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손덕제 교사
(Photo : ) ▲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손덕제 교사

 

 

"동성 학생 두 명이 화장실에서 키스를 하다 학생부로 불려 와도 지도할 수 없게 될지 모릅니다."

울산 매곡중학교 손덕제 교사(울산시교원단체총연합회 이사)는 요즘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교편을 잡았고 최근 7년 동안은 학생부장을 맡아 아이들을 지도해 왔다. 언제나 학생들의 편에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애썼다. 그게 '교권', 즉 '교육할 권리'를 가진 '선생님'이 져야 할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울산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공론화 되면서 그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 조례가 어떤 문제들을 초래할지 그는 쉽게 직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흔히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침해한다"고 하지만 그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 조례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대상은 다름 아닌 학생들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 건, 교사 자신 때문이 아닌 학생 때문인 까닭이다.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이는 매우 단편적인 시각일 뿐, 이미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비행'을 자칫 이 조례가 양성화 할 수 있다고 그는 우려한다. 그럴 경우 피해를 입는 건 결국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일부 여학생들이 모여 '낙태계'를 조직한 일이 있었습니다. 성관계를 갖고 임신을 하면 서로 돈을 모아 낙태 수술을 받게 한 겁니다. 임신과 출산을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서울이나 경기도 등에서 이미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를 보면 차별금지 사유 중 임신과 출산이 있습니다. 물론 그 취지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예로 든 낙태계처럼 매우 큰 위험성 또한 내포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임신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낙태가 조장될 수 있고, 임신의 전제인 성관계 또한 문란해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이 밖에도 많은 문제들이 야기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나 이런 염려는 손 교사의 막연한 추측이 아니다. 오랜 교사 경험과, 학교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 그는 몇 가지 예를 더 들었다.

"수업을 방해해 복도에 나가있으라고 해도 학습권을 주장하며 나가지 않습니다." (제8조 학습에 관한 권리)
"수업시간에 계속해서 잠자는 학생을 깨울 수 없습니다."(제10조 휴식권)
"일탈행동을 하는 소위 '일진회'나 성관계를 위한 동호회를 만들어도 지도를 할 수 없게 됩니다."(제13조 사생활의 자유)
"술, 담배를 발견해도 지도할 수 없으며, 의심이 되더라도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없습니다."(제13조 사생활의 자유)
"생활기록부 내용이 마음에 안 들면 고쳐달라고 요구하며 이를 자신의 권리라고 주장합니다."(제15조 개인정보를 열람할 권리 등)
"이러한 내용들을 지도하며 진술서와 반성문을 써오라 해도 쓰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거부합니다."(제16조 양심, 종교의 자유)

 

울산 학생인권조례 공청회
▲지난달 24일 '울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을 당시 공청회 장소였던 울산시의회 밖에서 제정에 반대하는 이들의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손 교사는 "학생인권이라는 포장지 속에 이처럼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독소조항들이 너무 많아서 선생님들이 올바른 교육과 생활지도를 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런 학생인권조례의 근본적인 문제는 '미성년자'인 학생들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데 있다고 손 교사는 지적한다. 영화조차 '19금'을 정해 미성년자의 시청을 제한하는 건 그들이 아직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판단하는 데 있어 미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과 같은 것을 섣불리 차별금지 사유로 정한 학생인권조례가 정말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그는 주장했다.

손 교사는 또 "학생인권조례 제정 문제로 인해 학생과 교사가 대립되는 모양으로 비춰져서 안타깝다"며 "이 조례가 제정되면 사랑과 열정을 다해 학생들을 가려쳐온 선생님들이 그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그렇게 교사들이 하나 둘 교육 현장을 떠나면 그로 인한 피해 역시 학생들이 보게 되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편, 지난 2010년 우리나라 최초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경기도의 한 교사는 "조례 제정 후 학생들 사이에서 '조례가 있는데 내가 이걸 왜해?'라는 인식이 파다해졌다. 이로 인해 교사들이 학생 지도에 애를 먹고 있으며, 특히 학부모와의 대화를 꺼리는 분위기가 생겼다. 학생들의 의무보다 권리를 강조한 조례가 교사들을, '을'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교사는 '가장 무관심한 교사'라는 웃지 못할 현실이 안타깝다"며 "교사들이 '오늘 하루도 무사히'라는 말로 서로 인사할 만큼, 교육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의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