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반가사유상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태극 문양에서 기독교의 부활신앙을 찾는다.”
87세의 노학자는 “저는 그렇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보면 어떨까요”라는 겸손한 표현으로 시카고 지역의 청년 후학들에게 신학적 화두를 계속 던졌다. 1960년대 한국 토착화 신학을 주도한 논쟁의 주인공이자 풍류신학, 예술신학 등 신조어를 탄생시킨 장본인 소금(素琴) 유동식 교수가 한국기독교연구소(Center for Study of Korean Christianity)의 창립 2주년을 기념하는 강연회 “그리스도와 한국문화”에서 3차례에 걸쳐 강의한다.
9월 22일 오후 5시 게렛신학교에서는 “복음과 풍류도-복음적 실존과 한인의 영성”이라는 주제로 강의가 이뤄졌고 이번 기념강연회를 준비한 한국기독교연구소와 게렛신학교, 맥코믹신학교, 시카고신학교의 학생들, 시카고 지역 목회자들이 노학자의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이 강의에는 게렛신학교의 타민족 교수들도 관심을 갖고 참석했다.
유 교수는 자신이 토착화 신학을 시작한 이유부터 밝혔다. 그는 일제 치하에서 청소년, 청년기를 보내며 일제의 한국문화 말살정책으로 인해 한국문화에 관해 거의 배우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신학부터 접하게 됐다. 나중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을 때 그가 접한 한국 문화 유산들은 자연히 한국적 전통보다는 신학적 관점에서 해석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내가 토착화 신학의 연구물을 내어 놓았을 때 신학계에서도 비판이 거셌지만 민속학자들 역시 ‘본질보다는 기독교 신학적 해석의 연장’이라고 비판해 왔다”고 회고했다. 그는 “현재 우리가 배우고 연구하는 대부분의 신학은 서구의 라틴 문화, 그리스 문화 속에서 해석되어 온 신학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강의는 아시아적 영성에 관해서, 한국적 영성에 관해서다”라고 말했다.
먼저 유 교수는 칠판에 하늘을 상징하는 원을 그린 후, 그 안에 땅을 상징하는 사각형을 그렸다. 그 사각형을 가로지르는 줄을 X 형태로 그어 삼각형 4개를 만들었다. 그는 삼각형에 대해 “사람은 이렇게 땅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사는 존재”라고 정의했다. 그는 천지인(天地人)의 개념에서 ‘삼태극’이란 한민족 고유의 문양의 도출해 냈으며 이 삼태극이 한민족의 심성 안에 흐르는 가장 기본적 ‘영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한 이유를 “아름다움”이라고 정리했다. 창조할 때마다, 창조를 다 마치신 후 “보시기에 좋았다”는 표현은 멋있었다, 아름다웠다는 뜻이며 하나님의 창조 목적도 이 아름다움이었다. 유 교수에게 이 아름다움은 한국적으로는 “멋”이라는 용어로 각인됐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사명은 하나님이 주신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스리는 것이다.
유 교수는 한민족의 멋이 가장 압축된 예술작품으로 금동 미륵반가사유상을 꼽았다. 현재 대한민국 국보 78호에 지정된 미륵상은 신라 화랑을 모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미륵은 불교의 가르침 속에 있는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다. 화랑은 당시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청년상이었고 미륵과 동일시 됐기에 미륵상 역시 화랑을 모델로 하고 있는 것이다. 유 교수는 신라의 화랑들이 풍류도를 즐기며 수련했다는 삼국사기의 최치원 난랑비문으로부터 풍류는 자연을 즐기는 멋을 상징하며 자연 안에 깃든 천령(天靈)과 교제하고 신인합일(神人合一)을 추구하는 것이었다고 본다. 이 대목에서 그의 그 유명한 ‘풍류신학’이 태동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또 “한민족 불교의 큰 영향을 받은 일본에도 금동 미륵상과 동일한 목조 미륵반가사유상이 있는데 이것을 본 독일 철학자 야스퍼스는 ‘인간 실존의 최고 이념의 표현’이라 극찬했다”면서 “이 아름다움의 극치는 무엇인가? 바로 구원”이라고 단언했다. 약컨데, 그는 미륵상에서 구원의 아름다움을 찾고, 미륵과 동일시 된 화랑이 추구하던 멋을 하나님이 창조시에 지은 멋과 연결시킨다. 그는 미륵상 외에도 다양한 한국문화 예술품에서 기독교를 발견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것에서 “예술신학”이란 개념이 탄생했다.
