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대륙에 다양한 이름으로 분포되어있는 중남미 21개국, 카리브해 서인도제도에 속한 19개 섬나라의 화폐 모습이 이채롭다. 세계 화폐박물관 웹사이트를 통하면 카리브해 영국 연방에 속한 섬나라들, 강화도 크기의 그래나다 (Grenada)에서부터 광활한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그리고 듣기에도 생소한 벨리스, 수리남, 트리니다드 토바고 등 라틴아메리카 쩐들을 두루 섭렵할 수 있다.

아메리카 대륙국가 대부분이 수 백년간 계속된 스페인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19세기말 앞을 다투며 독립했다 . 주권국가로 바로서기까지 질곡 같은 험난한 과정을 겪었지만 여전히 무적함대를 이끌고 세계바다를 넘나들며 호령했던 에스파냐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북과 남, 동과 서, 지역간의 방언이 약간씩 다르지만 의사소통에 전혀 어려움이 없는 스페니쉬 언어권. 낙천적이며 낭만적인 문화, 로마 캐톨릭이 국교인 종교, 부패한 군부 독재정권과 빈발하는 쿠데타, 빈민을 양산하는 시민전쟁 등 상당부분이 닮은꼴인 중남미에서의 화폐는 다양한 이름, 컬러, 문양, 크기로 호기심을 끈다.

멕시코, 도미니카, 아르헨티나, 우르과이, 칠레, 콜롬비아, 쿠바 등이 화폐 이름을 뻬소(Peso), 혹은 '새롭다'는 의미의 누에보 페소(Nuevo Peso)로 부른다 . 과테말라는 께찰(Quetzal)로 니카라과는 꼬르도바 오로(Cordoba Oro), 스페인으로부터 그란 콜롬비아(현재의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쿠아돌 지역 )를 독립시킨 시몬 볼리바르를 기념하여 베네수엘라는 볼리바르(Bolivar)로 볼리비아는 볼리비아노(Boliviano)로 부른다.

포르투갈에서 독립한 브라질은 헤알(Real), 온두라스는 렘삐라(Lempira), 코스따리까는 꼴론(Colon), 페루는 누에보 쏠(Nuevo Sol, 새로운 태양), 파라과이는 과라니 인디오를 기념하여 과라니(Guarani), 네덜란드의 영향을 받았던 수리남은 길더 (Guilder), 아루바는 플로린(Florin),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아이티는 구르드(Gourde), 프랑스령 가이아나는 프랑(Franc), 그리고 영연방에 속한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그래나다, 바베이도스, 바하마, 버뮤다, 도미니카 연방 등이 동카리브 달러를 사용한다. 자국 화폐가 기능을 상실하여 미국 달러를 사용하는 세 나라도 있다. 엘살바돌 꼴론(Colon), 에쿠아돌 수끄레(Sucre), 파나마 발보아(Balboa) 등이 그것인데 현재는 배추잎사귀처럼 시퍼런 미 달러만이 사용되고 있다.

대륙 국가 대부분은 독립영웅, 위대한 영도자들의 영정과 역사적인 건물을 화폐에 넣어 기념하고 있다. 국기에 그려진 상징적인 문장이 화폐 중앙에 고스란히 옮겨져 있고, 고대 찬란했던 잉카, 마야 인디오 문명의 피라미드를 다양한 색상으로 넣기도 한다. 뒷면에는 대륙과 바다에 서식하는 새, 동물, 물고기, 농수산물을 수확하는 그림을 생동감있게 넣고 있다. 감초처럼 화폐에 등장하는 동물로는 일초에 수십번 날개짓하며 꽃의 꿀을 따는 삐까 플로레스 새, 거북이, 표범, 원숭이, 올빼미, 개구리, 심지어 큰 뿔 고동도 있다.

영국 연방에 소속된 섬나라는 국민소득이 높지 않지만 화폐 칼러와 모양이 어디 내놔도 손색이없을 정도로 고급스럽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근엄한 모습이 그려있는 화폐는 유럽에서 통할만큼 세련된 모습을 갖고 있다.

울릉도보다 약간 큰 네덜란드령 아루바(Aruba)의 화폐는 정교한 기하학 그림같아 시선을 붙잡는다. 남미 북쪽끝 가이아나와 프랑스령 가이아나 사이에 위치한 수리남의 길더 화폐는 차라리 한폭의 꽃으로, 사진으로 간직하고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과테말라 출신 라티노 노동자들은 겨울에 시름이 더 깊다. 날씨따라 일자리도 꽁꽁 얼어붙었는지 매일 허탕치기 일쑤다. 모처럼 찾아온 하루 일자리. 품을 팔고 받은 달러를 방꼬메르시오(Bancomercio)에서 송금한다. 년초엔 1 달러에 8 께찰을 쳐주었지만, 최근엔 달러화 약세로 그나마 7께찰 44쎈타보로 바꾸고 있다. 단속하는 이민국 경찰이 두렵고, 학수고대하는 식구들이 눈에 밟혀 세모(歲暮)가 아득하기만 하다.

(도시빈민선교 & 재활용품 기증문의: 703-622-2559 / 256-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