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권태진 목사, 이하 한교연)이 최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불교 사찰 방문과 관련, "종교적 편향을 예의로 둔갑시켜 강요하지 말라"는 논평을 23일 발표했다.

한교연은 이 논평에서 "불교계와 일부 언론이 황 대표가 불교의식을 따르지 않았다고 일제히 비판한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과연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인가 의심이 들 정도"라며 "대한민국이 불교국가도 아니고 종교의 자유와 양심,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된 나라에서 특정 종교 의식을 따르지 않았다고 이런 편향적 비판의 뭇매를 맞아야 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가"라고 지적했다.

한교연은 "합장은 엄연한 불교의식이다. 그런데 불교신앙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그 의식을 그대로 따라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목적을 감추고 잘 보이기 위해 시늉을 하는 것이지 이를 진정한 예의라 할 수 없다"면서 "그런 점에서 황 대표는 불교의식이 진행되는 내내 공손한 자세로 손을 모으고 있었으니 불교에 대해 예를 다하지 않았다고 욕먹을 일이 전혀 아니"라고 했다.

아울러 "기독교는 어떤 종교를 가진 정치인이든 교회 예배에 참석해서 '주기도문'을 외우거나 '아멘'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가 기독교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나만의 신앙을 우선한다고 비판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정치인을 떠나 엄연히 개인의 신앙 양심의 영역이요,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므로 누구든 간섭할 수 없다고 본다"고 했다.

아래는 논평 전문.

지난달 2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북한 인권’ 영화 <퍼스트 스텝> 상영회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황교안 대표(가운데).
지난달 2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북한 인권’ 영화 <퍼스트 스텝> 상영회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황교안 대표(가운데).

<논평>
종교적 편향을 예의로 둔갑시켜 강요하지 말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5월12일 부처님오신날에 지방의 한 사찰의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합장과 관불의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교계와 일부 언론으로부터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지난 5월 22일자 보도자료에서 황 대표가 합장과 관불 의식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모두가 함께 축하하고 기뻐해야 할 날에 이런 일이 생긴 것에 대해 불교계에서는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을 존중하고 포용하기보다는 나만의 신앙을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개인의 삶을 펼쳐 나가는 것이 오히려 황 대표 개인을 위해 행복한 길이 될 것"이라고 독설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냈다.

불교계와 일부 언론이 황 대표가 불교의식을 따르지 않았다고 일제히 비판한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과연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인가 의심이 들 정도이다. 대한민국이 불교국가도 아니고 종교의 자유와 양심,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된 나라에서 특정 종교 의식을 따르지 않았다고 이런 편향적 비판의 뭇매를 맞아야 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가.

합장은 엄연한 불교의식이다. 그런데 불교신앙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그 의식을 그대로 따라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목적을 감추고 잘 보이기 위해 시늉을 하는 것이지 이를 진정한 예의라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황 대표는 불교의식이 진행되는 내내 공손한 자세로 손을 모으고 있었으니 불교에 대해 예를 다하지 않았다고 욕먹을 일이 전혀 아니라는 말이다.

합장은 엄연한 불교의식이다. 그런데 불교신앙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그 의식을 그대로 따라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목적을 감추고 잘 보이기 위해 시늉을 하는 것이지 이를 진정한 예의라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황 대표는 불교의식이 진행되는 내내 공손한 자세로 손을 모으고 있었으니 불교에 대해 예를 다하지 않았다고 욕먹을 일이 전혀 아니

그런데도 조계종까지 나서 "남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포용하기보다 오로지 나만의 신앙을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독실한 신앙인으로 개인의 삶을 펼쳐나가라"는 식으로 훈계한 것은 어처구나 없는 월권이요 명백한 인권침해이다.

기독교는 어떤 종교를 가진 정치인이든 교회 예배에 참석해서 '주기도문'을 외우거나 '아멘'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가 기독교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나만의 신앙을 우선한다고 비판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치인을 떠나 엄연히 개인의 신앙 양심의 영역이요,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므로 누구든 간섭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조계종이 황 대표가 불교인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이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확대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황 대표는 비록 자신이 믿는 종교는 다르지만 최대한 존중하는 마음으로 봉축 법요식에 참석했다고 했는데, 합장을 안했다고 남(불교)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깎아내리는 것은 반대로 황 대표가 신봉하는 기독교에 대해 불교가 오히려 무례히 행하는 격이 아니겠는가.

일부 언론이 이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슈화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기독교 신자인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과거에 모두 합장을 했는데 황 대표가 합장을 안했으니 잘못됐다는 식으로 쓰고 있는 것은 분명 의도성을 가진 편향적 보도 태도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종교의 자유와 신앙 양심,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고유의 영역에 속한 문제이므로 그 어떤 선례라도 올바른 기준이 될 수 없다.

대한민국은 다종교국가이다. 그런데 이번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의 제1야당 대표에 대한 비판은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불교국가가 되었나 하는 착각을 넘어 오만하게까지 느껴진다. 신앙을 예의로 격하해 이런 식의 도를 넘는 비판을 쏟아낸다면 오히려 일반 국민들조차 불교는 과연 얼마나 예의바른 행동을 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하게 될 것이다.

만약 조계종이 황 대표에게 자연인으로 돌아가라고 비꼬듯 훈계를 하기 전에 정치인이든 누구든 타종교인이 합장을 안 한 것은 그 사람의 신앙의 자유에 속한 선택이므로 전혀 문제될 게 없으며, 합장은 불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불교 의식이므로 타종교인은 구지 따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발표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점점 더 갈등의 골이 깊어가는 우리 사회에 화합과 통합의 본을 보여주었다는 높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한국교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소아적 편 가르기로 갈등을 부추기보다 종교 간에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과 자세로 균형과 조화, 질서 안에서 국민 화합과 사회 통합에 앞장 서는 더욱 성숙한 자세를 견지해 나갈 것을 다짐하는 바이다.

2019.5. 23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