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셋 민족은 에게해 연안을 기원으로 하는 해양 민족의 하나였다. 블레셋을 포함한 해양 민족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이집트 람세스 3세 (1198-1166 BC)의 신전 벽화에서 찾을 수 있다. 룩소르의 메디넷 하부 (MedinetHabu)에 있는 람세스 신전 벽에는 람세스 3세의 이집트 군사와 해양 민족간의 육지와 해상 전투 장면이 기록되어 있다. 당시 해양 민족은 나일 삼각주의 기름진 평야에 정착을 시도했지만 이집트의 방어에 실패하였다. 이에 블레셋은 이집트에서 퇴각하여 지중해 연안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여 가나안의 남부 해안 평야를 따라 정착하는데 성공하였다.

블레셋이 정착한 대표적인 도시들은 가사, 아스글론, 아스돗, 가드와 에그론이다 (수 13:3). 여기에 언급된다섯 도시들 외에 규모가 작은 시글락, 딤나, 야브네도 블레셋의 대표적인 도시들에 속한다. 가사, 아스글론, 아스돗은 바다를 접한 반면 가드와 에그론은 내륙에 위치해 있다. 블레셋의 정착 지역은 여호수아 13:2-3절에 기록되었다: 이집트 시내 (Wadi el-Arish)와 시홀에서부터 북쪽 에그론에 이른다. 블레셋 영토의 동쪽은 유다 지파그리고 단 지파와 경계를 이루었다. 그러므로 성경에서 블레셋과 유다 지파, 단 지파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골리앗의 고향 가드에서 발견된 뿔 달린 제단
(Photo : 기독일보) 골리앗의 고향 가드에서 발견된 뿔 달린 제단

2011년 여름, 바르 일란 대학(Bar IlanUniversity)의 고고학 교수인 아렌 메이르 (ArenMaeir ארןמאייר)는 가드에서 주전 9세기 뿔이 달린 제단을 발굴하였다. 가드의 고고학 지명은 텔 짜피트 (Tel Zafit)이다. 메이르 교수는 15년 넘게 텔 짜피트를 발굴하면서 블레셋의 종교, 문화 연구에 집중해 왔다. 가드는 엘라 골짜기를 접해 있는데, 이 골짜기를 따라 성경의 주요 도시들은 베들레헴, 소고, 아세가, 샤아라임 그리고 블레셋의 도시 가드가 있다. 엘라 골짜기는 베들레헴 서쪽에서 시작되어 쉐펠라를 거쳐 블레셋 평야를 지나 지중해 바다로 유입되는데 유다 산지에서는 깊은 골짜기이지만 평지에 이르면 시내이다. 베들레헴은 다윗의 고향이지만 가드는 골리앗의 고향이다.

골리앗의 고향인 가드에서 발굴된 뿔 달린 제단은 우연히 발견되었다. 2010년 말과 2011년 초 이스라엘에는 심한 폭우가 내렸다. 그 영향으로 가드의 발굴 현장은 심각하게 붕괴되었다. 2011년 7월 가드 발굴 팀은 유적지로 돌아와 지난 겨울에 붕괴된 지역들을 중심으로 조사하였다. 발굴팀은 유적지의 저지대 (lower city)에 위치한 D 구역을 돌아보면서 지반이 약 25센티미터 정도 붕괴된 곳을 살펴보다가 지표면에 드러난 특이한 돌 하나를 주목하였다. 그 돌을 조심스럽게 파내자 제단의 뿔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가드에서 발견된 뿔 달린 제단은 이스라엘 제단과 매우 유사한 블레셋 제단이다. 차이가 있다면 이스라엘 제단은 4개의 뿔이 있는 반면 가드의 블레셋 제단은 2개의 뿔이 있을 뿐이다. 출애굽기 27:1-2 , 열왕기상 1:50절에 따르면, 이스라엘 백성은 각 모퉁이 위에 뿔이 있는 4개의 뿔 달린 제단을 만들었지만, 가드에서 발견된 블레셋 제단은 두 모퉁이에만 뿔이 있는 2개의 뿔 제단이다. 이 제단은 석회암으로 만들어졌으며 높이 1미터, 너비와 폭은 각각 0.5미터의 작은 제단에 속한다.

브엘세바에서 발견된 4개의 뿔 달린 제단
(Photo : 기독일보) 브엘세바에서 발견된 4개의 뿔 달린 제단

오랜 기간 텔 짜피트( Tel Zafit) 곧 가드 발굴에 집중해 온 메이르 교수는 2개의 뿔 달린 블레셋 제단을 이렇게 평하였다; 이 제단의 발견으로 말미암아 서로 적대적인 관계에 있었던 블레셋과 이스라엘 민족은 서로 종교, 문화, 일반 생활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무엘상 13:20절에 두 민족의 원활한 왕래가 기록되었는데, 온 이스라엘 사람이 각기 보습이나 삽이나 도끼나 괭이를 벼리려면 블레셋 사람에게로 내려갔었는데, 곧 그들이 괭이나 삽이나 쇠스랑이나 도끼나 쇠채찍이 무딜 때에 그리하였다. 삼손은 블레셋 여인과 결혼했으며 블레셋과의 갈등으로 목숨을 잃었다(삿 14-16). 다윗은 골리앗과의 싸움으로 믿음의 전면에 등장하였고(삼상 17, 믿음의 데뷰), 사울은세 아들과 함께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같은 날 목숨을 잃는 등 두 민족은 뗄 수 없는 역사의 불편한 고리였다(삼상 31). 2 개의 뿔 달린 제단은 주전 830년 아람왕 하사엘에 의해 가드가 멸망하기까지 블레셋의 제단으로 사용되었다. 주전 9세기 가드의 멸망은 유적지의 같은 시대 모든 지층에서 발견되는 수 천 개의 토기 조각들이 이를 입증한다. 블레셋의 멸망은 곧 유다의 발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메이르 교수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