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재호 목사는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어야 교회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교회는 그저 하나님의 은혜를 구할 뿐"이라고 소탈하게 말했다.ⓒ김브라이언 기자

520번 도로와 405번 도로가 만나는 밸뷰의 초입부에는 아름답고 웅장한 교회가 하나 있다. 교회 외관은 마치 예수님께서 죄인을 품으시듯 따뜻함이 느껴지는 크고 높은 십자가가 새겨져 있다. 어떤 치장도 하지 않은 십자가지만 그 어떤 장식보다 평화롭고 아름답다. 큰 십자가에 이끌려 내부로 들어서자 말할 수 없는 포근함이 밀려오고 파이프 오르간에서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선율이 세상을 향해 아름답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곳에 한인교회가 세워져 있었다. 바로 밸뷰한인연합감리교회다. 교회가 창립된지 이제 2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기자가 방문한 아침, 말씀과 기도를 사모하는 영혼들이 새벽부터 모여들었다.

밸뷰한인연합감리교회는 미국 본토 최초의 한인감리교회이자 맨 처음 생긴 한인교회인 LA연합감리교회(담임 김세환 목사)에서 6년 동안 부목사로 사역하던 박재호 목사가 지난 2007년 7월 창립 예배를 드리고 개척한 교회다. 박 목사가 처음 밸뷰에 온 것은 2006년 10월이다. 연합감리교회 웨스턴지역(캘리포니아, 워싱턴, 오레곤, 및 태평양지역)의 한인교회를 개척하는 김원기 감리사가 워싱턴 밸뷰 지역에 연합감리교회 개척을 위해 박 목사를 파송한 것이다. 이후 연합감리교회 서북미연회와 의논하여 베를 잉글랜 목사가 시무하는 현 교회로 2007년 3월에 들어올 수 있었다.

박 목사가 교회에 들어온 이후 시작한 것은 새벽기도다. 아무도 없는 성전에서 홀로 기도하고 예배를 드렸다. 당시 창립예배를 드리기 전이고 교회가 세워졌다는 광고가 나가지도 않았는데 함께 새벽기도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7월 15일 창립예배를 드리고 교회를 시작하게 되었다.

밸뷰 한인연합감리교회는 개척교회지만 교단의 시스템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덜 겪었다. 미국 전체 연합감리교회 내에 한인목회 강화 위원회가 설립되어 있어서 교회를 지원해 주고 LA 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도 지교회로 여기고 지금까지 후원해 주고 있다. 또 서북미 연회에서도 지원을 하며 지금 사용하는 교회에서도 임대료를 받지 않는다.

개척교회를 시작할 때 어려운 점이 성전 마련과 개척비용인데 이런 점에서 교회는 감사함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박 목사는 빨리 성장하는 교회를 지양한다. 이민교회를 경험한 박 목사는 "교회의 성장은 결코 단기간에 이뤄졌다고 말할 수 없고,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템포를 천천히 하고 성도들을 훈련하며 교회의 기초부터 튼튼히 세워 나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박 목사는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성도들 보다는 믿지 않더라도 신실한 한 영혼을 초대하려고 애쓴다. 조용히 기도하면서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영혼들을 바로 세우고 잃어버린 영혼들을 찾아 주님께로 인도하는 일을 성실하고 묵묵히 감당해 나아가겠다는 것이 박 목사의 다짐.

하루 한 사람 이상 만나자

박 목사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는 일은 '하루에 한 사람을 만난다'는 계획을 지키는 것이며, 두 번째로 지키는 계획은 '하루에 두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도 모르는 지역에 처음 와서 스스로 고립되지 않고, 맡은 사명을 감당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다른 일이 생겨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때는 하루 열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교통하는 것을 계획했을 만큼 소통을 중요시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했더니 맨 처음에는 누군지 몰라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뢰하게 되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조용하고 묵묵히 목회를 하면서도 밸뷰 지역 목회자 모임에 참석하고 시애틀교회연합회(회장 권준 목사)에도 지난해 교회 가입 마쳤다.

