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가 20일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인종의 벽과 사회적 편견을 넘어 그가 이룬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각지의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비록 한 나라의 대통령 취임에 불과한 일이지만, 전 세계인들이 이를 비상한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그만큼 미국이라는 나라가 갖는 영향력과 위상이 지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독교인들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이 선교사 파송 등 기독교에 있어서도 큰 영향력을 지닌 만큼 오바마 호가 어디로 향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가운데 오바마의 취임식은 그가 앞으로 지향할 정책과 가치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초청인사들의 면면이 주목할 만했다. 오바마의 취임식에서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복음주의 목회자 릭 워렌 목사가 축도를, 미국 최대 무슬림 단체인 이슬라믹소사이어티의 최초 여성 지도자인 여성 인그리드 맷슨이 기도를 맡아 대조를 이뤘다. 미국 유대교 랍비 3명도 초청됐다.

취임식을 통해 오바마는 자신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향과 통합의 리더십을 과감하게 보여준 것이다. 미국이 전통적으로 기독교 국가이고, 또 오바마 자신도 기독교인이지만 취임식에서 이렇게 다양한 종교인들을 배려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미국사회에서 기독교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적 소수자들인 이들을 더 배려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다인종·다종교화된 미국사회이지만 오바마의 이같은 시도는 신선했다.

그러나 가치관도 철학도 없는 다양성은 위험하다. 무조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통합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과 철학을 토대로 한 통합과 다양성이 서야 한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미국의 복음주의 교회들이 오바마에 대해 우려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국가의 지도자가 된 오바마가, 하나님 능력을 구하며 성경적 관점에 입각한 정치를 해 주기를 기독교계는 소망하고 있다.

특히 미국사회와 교계의 가장 큰 이슈인 낙태와 동성애 등의 문제와 관련해 오바마가 현명한 선택과 판단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오바마는 미국민들의 대다수가 자신을 지지했지만, 동시에 동성결혼 금지법안인 ‘프로포지션 8’도 지지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 국민들은 그의 실력와 비전과 재능을 선택했을뿐 아니라 생명과 성에 대한 가치관을 고수하고 있다. 오바마는 바로 이 두 가지 자명한 사실 속에서 자신과 미국이 나아갈 길을 설정해야 한다.

한국의 기독교인들 또한 무조건적인 맹종 혹은 비난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폭넓은 태도로 미 정권의 변화를 지켜보고 세계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미국이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아야, 한국과 한국의 교회 또한 안정과 힘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