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수 목사 (수정교회 담임, 서북미장로회신학대학)
남윤수 목사 (수정교회 담임, 서북미장로회신학대학)

인간관계 속에 갈등이 필연적으로 오는 것이라면 그 갈등을 극복하는 길은 피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데에 있다고 본다. 갈등이란 담론을 필자가 언급하는 이유는 제일 보편적이면서도 제일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갈등이 오는 이유는 반드시 인간의 과오나 죄성에서만은 아니다. 갈등의 이유에는 복잡하고 섬세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갈등도 많다. 또한 더 발전적이고 진정한 화해를 위한 갈등도 있다.

필자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갈등들을 긍정적인 면에서 다루고자 한다. 우선 가정이나 직장, 사회,교회생활에서 오는 많은 갈등을 피하려고 하면 더 많은 갈등을 낳을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갈등이 일어나면 그 자리를 피하려는 경향이 많다. 상대방과의 갈등을 피한다는 의미는 문제로 인한 갈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채 자신 안의 갈등의 감정을 계속 품고 살겠다는 강력한 의지이다. 그 결과 갈등은 그 사람에게 파괴적인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가정이나 사회에서의 갈등의 현상들을 오랫동안 관찰하였다. 많은 경우가 갈등이 갈등을 자아내는 경우가 많았으며 갈등을 무조건 부정적인 요소로 보는 경향이 많이 있는 것을 보았다. 왜냐하면 갈등을 단지 파괴적인 문제로만 인식하고 상대방의 무지와 일방적인 태도로만 치부해버리는 이유에서 였다. 갈등을 인간사회에서 있어서는 안될 사회악으로 본다는 것은 편견일 수 있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는 아무리 일어나지 말아야 할 부정적인 갈등이 있다하더라도 그 갈등을 오히려 화해를 위한 모티브로 삼는다면 우리 사회는 좀더 밝아지지 않을까 한다.

필자가 설파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갈등은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당시 괴롭고 피하고 싶은 요소일지라도 말이다. 갈등이 없다면 참다운 화해가 무엇인지, 진정한 인생의 의미와 삶의 궁극적인 목적, 보다나은 인간관계 형성에 대해 무지하게 될 것이다. 원래 학문을 연구하는 목적이 무엇이던가. 질문을 갖기 위해서이다. 학문이란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하여 질문으로 끝나는 것이 그 특징이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이다. 갈등으로 시작하여 갈등으로 끝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그 과정에서 변증법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그 결과란 바로 화해를 위한 것이다. 이것이 점차적인 화합과 이해, 새로운 것을 창출해나가는 묘미아니던가.

필자는 신앙인들에게 고하고 싶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갈등에서 시작하라. 신앙생활하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다고 했던가.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 너무 무지하지 않던가. 성경을 평생 읽고 믿음생활을 40년 가까이 해온 필자도 하나님에 대한 갈등이 많이 있어왔다.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나 불신이 아니라, 어떤 상황 속에서 겪는 나의 무지함에 대한 갈등이었다.

성경과 하나님에 대해 무지를 느끼는 갈등은 곧 하나님의 뜻에 도달하는 화해의 과정이다.  신앙에 있어서 갈등이 온다면 하나님의 화평을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구원을 우리에게 주시기 위해 먼저 갈등을 주셨다. 우리의 완악함과 죄에 대한 갈등을 심어주신 것이다. 무조건 믿고 보자는 것만이 믿음은 아니다. 그런 태도는 영적 태만이다. 하나님께 늘 질문을 던지라. 그것은 하나님을 신뢰하는 우리의 신앙적 자세이다. 성경에 나타난 믿음의 사람들은 늘 하나님에 대한 갈등이 있었다. 그들이야말로 하나님의 소명을 받은 이들이며 하나님의 뜻과 화해한 사역자들이었다.

하나님께서는 갈등을 통하여 자신을 사랑의 하나님으로 계시하신다. 그리고 갈등이 신앙인들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 겸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깨닫게 하신다. 무한하시고 흠이 없으신 성령이 지극히 유한하고 흠많은 우리 안에 거하신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갖는 갈등이다. 그 갈등이 우리를 때로 괴롭게 하고 절망하게 만들지만, 곧 그것이 우리가 영적으로 사는 길임을 성경이 제시하지 않는가.

가정과 직장,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평생 자신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고 사는데, 어찌 배우자, 직장동료, 교인들에 대해서 무지하지 않겠는가. 여기에 갈등은 필연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 갈등을 상대방에 대해 배우고 내 것을 내려놓으며 더나은 관계형성의 기회로 삼는다면 그 갈등은 화해를 위한 큰 자원이 될 뿐만 아니라 갈등 속에서도 미움과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