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교통계 분야의 석학인 토드 존슨 박사가 "세계 기독교 인구가 남쪽으로 놀랍게 이동했다"면서 "이같은 이동이 전 세계 기독교인의 삶과 건강에 도움이 되려면 새로운 구성원들의 신선한 관점에 기초한 신학적 성찰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 오전 사랑의 교회에서 열린 '글로벌 기독교(Global Christianity) 이해와 선교적 대응' 세미나에서 강사로 나선 토드 존슨(Todd Johnson) 박사는 기독교의 역사, 세계의 종교, 세계선교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아시아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존슨 박사는 데이비드 버렛(David Barrette) 박사의 뒤를 잇는 세계선교통계 분야의 대표적 인물로, 세계 기독교 현황 통계(Status of Global Christianity, 2017, in the Context of 1900~2050)를 만들고 월드크리스천데이터베이스(World Christian Data Base)를 운영 중이다.
또 전 세계 기독교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기독교총람(Atlas of Global Christianity)의 저자로서 통계의 변화가 세계 기독교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탁월하게 분석해왔다. 그는 '미전도종족' 개념을 창시한 선교학의 선구자인 랄프 윈터 박사의 막내 사위이기도 하다.
남쪽으로 이동한 기독교
토드 박사는 "지난 100년을 통틀어보면 그리스도인은 세계 인구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해왔다. 언뜻 보면 지난 100년 간 세계 기독교의 변화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역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독교 인구는 2000년 동안 많은 변화를 거쳐왔는데, 주후 923년까지는 남반구(아프리카와 아시아)가 다수였다. 그랬던 것이 그 이후부터 1981년까지 유럽이 앞섰다가, 이제 1000년 만에 다시 남반구에 기독교인이 더 많은 상황이 되었다.
1910년까지 기독교 인구의 66%가 유럽에 살았으나 2010년에는 25.6%로 줄었다. 반면, 1910년에는 전체 기독교인의 2%가 아프리카에 살았지만 이후 급상승해 2010년에는 22%까지 올랐다. 북반구의 경우 1910년에는 모든 기독교인들 중 80% 이상이 이곳에 있었으나 2010년 그 수치는 40% 아래로 떨어졌다.
▲각 대륙별 기독교 인구의 변화 추이. ⓒ화면 캡쳐. |
토드 박사는 "아프리카는 출산율이 지금도 매우 높다. 아프리카에서 수 많은 회심이 일어나고 있으며, 사하라 남쪽 부족에서 기독교인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가파른 출산율은 아프리카의 기독교 성장세의 가장 큰 변수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드 박사는 또 "유럽과 아시아를 비교하면, 아시아의 출산율이 더 높고 아시아는 여전히 인구의 회심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지금까지 회심이 많이 일어나긴 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회심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며, 아시아 기독교인들의 비중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기독교의 탈서구화 필요성
그렇다면 기독교의 남반구 이동이 세계 기독교의 삶을 증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토드 박사는 "기독교는 가족적이고 공동체적인 특징을 가진 신앙으로써, 독일과 같은 서양의 개인주의적인 경향보다 중국인들의 공동체적인 경향에 더욱 가깝다. 우리가 그동안 개인주의적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 작성한 교과서, 신학 서적, 역사서를 배우면서 우리 안에도 이미 개인주의적 신학적 기초가 들어와 있을 수 있다"면서 "기독교는 아시아에서 시작된 종교로 처음 1000년 동안은 아시아의 기독교인들이 다수였고, 80년대 이후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기독교 인구가 훨씬 많아진 사례에도 불구하고, 지난 400년 역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를 서구 종교로 인식하는 틀이 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많은 이들이 이같은 심도 깊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적인 세계관이 성경이 묘사하는 삶의 방식과 어떻게 실제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질문할 수 있다"면서 "왜 이것이 중요한가? 각각의 문화가 전 세계 기독교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말레이시아 감리교회 화융 감독이 질문했듯이 '아시아 기독교의 미래가 바나나(독일인들의 훈련을 받은 중국 기독교인들처럼, 아시아 기독교인들이 겉으로는 노랗(동양)지만 속으로는 하얀(서양))가 될 것인지, 망고(중국의 세계관을 유지한 중국 기독교인들처럼, 아시아의 기독교인들이 겉도 속도 노란)가 될 것인지' 묻게 된다. 만약 세계적 기독교의 몸을 이루는 새로운 구성원들의 신선한 관점에 기초한 신학적 성찰이 따르지 않는다면, 기독교의 인구 인동이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치앙마이 신학교 김대순 선교사도 "아시아 교회가 직면한 최대의 과제는 선교사와 지역교회 지도자들 모두 성육신의 원리(상황화)를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상황화가 너무 이뤄지지 않아 지역 주민들에게 기독교가 너무 이국적으로 보이고 말았다"고 말한 바 있다.
토드 박사는 "모든 문화는 기독교에 기여할 수 있는 요소를 갖고 있다. 그러나 또한 엇나갈 수 있는 요소들도 분명히 있다. 탈서구화를 한다고 할 때, 우선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온전하게 만드는 다양한 신학적 기여가 가능한 모든 문호를 열어놓아야 하고, 이같은 은사들은 복음의 정신에 진정으로 기여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각 문화마다 자신의 문화에서 기여할 것들을 놓고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리고 나서, 서구 신학이 갖고 있는 약점에 대해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지적할 필요가 있다. 서구 신학이 복음에 가장 부합하고 있다고 무조건 전제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복음주의자로서 자유주의 신학으로 가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복음의 이해를 풍성하게 하려는 노력과 서구 신학이 가진 신학적 맹점을 고쳐가는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강혜진 기자 |
토드 박사는 기독교의 분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2025년에는 교단 수가 55,000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세계 기독교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232개국에 속한 교단들은 많게는 수 백만부터 적게는 100명 미만의 회원들을 가진 다양한 규모를 갖고 있다"면서 "물론 다양한 전통을 가진 다양한 교단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일 수 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신학적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게 신학을 배우는 것은 좋지만, 너무나 분열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복음주의자들이 이같은 분열을 약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내가 정말 그리스도인'이라면서 다른 사람들의 신앙에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복음주의자는 분열주의자가 아니라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화해자여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강조해도 자꾸 교단이 계속 늘어나 통계 리스트에 추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선교 현황과 실천 과제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독교 전도가 불신자에게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85%가 넘는 기독교 전도활동은 다른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불신자들에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선교사 파송은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놀라운 것은 남반구 출신 선교사들이 다른 기독교인들을 향한 선교에 주로 쏠리고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이미 기독교가 존재하는 곳으로 간다 △기독교인들이 무슬림, 힌두, 불교도와 접촉이 없다 △세계의 도시와 빈민가를 향한 선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 복음이 전 세계에서 선포되지 못하고 있다 △전도와 사회적 참여는 완전히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고서는 향후 기독교 선교의 실천 과제로 △교단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정체성을 먼저 앞세운다 △선교의 경쟁과 중첩성을 피한다 △세계 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는다 △세계 종교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강화한다 △선교지의 주요 학교와 전통을 이용해 종교를 가르친다 △종교적으로 다양한 공동체와의 상호 작용을 강화한다 △공손함을 갖춘다 등을 제시했다.
미션파트너스 한철호 선교사는 "우리가 창의력을 가지고 성육신적인 삶을 살아내면서, 이같은 논의를 현실화해나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