멋을 강조하는 풍류도는 기독교 부활신앙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그날에는 내가 아버지 안에, 너희가 내 안에, 내가 너희 안에 있는 것을 너희가 알리라(요14:20)”라는 구절에서 부활의 모습을 찾는다. 하나님과 인간이 그리스도를 매개로 하나되는 것이 부활의 모습이며 이것 역시 신과 인간이 하나되는 풍류도의 신인합일사상과 맥을 같이 한다.
그는 “한국의 하나님을 찾는 것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라면서 “한국의 미술사를 살펴 보면 하나님의 빛이 우리 문화에도 비춰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얼을 통해 성서에 증거된 복음을 이해하자는 노력을 풍류신학이라 부른다”며 강의를 마쳤다.
다음 강의는 24일 오후 5시 시카고신학교(George Commons)에서 열리는 “동방의 등불-한국 문화의 역사적 사명”, 28일 오후 5시 맥코믹신학교(Common Room)에서 열리는 “장미와 연꽃, 그리고 무궁화-오늘을 사는 영원한 생명의 아름다움” 등이 있다. 3번의 학술강연 후 29일에는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에서 유 교수의 신학전집 출판기념회가 예정돼 있다.
1922년생인 유 교수는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에서 수학하고 감리교신학대를 졸업한 후, 배화여고 등에서 교직에 몸담았다 미연합감리교회의 장학금을 받아 보스턴대학교로 유학했다. 이후 스위스 에큐메니칼 연구원, 일본 도쿄대 등에서 공부했으며 일본 국학원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감리교신학대 교수, 연세대 신과대 교수 등을 역임하다 은퇴했다.
87세의 노학자는 “저는 그렇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보면 어떨까요”라는 겸손한 표현으로 시카고 지역의 청년 후학들에게 신학적 화두를 계속 던졌다. 1960년대 한국 토착화 신학을 주도한 논쟁의 주인공이자 풍류신학, 예술신학 등 신조어를 탄생시킨 장본인 소금(素琴) 유동식 교수가 한국기독교연구소(Center for Study of Korean Christianity)의 창립 2주년을 기념하는 강연회 “그리스도와 한국문화”에서 3차례에 걸쳐 강의한다.
9월 22일 오후 5시 게렛신학교에서는 “복음과 풍류도-복음적 실존과 한인의 영성”이라는 주제로 강의가 이뤄졌고 이번 기념강연회를 준비한 한국기독교연구소와 게렛신학교, 맥코믹신학교, 시카고신학교의 학생들, 시카고 지역 목회자들이 노학자의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이 강의에는 게렛신학교의 타민족 교수들도 관심을 갖고 참석했다.
유 교수는 자신이 토착화 신학을 시작한 이유부터 밝혔다. 그는 일제 치하에서 청소년, 청년기를 보내며 일제의 한국문화 말살정책으로 인해 한국문화에 관해 거의 배우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신학부터 접하게 됐다. 나중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을 때 그가 접한 한국 문화 유산들은 자연히 한국적 전통보다는 신학적 관점에서 해석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내가 토착화 신학의 연구물을 내어 놓았을 때 신학계에서도 비판이 거셌지만 민속학자들 역시 ‘본질보다는 기독교 신학적 해석의 연장’이라고 비판해 왔다”고 회고했다. 그는 “현재 우리가 배우고 연구하는 대부분의 신학은 서구의 라틴 문화, 그리스 문화 속에서 해석되어 온 신학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강의는 아시아적 영성에 관해서, 한국적 영성에 관해서다”라고 말했다.
