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영화 <루터>를 추천하며
조석으로 삽상한 바람이 불고 하늘이 높은 것을 보니, 완연한 가을로 들어선 것이 스스로 체감된다. 북핵 위기로 나라가 뒤숭숭하나 이 좋은 계절, 오랜 가뭄 끝에 내린 한줄기 단비와 같이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 주는 일이 있다. 그것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여 우리나라에서도 10월 18일부터 <루터> 영화가 상영된다.
기독교 영화가 개봉될 때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기대 반 실망 반이란 말이 맞는 것처럼, 기독교 영화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기독교 영화에 대한 반응이 왜 그럴까? 영화를 보기도 전에 미리 앞서서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근본 원인이 여러가지 있을 수 있다.
그 원인 중에 하나는 무엇보다 복음에 대한 문화적 사명에 대한 한국교회의 의식 부족을 들 수 있다. 현실적으로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여 버젓한 영화관에서 개봉한다는 것은 막대한 재정을 비롯하여 소위 장기 상영에 성공할 수 있는 많은 필요 충분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비근한 예를 들자면, 많은 난제들을 극복하여 기독교 신앙과 직접 관련된 매우 감동적이며 우수한 영화를 제작했다 해도 그것을 상영할 개봉관을 확보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개봉관 확보는 어려운 벽으로 남게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관은 CGV(133개), 롯데시네마(112개), 메가박스(85개)이다. 3사가 영화관 전체의 92% 이상을 점유(총 좌석수 421,036석 중 389,536석, 2016년 영화진흥위원회 통계 보고)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함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몸부림이 너무나 처절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영화관들은 늘 긴장된 경쟁적 구조상황 속에서, 매출은 생존권 문제이기에 절대적 우선순위이다. 따라서 영화관을 둘러싼 '정글의 법칙'은 흥행의 여지가 보이지 않은 기독교 관련 영화를 외면하고 선호하지 않는다. 그 결과 우수한 기독교 영화라도 전국의 영화관 몇 곳에서 겨우 개봉 상영되는 것에 머무르고, 동원 관객 수도 초라한 성적표를 거두는 것으로 대부분 마감된다.
실제 통계와는 다르게 우리는 한국교회는 1천만 교인을 가진 종교라고 쉽게 말하지만, 기독교 영화는 10만명의 관객 수를 채우는 것도 버거운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로 인해, 기독교 영화의 상영 시간대도 황금 시간대에서 찾기 힘들다. 상영 첫 시간이나 마지막 시간대 상영이 다반사이다. 기독교 영화 상영의 현실은 이처럼 열악하고 냉혹하다.
더구나 이러한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 놓인 기독교 영화에 대한 한국교회(목회자)의 관심은 극도로 저조한 상태에 있다. 기독교 영화 상영에 있어 영화관이 꽉 차고, 텅 비는 것은 거의 대부분 목회자의 관심에 달려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한다. 이는 한국교회의 무관심 속에 기독교 영화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더 큰 어려움은 기독교 영화 상영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다. 극히 일부 목회자들에게 해당하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생각은 기독교 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하기보다 개봉이 끝난 후 교회에서 편하게, 적은 비용으로 관람하겠다는 생각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아예 기독교 관련 영화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개봉된 사실도 모르고 지나쳐 버리는 목회자들에 비해 어떤 면에서 좀 더 나을 지도 모르겠지만, 개 교회에서의 상영은 기독교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에게 큰 어려움을 가져다 준다. 이는 더 좋은 기독교 영화 제작에 걸림이 되고, 영화관 대관을 더 힘들게 만든다.
더 황당한 경우는 교회가 불법으로 다운받아 상영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가끔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형사 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불법적인 일들이 교회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못해 참담한 마음까지 들게 된다.
세계에서 영화관람 1위 국가가 대한민국이라는 말처럼, 한국인의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어느 나라보다 높게 나타난다. 국민 1인당 1년 영화 관람 횟수는 4.22회이다. 2위 아일랜드(4.0)보다, 4위 미국(3.6)보다 월등하다. 영화로 거뒤 들인 한 해 수익만도 2조 2천억 원에 육박한다.
이런 우리의 현실을 목도하며, 한국교회는 여기에서 직시해야 할 것이 있다. 기독교신앙의 문화화와 생활화를 통해 복음선교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한국교회가 진정으로 복음의 생활화, 문화화를 통해 세상을 향해 열려 있을 때, 한국 사회에 기독교 문화가 팽배해지고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며 이 땅에 복음의 뿌리를 깊게 내려 열매를 거둘 수 있다.
문화는 시대의 '창'이다. 그리고 문화는 시대의 자식이며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간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양질의 기독교 영화 제작과 보급에 관심을 쏟고 기독교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매체로 하여, 세상과 소통하는 창으로 만들며 선교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2017년 올해 들어와 유일하게 천만 이상 관람객이 몰린 영화가 <택시운전사>이다. 지나간 역사의 진실을 묻고 대답하는 한 편의 이 영화는 계층과 세대에 관계없이 국민적 많은 반향과 공감대를 이루어냈다.
한 편의 영화가 가지는 대중문화의 힘은 이처럼 대단하다. 한국교회는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영화를 통한 기독교 문화 저변 확산에 관심을 가지고 힘을 쏟아야 한다.
성경적인 기독교 가치가 전도되고 점점 해가 갈수록 진리로부터 멀어져 가는 비틀거리는 포스트모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리의 영혼을 정화시키고, 복음의 진리 안에서 참 자유와 구원의 확신을 가져다주는 한편의 영화 <루터>는 많은 감동과 교훈을 주고 있다.
루터는 면벌부 남용에 대한 토론의 목적으로,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성교회에 95개 논제를 붙임으로써 이미 진행되고 있는 중세 로마가톨릭교회의 붕괴 작용에 쐐기를 박고 타파했다. 그 결과 기독교를 새롭게 갱신시킨 종교개혁운동이 일어나게 하였다.
이번 한 달, 500년 전 그 날을 기념하며 그 뜻과 의미를 되새기는 다양한 기념행사와 학술대회가 있지만, 이 영화보다 한국교회에 분명하고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교파를 초월하여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바로 <루터>이다.
이 가을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면서 제작된 영화 <루터>를 통해, 한국교회가 복음과 말씀의 능력으로 다시 새로워지고 세워지는 계기가 되고, 대한민국이 '라이즈업' 되기를 소원한다.
정상운 교수(한국신학회 회장, 성결대학교 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