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유럽과 동유럽은 서유럽에 비해 동성결혼과 낙태를 찬성하는 비율이 낮았고, 삶에서 종교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이들이 더 많았다.
30일(현지시간) 영국 크리스천투데이에 따르면, 퓨 리서치(Pew Research)는 지난 2년 동안 유럽 34개국의 약 56,000명을 대상으로 ‘유럽의 종교적 분열이 사회적·정치적 관점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조사한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기독교는 유럽에서 오랫동안 주류 종교였다. 조사결과, 34개 유럽국가 중에서 27개 국가에서 기독교가 다수 종교로 남아있다. 그러나 역사적인 분열이 이 공통된 종교적 정체성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 가톨릭, 개신교, 정교회 등 3개의 기독교 종파는 각각 대륙의 일정 부분을 지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교회는 동유럽, 가톨릭은 중유럽과 남동유럽, 개신교는 북유럽과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서유럽에서는 무신앙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동유럽 사람들의 경우 기독교적 정체성이 국가적 정체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는 한 때 종교가 공공생활에서 공식적으로 배제되었던 옛 소련 진영의 일부 국가들의 경우에 해당한다.
아르메니안 응답자의 82%, 조지아 출신 응답자의 81%는 기독교가 국가적 정체성에 있어서 매우 또는 어느 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스웨덴, 덴마크, 벨기에 출신 응답자들의 80% 이상은 기독교가 국가적 정체성에 ‘아주 많이 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루마니아, 그리스, 세르비아 출신 응답자의 70% 이상은 기독교가 국가적 정체성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 영국의 경우 응답자의 65%, 독일의 경우 64%, 스페인의 경우 59%가 기독교가 국가적 정체성에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가톨릭 인구가 많은 이탈리아의 경우, 응답자의 53%가 기독교가 국가 정체성에서 있어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의 경우, 국가 정체성에 있어서 종교가 중요하다는 응답자는 48%,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자는 49%로 갈렸다.
발트해 국가인 에스토니아나 라트비아는 다른 동유럽 국가들과 조금 다른 양상을 띄었다. 각각 응답자의 82%와 84%가 국가 정체성에 있어서 종교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사결과,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사람들도 여전히 동유럽 국가들과 대체로 동일한 관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러시아, 조지아, 아르메니아, 몰도바 출신 응답자의 90% 이상이 동성커플의 결혼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또 우크라이나, 세르비아,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보스니아 출신 응답자의 80%,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그리스 출신 응답자의 70%가 동성커플 합법화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 출신 응답자의 80%는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스페인, 영국, 독일, 스위스, 프랑스,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출신 응답자의 70%가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체코의 경우는 중·동유럽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응답자의 다수가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낙태와 관련, 응답자의 다수가 낙태는 법적으로 반드시 금지해야 한다고 답한 국가는 조지아(85%), 몰도바(79%), 우크라이나(55%), 러시아(56%), 벨라루스(54%), 폴란드(52%), 그리스 (52%) 등 7개국이었다.
하지만 스웨덴, 덴마크는 ‘모든 경우, 또는 대부분의 경우’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90% 이상이었다. 핀란드,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노르웨이, 영국의 경우에도 응답자의 80% 이상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중유럽과 동유럽의 경우, 낙태 문제에 있어서 의견이 나뉘는 양상을 보였다. 11개의 중유럽, 동유럽 국가들은 응답자의 다수가 ‘모든 경우 또는 대부분의 경우’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체코(84%), 에스토니아(81%), 불가리아(80%), 헝가리(70%), 슬로바키아(70%)의 경우,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낙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벨기에,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과 같은 서유럽의 경우, 기독교와의 연대성이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에서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났다‘고 응답한 이들과 ‘현재 기독교인’이라고 응답한 이들 사이에 20%의 격차가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많은 서유럽인들이 더 이상 스스로 기독교이라고 하지 않는데에는 여러가지 다른 이유들이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이유는 ‘점차적으로 종교와 멀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동성애나 낙태 문제에 있어서 전통적인 교회의 가르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이들도 있었다.
반면, 중유럽, 동유럽인들은 서유럽인들보다 종교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한달에 한 번 예배를 드리고 매일 기도한다고 답했다.
이와 반대로 그리스, 보스니아, 아르메니아, 조지아, 루마니아 출신 응답자의 경우, 삶에서 종교가 중요하다고 답한 이들은 50%였다. 이들은 매달 예배에 참석했으며, 매일 기도했다. 프랑스, 독일, 영국 출신의 응답자들의 경우, 삶에서 종교가 중요하다고 답한 이들은 10% 밖에 되지 않았다.
또 ‘기도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한 응답자도 서유럽인들이 중유럽, 동유럽인들보다 많았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 응답자도 서유럽인들이 중유럽, 동유럽인들도다 많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헝가리, 체코, 에스토니아는 중유럽, 동유럽 국가들 중 유일하게 응답자의 2/3 미만이 하나님을 믿는다고 답했다. 서유럽 출신의 응답자 중 2/3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답했다. 무신앙 인구가 많은 네덜란드, 벨기에, 스웨덴의 경우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50% 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