먼저 유 교수는 칠판에 하늘을 상징하는 원을 그린 후, 그 안에 땅을 상징하는 사각형을 그렸다. 그 사각형을 가로지르는 줄을 X 형태로 그어 삼각형 4개를 만들었다. 그는 삼각형에 대해 “사람은 이렇게 땅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사는 존재”라고 정의했다. 그는 천지인(天地人)의 개념에서 ‘삼태극’이란 한민족 고유의 문양의 도출해 냈으며 이 삼태극이 한민족의 심성 안에 흐르는 가장 기본적 ‘영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한 이유를 “아름다움”이라고 정리했다. 창조할 때마다, 창조를 다 마치신 후 “보시기에 좋았다”는 표현은 멋있었다, 아름다웠다는 뜻이며 하나님의 창조 목적도 이 아름다움이었다. 유 교수에게 이 아름다움은 한국적으로는 “멋”이라는 용어로 각인됐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사명은 하나님이 주신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스리는 것이다.
유 교수는 한민족의 멋이 가장 압축된 예술작품으로 금동 미륵반가사유상을 꼽았다. 현재 대한민국 국보 78호에 지정된 미륵상은 신라 화랑을 모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미륵은 불교의 가르침 속에 있는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다. 화랑은 당시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청년상이었고 미륵과 동일시 됐기에 미륵상 역시 화랑을 모델로 하고 있는 것이다. 유 교수는 신라의 화랑들이 풍류도를 즐기며 수련했다는 삼국사기의 최치원 난랑비문으로부터 풍류는 자연을 즐기는 멋을 상징하며 자연 안에 깃든 천령(天靈)과 교제하고 신인합일(神人合一)을 추구하는 것이었다고 본다. 이 대목에서 그의 그 유명한 ‘풍류신학’이 태동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또 “한민족 불교의 큰 영향을 받은 일본에도 금동 미륵상과 동일한 목조 미륵반가사유상이 있는데 이것을 본 독일 철학자 야스퍼스는 ‘인간 실존의 최고 이념의 표현’이라 극찬했다”면서 “이 아름다움의 극치는 무엇인가? 바로 구원”이라고 단언했다. 약컨데, 그는 미륵상에서 구원의 아름다움을 찾고, 미륵과 동일시 된 화랑이 추구하던 멋을 하나님이 창조시에 지은 멋과 연결시킨다. 그는 미륵상 외에도 다양한 한국문화 예술품에서 기독교를 발견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것에서 “예술신학”이란 개념이 탄생했다.
멋을 강조하는 풍류도는 기독교 부활신앙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그날에는 내가 아버지 안에, 너희가 내 안에, 내가 너희 안에 있는 것을 너희가 알리라(요14:20)”라는 구절에서 부활의 모습을 찾는다. 하나님과 인간이 그리스도를 매개로 하나되는 것이 부활의 모습이며 이것 역시 신과 인간이 하나되는 풍류도의 신인합일사상과 맥을 같이 한다.
그는 “한국의 하나님을 찾는 것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라면서 “한국의 미술사를 살펴 보면 하나님의 빛이 우리 문화에도 비춰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얼을 통해 성서에 증거된 복음을 이해하자는 노력을 풍류신학이라 부른다”며 강의를 마쳤다.
다음 강의는 24일 오후 5시 시카고신학교(George Commons)에서 열리는 “동방의 등불-한국 문화의 역사적 사명”, 28일 오후 5시 맥코믹신학교(Common Room)에서 열리는 “장미와 연꽃, 그리고 무궁화-오늘을 사는 영원한 생명의 아름다움” 등이 있다. 3번의 학술강연 후 29일에는 시카고한인제일연합감리교회에서 유 교수의 신학전집 출판기념회가 예정돼 있다.
1922년생인 유 교수는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에서 수학하고 감리교신학대를 졸업한 후, 배화여고 등에서 교직에 몸담았다 미연합감리교회의 장학금을 받아 보스턴대학교로 유학했다. 이후 스위스 에큐메니칼 연구원, 일본 도쿄대 등에서 공부했으며 일본 국학원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감리교신학대 교수, 연세대 신과대 교수 등을 역임하다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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