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트위스트

찰스 디킨스 | 유수아 역 | 현대지성 | 616쪽

갈등의 잡티 없는 삶? 화장발일 뿐
매일 치열하게 노력하고 절망해야
삶은 만만하지 않다... 민낯이기에

삶은 민낯이다. 자타공인 행복한 가정이라도, 거실을 들여다보면 아픔이 있고, 안방을 들여다보면 눈물도 있다. 갈등의 잡티 하나 없는 삶은 진짜 삶이 아니다. 화장발이다.

2016년 전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 특수부대 대위와 여의사의 사랑이야기.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진 그들이지만, 드라마 속에는 알콩달콩 사랑으로 가득했다.

드라마 밖으로 나온 송중기와 송혜교.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결국 이혼으로 막을 내렸다. 삶은 조명발 가득한 드라마가 아니다. 좋은 모습을 꾸며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지는 것이다.

행복을 이어가려면 매일 치열하게 사랑을 노력하고, 사랑에 절망해야 한다. 그런 치열함의 눈물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 행복이다. 삶은 만만하지 않다. 언제나 민낯이다.

올리버 트위스트, 19세기 영국 민낯
고아 주인공, 끊임없이 악당 괴롭힘
우여곡절 끝 양자로 들어가는 결말

1838년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는 화장기 없는 민낯의 영국이 드러난 소설이다.

영국 작은 마을 구빈원에서 태어난 올리버 트위스트. 그의 어머니는 갓 태어난 아기의 이마에 입 맞춘 후 숨을 거두었다. 어머니의 첫 입맞춤이 마지막 작별 인사가 되었다. 아기는 그렇게 고아가 된다.

고아가 된 올리버 트위스트는 구빈원에서 자라게 된다. 한 번은 다 먹은 귀리 죽 그릇을 들고 '원장님, 조금만 더 주세요'라고 말한 후, 빈 국자로 머리를 얻어맞는다. 배고프다고 말한 죄 때문에 독방에 갇힌다.

영화 <올리버 트위스트> 중 고아가 된 주인공이 구빈원에서 “한 그릇 더 주세요”라고 말하고 있는 모습.
영화 <올리버 트위스트> 중 고아가 된 주인공이 구빈원에서 “한 그릇 더 주세요”라고 말하고 있는 모습.

이후 장의사 '소어베리' 씨의 도제로 들어가지만, 그곳에서도 학대와 모욕을 받으며 지내야 했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런던으로 도망친 올리버. 그를 받아주는 곳은 소매치기 소굴 뿐이다.

'잭 도킨스'라는 소년이 굶주린 채 계단에 웅크리고 있는 올리버를 '친절한 노신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겠다고 데려가지만, 그곳은 친절한 노신사 대신 '악당 페이긴'이 있는 소매치기 소굴이었다.

노신사 브라운로의 도움으로 그곳에서 잠시 벗어나게 되지만, 계속해서 올리버를 찾는 페이긴과 일당들에게 다시 붙들려 가게 된다. 소매치기를 거절하는 올리버와 어떻게든 범죄에 발을 들여놓게 만들려는 페이긴. 페이긴은 올리버를 도둑 '사익스'에게 넘겨 도둑질에 가담하게 만든다.

올리버는 총을 든 사익스의 강요로 늦은 밤 몰래 다른 사람 집에 들어가지만, 집을 지키는 하인들의 총에 맞고 정신을 잃는다. 그곳에서 친절한 메일리 부인과 로즈 아가씨를 만나 다시 돌봄을 받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노신사 브라운로의 양자로 입양되며 소설은 끝난다.

