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즐리는 생후 6개월된 뇌암 환자다. 앤즐리가 뇌암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6월 중순이다. 우유를 연신 토해내는 것을 부모들이 이상히 여겨 병원을 찾은 이후다. 앤즐리 머리 속의 암은 현대 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는 곳에서 자라고 있기에 병원에서도 치료에서 손을 놓은 상태다. 병원에서 퇴원한 앤즐리는 2-3개월 뒤면 그 생명의 불꽃이 꺼진다.

부모는 앤즐리의 남은 생을 위해, 고통을 줄여 주는 약을 투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약을 먹으면 잠을 잘 수 없는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에 앤즐리는 또 잠을 자게 하는 약도 먹고 있다. 앤즐리를 바라보는 가족의 심정은 이룰 말할 수 없다. 스탠포드의 암 전문의사인 앤즐리의 부모는 공부를 끝내고 암 치료를 위한 일에 매진할 수 있어 기뻐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은 암 치료를 위해 공부했지만 정작 자신의 딸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했다.

딸의 미소를 대하는 어머니는 “이렇게 예쁜 우리 아기를 이제 다시 보기 힘든 것일까”라고 물으며 방에서 울기만 한다.

앤즐리의 외할머니 최수경 씨는 앤즐리의 소식을 접한 후, 휴직하고 앤즐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단숨에 달려갔다. 샌프란시스코 딸의 집에서 지내는 최 씨는 하루종일 사랑하는 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새벽마다 산책도 간다.

불신자인 최 씨는 신에 대한 원망까지 갖게 됐다. 이렇게 작은 아이를 하늘나라로 데려 가려는 신이 잔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앤즐리가 자신의 부모에게 어떤 귀한 사명을 주려고 한다”고 믿고 있다. 암전문의의 부모가 10년 20년 후에는 앤즐리와 같은 증세를 가진 아이를 위해 무엇인가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 후 최 씨는 남가주한인목사회(김재연 회장)을 찾았다. 목사회에 이런 딱한 처지를 알리고 혹 하나님께서 기적을 베풀어 주시기를 바라며 기도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지금껏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 살았고 또한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손녀의 생명의 위태로운 것을 보니 이 모든 것이 헛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앤즐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