounded Healer로 거듭나 있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사역을 담은 사진 자료를 프리젠테이션하며 북한의 실상과 탈북 사역을 짧은 시간동안 소개했다. 그는 프리젠테이션에 앞서 “이렇게 추운날, 이렇게 많은 분들이 북한을 위해 마음을 모아 한 자리에 오셨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드린다”며 머리 숙여 인사했다. 유 씨를 소개한 서창권 목사는 “저는 그 자리에 설만한 사람이 아닙니다”며 2차례나 강사 초청을 고사했던 유 씨에게 “북한의 실상을 알려 주셔야 합니다. 사명감으로 오십시오”라고 강권한 사연을 소개했다. 그렇게 유 씨는 영화 속에서 자신이 맞은 비를 시카고 지역의 1세, 2세들에게 전하기 위해 왔다.

▲10개 교회에서 연합해 참여한 2세들로 시카고한인교회 체육관도 가득 찼다.
유 씨의 프리젠테이션 후에는 북한 복음화와 구원을 위해 뜨겁게 기도하는 순서가 마련됐다. 이날 집회에는 곽호경 목사(시카고나사렛성결교회), 김영길 목사(시카고KWMC 고문), 김광섭 목사(샴버그침례교회), 유남수 목사(순복음충만교회), 안정국 장로(쥬블리교회) 등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김태준 목사(살렘한인연합감리교회)는 2세들을 위해 유상준 씨의 선교 보고를 영어로 통역했다. 2세들의 경우 10개 교회의 유스그룹이 연합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오늘 16일 저녁 7시 30분에는 유상준 씨가 다시 강단에 서서 간증을 한다. 시카고 출신 2세이면서 현재 한국에서 탈북자 사역을 하고 있는 윤 킴 전도사가 선교보고 및 도전을 하고 핼핑핸즈코리아의 팀 피터스 대표가 탈북자 사역을 보고한다. 킴 전도사는 위튼을 졸업하고 현재 무디신학교에 재학 중이며 자유터탈북자학교의 영어 교사 등으로 섬기며 한국 내 탈북자 청소년을 돌보는 사역을 하고 있다. 피터스는 가장 대표적인 탈북 사역자로 북한 주민의 기획 탈북을 돕는 인권운동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