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한 사택에서 제일 가까운 교회 식구는 아마도 옥영곤/옥복순 집사님 네가 아닌가 싶습니다. 옥영곤 집사님이 주일날 일하는 job을 가지게 된 이후로 교회에선 얼굴을 보기 힘들어진지가 꽤 되었습니다. 간혹 주일 아침 예배 전에 일하시는 곳으로 찾아가 뵌 적이 있긴 하지만, 그나마 요즘은 직장을 그렇게 찾아가는 것이 여의치 않아, 본의 아니게 얼굴 뵌 적이 오래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침 2주전 수요일이 옥영곤 집사님의 생신이었습니다. 그날은 off라서 집에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는 수요예배 전에 집사님 댁을 찾았습니다. 그날 아침 Marshall 갈 일이 있었는데, 따뜻해 보이는 겨울 장갑이 있어, 옥집사님 선물로 구입을 했습니다. 그런데 미처 포장지를 구입하지 못해, 가격표를 떼고 조그만 종이 가방을 찾았습니다. 예쁜 봉투가 하나 있기에, 그 안에 장갑을 넣었습니다. 넣고 보니, 그 가방은 Victoria Secret (여성 속옷 전문점) 가방이었습니다. 얼마 전 사택에 묵으셨던 가족이 그곳에서 쇼핑을 하고 종이 백을 놓아두고 간 것이었지요. 민망하긴 했지만 선물을 담을 만한 다른 가방이 없어서, 그냥 그곳에 넣어 갔습니다.

옥집사님 차가 마당에 보였습니다. 초인종 소리와 함께, 오랜만에 뵙는 옥집사님의 얼굴이 문 옆 창문으로 보였습니다. 일단 생신을 축하드리고, 가방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항상 순수함이 묻어나오는 얼굴을 뵙자니, 저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제 주일을 지킬 수 있는 job을 다시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참 반가운 소리였습니다.

대학교때 축구 선수를 하셨던 옥집사님은 스포츠를 매우 사랑하십니다. 그러다보니 대화의 화제가 요즘 한창이었던 “World Series”로 향했습니다. 20년을 넘게 미국 로체스터에서 살아온 옥집사님은 뉴욕 양키즈 왕팬 입니다. 식탁에 양키즈 모자도 있었습니다. 저는 박찬호가 속해 있는 필라델피아를 응원한다고 했더니, 그래도 자신은 양키즈를 응원한다 하셨습니다. 결국 지난 주, 양키즈가 필라델피아를 시리즈 전적 4:2로 누르고 27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박찬호가 네 번 등판하여 무실점으로 빛나는 피칭을 한 것으로 위안을 삼으면서, 저는 옥집사님의 좋아하시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이 상상되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막내 훈이가 교회를 나가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도 나누었고, 무엇보다 맏딸 미라가 드디어 아기를 갖게 되었다는 소식을 나누면서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하나님이 두 분을 무척 사랑하심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옥복순 집사님은 제일 교회가 세워진 15년 전부터 교회의 굳은 일을 도맡아 해 오신 분입니다. 지금까지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교회를 위해 헌신하고 계십니다. 개척 멤버라 그러신지, 교회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음이 느껴집니다.

그런 마음으로 하나님이 제일 교회에게 허락하신 이들을 끝까지 함께 감당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조만간 옥영곤 집사님도 함께 주일을 지킬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훈이의 믿음을 위해서도 기도할 것이고, 미라 뱃속의 아기를 위해서도 기도할 것입니다. 그렇게 모든 일들을 함께 나누며, 함께 기도하며, 함께 아파하며, 함께 기뻐하며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비단 이 두 분 만이 아니라, 제일 교회에서 알게 된 모든 분들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이렇게 함께 삶을 만들어 가길 원합니다.

그날 옥영곤 집사님과 헤어지면서 마지막 이야기를 스포츠로 장식했습니다. 내년 월드컵 축구 시합을 옥집사님 집에서 함께 보기로 했지요. TV나 케이블이 없는 교회 청년들이나 혹 함께 응원하길 원하는 분들은 내년 월드컵 시즌 때 옥집사님 댁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알게 된 옥집사님과의 귀한 시간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조만간 교회에서 뵐 것을 기대하며 이번 주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