우정 대신 배신, 사랑 대신 집착이
도둑들의 삶 있는 그대로 묘사해
민낯은 늘 불편하나, 그것이 현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둑을 극장 스크린 안에서 만난다. 스크린 속 도둑은 범죄자라기보다 영웅처럼 보인다. 좋은 양복에, 멋진 차를 타고 다닌다. 남의 것을 훔쳐야만 하루를 먹을 수 있을 만큼 절박하지도 않으며, 언제나 멋진 우정과 아름다운 사랑이 시작된다. 이는 화장발에 조명발에 편집까지 가해진 모습이다.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에 등장하는 페이긴의 소굴은 화장발 없는 민낯의 모습이다. 결코 미화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소매치기를 실패하고 빈손으로 오면, 맹렬한 잔소리와 함께 저녁을 굶는다.

그마저도 손찌검을 당하지 않으면 운이 좋은 날이다. 아이들은 페이긴에게 걷어차여 계단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일도 많았다. 민낯 그대로를 보여준다.

그 속에는 우정 대신 배신이 있고, 사랑 대신 집착이 있다. 도둑 사익스와 함께 사는 매춘부 낸시는 결국 사익스에 손에 맞아 죽는다.

저자는 이들의 삶을 미화할 생각이 없다고 서문에서 처음부터 밝힌다.

"사익스는 도둑이고, 페이긴은 장물아비이며, 소년들은 소매치기에다가 주인공 소녀는 매춘부이다."

"나는 도둑들에 관한 글을 수십 편 읽었다. 그들은 대체로 상냥하며 아주 유혹적인 인물이다. ... 글에서 그들의 비참한 실상을 접한 적이 없다.

내가 보기에는 그러한 범죄 공모자들의 고리를 실제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 즉 그들의 뒤틀린 모습과 비참함과 불결하고 궁핍한 생활상을 현실 그대로 보여주고, 끔찍한 교수대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 전망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매우 필요한 시도라고 여겼다. 그래서 나는 그 일을 시도했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저자 찰스 디킨스는 민낯의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도 꾸미지도 않았다. 영국 그대로를 고발했다. 민낯은 언제나 불편하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다.

영화 <올리버 트위스트>.
영화 <올리버 트위스트>.

코로나 이후, 더 어렵고 각박해질 것
어려워진 삶 정부에서 지원하겠지만
각박해진 삶 지원해 주는 기관 없어

성경은 민낯을 외면하지 않는다. "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현실을 직시하면서 우리에게 사명을 준다.

"내가 네게 명령하여 이르노니 너는 반드시 네 땅 안에 네 형제 중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 이웃을 향해 손을 내밀라고 말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더 어려워질 것이고 더 각박해질 것이다. 어려워진 삶은 그나마 정부에서 지원해주지만, 각박해진 삶을 지원해주는 기관은 없다. 사랑을 지원해주는 기관은 없다.

인도의 테레사 수녀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빵 한 조각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도 많지만, 작은 사랑도 받지 못해서 죽어가는 사람은 더 많다."

코로나19 사망자 240명 넘어서
백신? 사랑이 없어 죽는 사람들
교회가 소망, 성도가 희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240명을 넘었다. 어서 빨리 백신이 개발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백신이 없어 죽는 사람보다 사랑이 없어 죽는 사람이 더 많다.

2018년 무연고 사망자가 2,447명이었다. 2019년 상반기만 해도 1,300명이 넘는다. 무연고 사망.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 세상을 떠나야 했다.

영화 <올리버 트위스트> 중 한 장면.
영화 <올리버 트위스트> 중 한 장면.

무연고 사망은 어떤 이유라도 결국 고독사다. 세상에 처음 태어 나 던 그날. 가족들의 환영 받으며 왔지만, 세상 떠나 가는 날, 숨넘어가는 그 순간에도 나를 봐주는 사람 없이 떠나야 했다. 외로움이 독이 되어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교회가 소망이다. 성도가 희망이다. 외로움이라는 질병에는 사랑이 치료제이고 성도가 백신이기 때문이다.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 성도에게는 예수님의 사랑이 있다.

"성도가 돈이 없지 사랑이 없나?" 외로움이 독이 되어 사망자가 늘어나는 대한민국의 민낯. 교회가 소망이다. 성도가 희망이다.

박명수 목사
사랑의침례교회 담임, 저서 《하나님 대답을 듣고 싶어요》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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