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약속과 약속 사이에 시간이 남았는데 제가 있던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제가 시카고에 처음 와서 신앙생활을 하던 교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다니던 교회가 빌려 예배보던 미국교회였는데 기억을 더듬어 차를 달렸습니다. 그러나 막상 도착했을 때에는 제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그 교회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교회는 분명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제 기억에 있던 잔디밭과 언젠가 시의 한 구절로 형상화 했던 큰 아름드리 나무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저 건물을 두르고 있는 아스팔트길과 그 길에 갇힌 길쭉한 건물이 전부였습니다. 교회 명패 이름도 바뀌어 있었고 이제 한인교회에 렌트를 주지 않는지 한인교회 이름도 없었습니다. 건물 정면에 붙어 있는 나무 십자가, 옛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던 그 십자가가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칠 뻔 했을 정도로 교회는 변해 있었습니다.

그 교회가 건물이 증축되어 긴 기차 형상을 갖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교회가 수적으로 많이 성장한 모양이구나.” 건물 옆에 키를 겨루듯이 서있던 나무와 건물 뒷 편에 나른함을 안고 누워 있던 잔디밭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교회가 충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증거를 보게 되어 기쁘기도 했습니다. 약 14년의 시간이 만들어 낸 변화였습니다.

마음 속으로 이런 질문이 담겨 왔습니다. “한 5년쯤 후 우리 교회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계시록에 등장하는 일곱 교회를 기억하실 겁니다. 에베소, 서머나, 버가모, 두아디라, 사데, 빌라델비아, 라오디게아 교회들. 예수님께선 이 이방의 지역에 꽃처럼 피어난 교회들을 사랑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사랑과 격려와 위로와 도전의 말씀으로 채워진 편지를 보내 셨습니다. 그런데 현재 그 교회들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질 않습니다. 교회들이 서있던 소아시아 지역은 지금 이슬람 국가인 터키가 통치하고 있고 한 통계에 따르면 터키 안에 있는 기독교 인구를 다 합쳐봐야 몇 천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복음의 불모지역으로 변하고만 겁니다.

에베소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교회가 건강하지 못하면 “네 촛대(교회를 상징)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 하신 주님의 말씀이 불행하게도 이루어지고 만 겁니다. 우리는 이것을 교훈으로 삼아야겠습니다. 우리는 갈수록 더 성장하고 성숙하고 부흥하는 교회가 되도록 기도해야겠습니다. 모든 성도들이 다 제자가 되고 세상에 나가 잃은 영혼을 구해 다시 제자화하는 “제자 확대 재생산”의 과정을 함께 이루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