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소득 과세체계를 나타내고 있는 그림

(Photo : ) ▲종교인 소득 과세체계를 나타내고 있는 그림

 

'종교인 과세'가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2년 유예'와 같은 별도의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때문에 종교계는 물론 사회에서도 이것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관련된 논점이 대부분 '찬반'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사회 여론은 대체로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종교계에선 찬반 양론이 비등하다. 그런데 이제는 여기에서 한 발 물러나, 과연 종교인 과세가 실제 어떻게 법제화 되어 있는지를 보다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교계 한 연합기관에서 이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는 "많은 종교인들이 과세의 당위성만 논할 뿐, 이미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 구체적인 법령을 알지 못한다"며 "결국 종교인 과세의 범위도 법이 정할 것"이라고 했다.

'비영리법인 종교단체'는 과연 몇 개나 있나?

소득세법 제21조(기타소득) 1항 26호가 규정하는 '종교인 소득'은 "종교 관련 종사자가 종교의식을 집행하는 등 종교 관련 종사자로서의 활동과 관련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교단체로부터 받은 소득"이다.

그러니까 이런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여기에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종교인의 소득이라고 해서 다 과세 대상이 되는 건 아니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교단체'에서 받은 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린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41조(기타소득의 범위 등) 14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종교단체'란 종교를 목적으로 「민법」 제32조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그 소속 단체를 포함)을 말한다"고 명문화 하고 있다.

 

종교인 과세
▲종교인 소득을 정의한 소득세법 제21조(기타소득) 1항 26호(위)와 '종교단체'의 범위를 규정한 소득세법 시행령 제41조(기타소득의 범위 등) 14항.

 

즉, 실제 과세의 대상이 되는 종교인 소득은, '종교 관련 종사자가 종교의식을 집행하는 등 종교 관련 종사자로서의 활동과 관련하여 종교를 목적으로 「민법」 제32조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과 그 소속 단체에서 받은 소득'인 것이다.

 

다시 말해, 종교인이라 할지라도 비영리법인이 아닌 종교단체에서 얻은 소득은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문제는 그런 곳들이 상당수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한국교회에는 약 200개의 교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 중 유지재단 등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그 아래 소속 교회나 단체를 두고 있는 곳은 일부 대형교단 정도 외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타종교도 대동소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한 과세 당국

그렇다면 종교인 과세 시행을 약 5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과세 당국은 그 대상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하고 있을까? 기획재정부에서 이 문제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한 채, 마치 종단 측이 그 숫자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실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과에 문의한 결과 "비영리법인 종교단체는 각 지체별로 관리하고 있다"며 "얼마전 이를 취합해 조사한 결과 현재 그 숫자가 1,344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문체부 측에 따르면 이 수는 말 그대로 비영리법인의 그것이고 그 소속 단체까지는 포함하지 않는다. 참고로 전국에 있는 교회와 기독교단체의 수는 대략 5만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미 법령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서 이를 근거로 한 살태 파악이 당연히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비영리법인과 그 소속 단체'라고 할 때, 과연 '소속'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영리법인이 없는 A교단이 비영리법인인 한 연합체의 회원일 경우, A교단은 비영리법인의 '소속 단체'라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A교단에 속한 교회까지 그렇다고 볼 수 있을까? 교단의 유지재단에 재산을 맡기지 않은 교회는 또 어떻게 볼 것인가?

교계 한 관계자는 "법령 대로라면 사실상 많은 종교인들이 '종교인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세금을 피하려고 일부러 비영리법인화를 하지 않으려는 곳도 늘어날 수 있다. 조세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종교인 과세의 취지가 무색해 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종교인 과세
▲과거 진행됐던 종교인 과세 간담회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그 밖의 문제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단체들이 비영리법인화 해 세금을 내면서 '제도권 종교'라는 명분을 가지면, 자칫 이것이 기존 종교단체들과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종단 사이에서도 과세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계 한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에 대한 지금의 법령은 종교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정부 측 인사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게 사실"이라며 "그 동안 상호 논의의 자리는 별로 없었고, 그나마 종교 내부에서는 이 주제로 여러 차례 토론을 했지만 그마저 주로 과세의 당위성이나 찬반을 논하는 원론적인 것에 머물렀다. 즉, '종교인 과세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선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김진표 의원이 '2년 유예'를 언급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자 그 동안 메뉴얼도 공개하지 않던 정부 측이 부랴부랴 종교계 인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진작에 이런 소통이 있어야 했다.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