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너덧 명의 세례식이 있었습니다. 올 초에도 세 명의 세례식이 있었지요. 채창이와 효미와 종무! 이들 중 채창이와 효미는 태어나서 교회는 제일 교회가 처음인 청년들이었습니다. 그런 이들이 세례를 통해 살아가는 이유가 바뀌었고, 공부하고 돈을 벌어야 이유가 분명해졌습니다. 효미는 한국에서 열심히 주일을 지키며 말씀과 기도 생활을 이어가고 있고, 채창이 역시 보스턴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며, 종무는 이번 학기 새벽기도 후에 하는 성경공부를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습니다.

그런데 올 해 하반기에는 아무도 세례 신청자가 없는 듯 했습니다. 그런던 중, 지금부터 2주전 이스트만 학사 (플룻) 신입생인 (박)은지가 제게 와서 “세례 신청하기에 너무 늦었나요?”라고 물어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한국에서 주일을 매주 지켰다고 하기에, 세례를 이미 받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었지만, 수요예배 후 두 주 동안 팀홀튼에서 “일대일 제자양육”에 나오는 예수님에 대한 부분(1-4과)과 구원의 확신 부분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연말 여러 가지 일로 마음이 힘든 가운데, 한 영혼의 구원을 놓고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 영혼이 회개하고 돌아오면 천하를 얻은 것 같이 기뻐하신다 하셨는데, 다른 일들 때문에 이 일을 소홀히 준비할 수 없었습니다. 매일 새벽기도 때마다 기도하기 시작했고, 성경공부도 진솔하게 나누었습니다. 은지에게 부족한 것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행위의 완전함 이전에, 믿음을 보십니다. 함께 성경공부를 하면서, 은지의 진솔함을 엿볼 수 있었고, 또한 지난 잘못에 대한 회개의 눈물과 용서하시는 주님의 만지심을 보았습니다.

당일이 되었습니다. 세례식 즉 예수님과의 결혼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에게 세례를 주었건만, 세례 예식을 거행하는 제 마음은 “여전히” 두근거렸습니다. 또 하나의 귀한 영혼이 주께로 돌아오는 순간이니 말입니다. 문답을 마치고, 은지에게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비록 약식으로 하는 침례로서 세례를 베푸는 것이었지만, 늘 그래왔듯 두 손 가득 물을 담아, 은지 머리에 내리며 선언했습니다. “박은지, 내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노라!” 손 안 가득한 물이 은지의 몸속으로 흘러내립니다. 그 물줄기와 함께, 은지는 “예수와 함께 자신은 죽고, 예수와 함께 생명으로 부활함”을 느낍니다. 눈물도 함께 흘러내립니다.

박수로 축하를 받은 후, 은지가 준비한 간증문을 읽었습니다. 뒤를 이어, 멀리서 엄마가 보내온 글을 세민이가 대독했습니다. “엄마” 버전으로 읽으라고 했는데, 꽤 “엄마” 같아 보였습니다. 깜짝 놀라 또 다시 눈물을 흘리는 은지에게도 잊지 못할 순간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민이와 진영이의 축하 노래! 작년 세례식 축가 때보다 더 은혜롭고 정제된 목소리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은지를 맘껏 축복해 주었습니다. 청년부에서 준비한 선물과 꽃다발을 받은 은지는 이제 마지막으로 온 성도들과 허그 하면서 축복을 받았습니다.

세례식! 어릴 때 그냥 지나치듯 받았던 세례식을 생각하면 참 안타깝습니다. 그래서인지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세례 예식을 거행하면서는, 최고로 준비하여 평생 잊지 못할 순간으로 만들어 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물론 잊지 않습니다. 모든 순서 이전에, 뜨겁게 역사하는 성령님의 임재가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제 새로운 거룩한 주의 신부가 또 한명 태어났습니다. 말씀으로 거룩함을 지켜내며, 동시에 기도함으로 하나님의 능력을 맘껏 펼쳐나가는 은지가 되길 기도합니다. 이제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예수님의 신부답게 해나가려 애쓸 것이고, 시간과 물질 또한 분명한 기준을 세워 사용할 것입니다. 은지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제일 교회 모든 성도들이 한 마음이 되어 탄생시킨 귀한 열매입니다. 이러한 역사가 제일 교회를 통해 끊이지 않고 이어지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