▲박 목사는 선교사 시절 "하나님의 부르심을 잊을 수 없다. 앞으로 벨뷰 감리교회도 선교를 많이 하는 교회로 만들고 언젠가는 남은 사역을 선교지에서 마칠 수도 있고, 하나님의 뜻이 계시면 다시 갈 수도 있다"며 선교의 열정을 드러냈다ⓒ김브라이언 기자
성경공부, 심방, 새벽기도에 치중

박 목사는 당분간 교회 정착을 위해 새벽기도와 성경공부, 심방을 할 계획이다. 새벽기도와 성경공부를 강화해 교회 안에 언제나 하나님의 은혜가 흐르고 성도들을 신앙적으로 굳건히 세울 계획이다. "제가 다른 은사들은 별로 없지만 말씀을 사랑하고 기도에 의지하기 때문에 저에게 주신 달란트로 교회를 개척하려고 합니다." 교회는 이벤트성이 되면 안 된다고 말하는 박 목사는 "드러나지 않지만 가루를 부풀리는 누룩과 같이 성실히 전도하고 맡은 일을 해 나아간다면 하나님께서 열매를 받으실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한다.

박 목사의 고향은 서울이며 한국 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했다. 이후 감리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원 졸업 후 바로 브라질 선교사로 파송 받아 6년간 활동했다. 이때 현지 선교에 대한 전략과 필요와 같은 생각이 밸뷰 한인연합감리교회에도 영향을 주어 박 목사는 해외 선교를 많이 하는 교회가 되려고 기도하고 있다. 선교사 활동 이후 본국의 인천 율석감리교회에서 부목사로 2년 동안 사역하고 미국에 발을 디뎠다.
박 목사가 미국에 처음 도착한 곳은 플로리다로 그곳에서 가게 일도 해 보고, 교회에서 무보수로 파트타임 사역자로 일하며 미국을 배웠다. 박 목사는 이 시간이 이민자들의 삶을 경험한 소중한 경험이었으며, 하나님께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을 헤아릴 수 있도록 하신 귀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또한 LA 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의 부목 생활은 교회 운영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며 성도들과 가깝게 있으며 저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LA한인연합감리교회는 유서 깊은 교회로 자연히 말씀을 잘 아는 성도들도 많아 성경공부를 이끌며 오히려 자신이 더 많이 공부하고 깨닫게 되었다고 덧붙인다.

"하나님께서 이끌어 오신 제 삶을 보면 어려울 때도 많고 낮은 자리로 끌어내리실 때도 많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제게 꼭 필요한 것을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목회하며 더 많은 고난을 당했을 것입니다.(웃음)"

LA 풀러 신학교에서 선교학 석사 과정을 공부했고 지금은 목회를 하며 교단 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어떤 교회를 지향하십니까?

선교하는 교회를 만들고 싶다. 아주 평범하다. 특별한 것은 없다. 말씀 중심으로 교회를 끌어가려고 한다.

-목사님 신앙에 영향을 주신 분이 있다면?

부모님들이 신앙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제 신앙에 영향을 준 목사님이 두 분 계십니다. 한 목사님은 작고하신 장로교 차득연 목사님이십니다. 강원도 영월 근처에서 교회를 많이 개척하신 분입니다. 어렸을 때 어머님이 그 교회 다니셨습니다. 그 분을 어려서부터 보고 자랐는데 그렇게 신실한 분이 없었습니다. 목회자는 예수님을 바라보지만 누군가 든든한 멘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분을 제 멘토로 바라보며 목회하고 있습니다. 차 목사님의 교회 개척적인 사명과 어떤 일이든 감당하는 모습을 닮고 싶습니다.

또 한 분은 인천산성침례교회를 담임하셨던 침례교 이천수 목사님입니다. 제가 그 교회 옆에 살 때, 말씀이 좋아 매일 새벽기도에 나갈 뿐 아니라 모든 성경공부에 다 참석하며 존경했을 정도로 깊이 설교하시는 분입니다. 깊이 있는 설교와 함께 신실한 목회자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신학은 감리교에서 했지만 신앙은 침례교에서 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웃음).

-목회하며 가장 우선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선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어야 교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그저 하나님의 은혜를 구할 뿐입니다. 이민교회가 성장하다가도 무너지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끝까지 지속적으로 구할 것은 '은혜 위에 은혜러라(요1:16)'는 말씀처럼 은혜가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은혜 위에 또 은혜를 받아서 자꾸 새로운 은혜를 받아야 지속적으로 교회가 맡은 사명을 다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말씀선포와 기도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