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수정헌법 25조의 발동을 촉구하는 美 하원 결의안을 거부하며 성경의 일부를 인용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13일 보도했다.

전날 펜스 부통령은 대통령이 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부통령과 내각 과반 찬성으로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한 뒤 부통령이 대행하도록 허용하는 수정헌법 25조 발동 요구에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8일 남았다"면서 수정헌법 25조 발동이 국익에 최선이거나 헌법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성경은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때가 있고, 모든 목적에는 시간이 있다고 말씀하고 있다. 치유할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다. 바로 지금이 그 때이다. 전 세계적인 대유행, 수백만 미국인들의 경제적 어려움, 지난 1월 6일 발생한 비극적 사건들 속에, 지금은 우리가 함께 모여야 할 때이고 치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수정헌법 제25조와 관련한 법안을 도입할 당시 "대통령의 직무 적합성은 과학과 사실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펠로시 하원의장의 발언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좋아하지 않는 발언이나 행동이 아닌 의학적 결정에 근거해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펠로시 의장의 이전 분석이 옳다면서 "이 같은 방식으로 제25조 수정헌법을 발동하는 것은 끔찍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펜스 부통령은 펠로시 의장과 의원들에게 "분열시키고 순간의 열정을 더욱 촉발시키는 행동을 삼가라"며 "우리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를 맞을 준비를 하면서, 함께 (분열의) 온도를 낮추고 미국을 통합시키자"고 요청했다.

이어 "내 역할을 하면서 계속 차기 정부와 선의로 일하며 질서 있는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미 하원 민주당원과 소수 공화당원들은 13일 본회의를 통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32명 반대 197명의 과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의원 222명은 전원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 의원 10명도 이에 동의했다.

하원은 소추안에서 지난 6일 벌어진 의회 난동 사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내란을 선동한 혐의를 적용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2번 탄핵된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 탄핵을 위해서는 상원의원의 2/3이 찬성해야 한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각 50석의 상원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탄핵에 지지를 표명한 공화당원들의 수까지 더해도 2/3에 해당하는 67명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CP는 "미 상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기 하루 전날인 1월 19일까지 휴회하기 때문에, 임기 만료 전 탄핵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물러나게 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면서 "퇴임하는 대통령이 여전히 탄핵과 파면의 대상이 되는지는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논쟁거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