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를 준비하던 알렌 워커 목사는 자정에 로이 브라운이라는 청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38세의 청년은 빚으로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고, 자신의 앞날이 암담한 나머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서 전화를 한 것이다.

그는 청년이 절망에서 헤어나 새 삶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로이 브라운은 끝내 가스가 가득찬 방에서 죽어갔다. 한 생명의 죽음은 알렌 워커 목사에게 큰 충격을 줬다. 궁리 끝에 해결의 실마리를 열어 준 것은 바로 전화 벨 소리였다. 대 도시의 분주한 사람들, 사랑을 이야기 하고 사랑이 넘쳐나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더 짙은 고독과 외로움이 현대인의 목을 죄어온다.

이민사회의 말 못할 힘듦과 도움의 목소리를 듣고자 시작된 ‘북가주생명의전화’가 작년 7월 1일 오영의 장로 사무실에서 개통한 이후 6개월이 지났다. 지난 18일 도움이 절박한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와 북가주 교민의 따뜻한 이웃이 되길 원하는 ‘북가주생명의전화’ 김병조 대표를 만나 개통 이후 사역을 들어봤다.

김 대표는 “한이 많아서 한 민족인 것 같다”고 말문을 연 김 대표는 이주교민들은 한국에 있는 사람들 보다 2배는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개통 후 140여 통의의 전화가 왔었는데 이런 저런 모양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 감사하다고 한다.

그는 지난 6개월간의 사역과 관련해 상담을 하면서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한과 설움을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상담을 통해 절망의 나락에서 삶의 방향을 틀어 줄 수 도 있지만 먼저는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담자들은 자신의 힘듦을 토로할 곳이 없어서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 주는 것 만 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바라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입니다”

‘북가주생명의전화’의 역할에 대해 그는 밤을 지키는 ‘핫라인’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북가주는 청소년 문제, 마약문제, 가정문제등과 같은 전문 상담을 하는 기관들이 여러 곳이 있는데 김 대표는 상황이 심각할 경우 전문상담 기관에 연결을 시켜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곳은 밤에는 일하지 않습니다. 우리 생명의 전화는 북가주 한인들의 밤을 지키고 있는 샘 이지요”

언제 가장 보람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아무래도 상담을 받고 그들이 힘을 받을 때”라고 말했다. 막상 어려움을 가지고 전화 상담을 했던 사람들이 상담을 통해서 풀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는 참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의 원칙과 기술이 중요하지만 그것 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가주생명의전화는 1년에 한번 모든 상담원들이 모여 기도회를 한다. 지난 6일과 7일 요세미티광야기도원에서 신년기도회를 가지기도 했다. 김 대표는 기도회를 가지는 이유에 대해 “우리 배경의 힘이 하나님으로 부터 나와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담을 하는 나의 수준에서 하는 것입니다. 사실 저희들이 상담을 받는 사람의 수준보다 높아서 그들을 상담하는 것이 아닙니다. 50시간 교육을 받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의지해 그 능력이 드러나야 하는 것입니다.”

북가주생명의 전화의 제일 중요한 전화번호는 408-243-5433이다. 김 대표는 앞에는 지역번호이고 5433은 영어 키 패드로 life를 누른 번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