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오는 4월 개교를 앞두고 있는 평양과학기술대학교 이사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김삼환 목사는 20일 명성교회 주일저녁예배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직접 밝혔다. 김삼환 목사는 당초부터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 공동이사장을 역임하면서 연변과기대와 평양과기대 건립에 관여해 왔으나 평양과기대 이사장으로 공식 참여함에 따라 평양과기대 조직에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됐다.

김삼환 목사는 평양과기대 이사장을 맡으면서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들을 안고 있다. 그 첫 번째는 무엇보다 재정의 투명성 문제다. 평양과기대는 외부로 알려진 것만으로도 450억여 원에 이르는 대규모의 대북지원 사업이자 남북합작 프로젝트다. 이 같은 중대한 사업임에도 지금까지 평양과기대 지원금 대한 구체적인 내역 공개가 없었고, 특히 후원 현황과 사용 내역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부족했다. 평양과기대 후원금 모금운동에는 김진경 총장이 선봉에 나섰다. 국내 교회들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이 시작됐지만 이념적인 문제로 후원하지 않겠다는 교회들이 생겨 한계에 봉착하자 모금운동은 대학가나 한인교회로 자리를 옮겨 진행됐다.

그러나 북한동포를 위한다는 취지에 동의해 대학생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헌금한 내역은 지금까지 공개된 바가 없다. 김삼환 목사는 이사장을 맡으며 평양과기대 재정 투명성 재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평양과기대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개교 이후에도 꼬리를 물고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또 김삼환 목사는 과학기술 지원에 대한 논쟁을 한국교회 전체의 합의과정을 통해 정리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한반도는 지금도 남북대치 상황 가운데 있다. 납북문제와 서해교전 등의 사건은 과거의 먼 옛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학기술 지원이 북한의 체제유지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를 종식시킬 수 있도록 평양과기대의 설립 동기를 더욱 분명히 밝히고 한국교회 앞에서 공개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조선노동당 국가보위부에 근무했던 한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내세우면서 북한의 주요 구역마다 군사전문학교를 세웠다가 군사력 증강을 위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자계산기 전문학교 등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평양시 낙랑구역에 있던 전자계산기 전문학교는 평양과기대 건립이 논의되면서 이 학교에 통폐합을 예상하고 폐교됐다. 북한의 선군정치에는 군사력과 과학기술이 최우선으로 동반된다. 평양과기대에 들어설 정보과학학부, 생명과학학부, 경영정보학부 등이 군사력 증강에 이용될 것인지, 혹은 굶주리고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인지 문제를 확실하게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북한에서의 공개선교 가능성에 대한 토론도 필요하다. 김진경 총장은 평소 평양과기대를 통한 선교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연변과기대의 사례를 들고 있다. 연변과기대에서 복음을 받아들인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개방적인 중국에서 조차 힘든 공개적 선교가 과연 가장 폐쇄적인 곳인 북한에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요청된다. 평양과기대 건립에 교회가 참여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선교의 목적에서다. 선교가 아닌 외교적 차원의 남북경협뿐이라면 교회가 참여할 명분은 없다.

또한 평양과기대 건립에 한국교회의 지원이 주요하다면 한국교회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입각해 합법적인 방식을 통해 대북지원사업을 펼쳐야 한다. 평양과기대 김진경 총장은 최근 서만술 조총련 중앙의장을 만나기도 했다. 서만술 조총련 중앙의장은 김정일이 그의 생일날 산삼 30뿌리를 선물로 주는 등 관계성을 과시하는 인물이다. 평양과기대 건립운동이 진정한 인류애적 차원의 지원이라면 북한의 현실을 더욱 직시하면서 한국교회 전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