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총장 연규홍)를 운영하는 한신학원 이사회가 지난달 30일 모임을 갖고 정관이 규정하고 있는 총장 자격(제37조 3항)을 기존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기장) 목사'에서 '기장 세례교인(교육 또는 목회경력 10년 이상)'으로 바꾸기로 했다.

"입학정원 감소·재정 부족 등 어려움
무한경쟁 시대... 경영 능력 있어야"

이에 대해 김일원 이사장은 "입학정원 감소, 부족한 재정 등으로 대학이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많은 기독교 대학들이 총장의 자격을 넓혀나가고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또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는 "그 동안 신학부가 중심이었고, 그 전통이 그대로 이어져 신학교수들 중심으로 총장이 선출됐다"며 "그러나 경영 능력이 있는 총장이 필요하다는 데 이사들이 뜻을 같이 했다"고 했다.

이어"지금은 무한경쟁 시대다. 많은 대학들이 사라지고 있다. 신학적 입장만을 고수할 수 없다"며 "학교가 살아남아야 한다.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신대 연규홍 총장은 "총장 자격 확대는 개교 80년 만에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민주적 총장 선출과 평화 한신으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큰 결단이자 변화와 혁신을 위한 한신인 모두의 큰 성과"라고 했다.

기장 소속 박상필 목사 역시 "이사회가 내린 결정 자체만 보면,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대부분 기장 목사들도 이사회의 이번 결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건학이념 지키기 위해 목사로 한정
공론화 없이 변경한 건 납득 어려워"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장 소속 성남주민교회 이훈삼 목사는 한신대가 그 동안 총장 자격을 기장 목사로 한정했던 이유에 대해 "기장의 신앙고백에 따른 건학 이념을 지키려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이사회의 이번 결정을 우려한다는 것.

또 한신대가 비록 종합대지만 이 역시 "좋은 목회자와 기독교 평신도 지도자 양성이 목적"이라고 했다. 즉 종합대임에도 불구하고 '목사'라는 기존 총장 자격은 유지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특히 "이사회가 총회와 함께 이 문제를 논의했어야 했다. 이사회는 원래 교단을 대표해 파송한 이사들이 대다수"라며 "이사회가 총회, 학내 구성원들과 충분한 공론화 없이 총장 자격 문제를 변경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앞서 정관 변경의 당위성에 동의했던 박상필 목사도 이 부분은 별도로 지적했다. 그는 "교단이 파송한 이사들이 중심인 이사회가 (교단과 논의 없이) 총장 자격의 확대를 결정한 것은 단계를 뛰어넘는 것"이라며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절차는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지금까지 한신대만 총장 자격을 '목사'로 한정했던 건 아니다. 감리교신학대학교도 '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 규정 11조 3항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정회원 목사로 재직 중인 자"라고 못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