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목사(팰리세이드교회)
김성민 목사(팰리세이드교회)

가을이 지나가며 바람이 많이 불었던 지난 주로 마당의 낙엽이 거의 다 떨어졌다. 나중으로 미루었던 낙엽 청소를 한꺼번에 하려고 하니 이틀에 걸쳐 8시간 정도 걸렸다. 바람 부는 기계를 사용하여 뒷마당에 떨어진 낙엽을 불어 앞마당으로 옮기는데 요령도 실력도 없었던 나에게는 참으로 힘이 든 과정이었다. 하지만 하루를 그렇게 하고 나니 실력이 붙어서 다음 날에는 어렵지 않게 낙엽을 집 앞 길가에 모아둘 수 있게 되었다. 힘든 작업을 하면서 보람도 있었고, 과거 한국에 있을 때에 빗자루로 길거리를 청소하던 청소부 아저씨들의 고생이 갑자기 생각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해가 저물어 더 이상 일을 할 수가 없어서 몸에 먼지를 털고 집 안으로 들어왔을 때에 가족들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들리기는 했는데 확실히 무슨 말인지 금방 알아채지 못했다. 그 이유는 오랜 시간 큰 소리를 내는 기계를 등에 메고 바람을 불었기 때문에 잠깐이었으나 나의 귀가 고장이 난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저녁 식사 중 오른 손이 젓가락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렸다. 새로 구입한 기계를 필요 이상 힘을 주어 잡았기 때문이었다. 그날 먹기는 먹었으나 힘들게 먹었고, 가족들과 함께 있었으나 나 혼자서 있었던 것 같았다.

성도가 세상 살면서 귀에 들리는 이야기와 손에 잡히는 감각만을 의지하며 산다면 이러하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세상이 들려주는 혼란스럽고 요란한 그 큰 소리 만을 듣고 산다면 귀가 마비되고 손이 떨려서 하나님의 말씀과 그 은혜를 체험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 울림 때문에 교회에 와도 설교 말씀이 제대로 들리지 않고, 소그룹 구역모임을 가도 형제자매와 사랑을 주고받을 손을 잡을 수 없으며, 혼자 있을 때에도 그 혼란한 울림으로 인하여 평안을 얻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믿음으로 사는 성도는 자신의 귀를 헤드폰으로 덮는 것 같은 영적인 필터가 필요한 것이다. 그 때에 비로소 영적인 건강함을 잃지 않게 된다.

하나님은 “내 아들아 들으라 내 말을 받으라 그리하면 네 생명의 해가 길리라 내가 지혜로운 길을 네게 가르쳤으며 정직한 길로 너를 인도하였은즉 다닐 때에 네 걸음이 곤고하지 아니하겠고 달려갈 때에 실족하지 아니하리라” (잠언 4장 10-12절) 라고 말씀하시며 무엇을 듣고 살아야 하는지 말씀하신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살아야 하며, 그 말씀을 필터로 삼고 살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는 바람 부는 기계가 반복적으로 회전하며 들려주는 것과 같은 세상 성공의 소리가 아니라 성령님께서 마음에 들려주시는 진리의 말씀으로 방패삼아 어떠한 소리가 들려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사람으로 우뚝 서야 하는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선지자들을 보면 얼마나 많은 괴로운 소리들이 그들에게 들렸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하나님 말씀으로 그 귀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온몸에 두려운 울림이 찾아온다고 하여도 그들이 입만 열면 하나님의 말씀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오늘도 우리 귀에 들리는 여러 소식들로 인하여 쉽게 낙심과 절망을 경험한다. 그리고 의심의 수렁에 빠질 때가 많다. 하지만 하나님은 주신 말씀으로 방패를 삼아 믿음으로 살아가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그 때에 세상에 영향을 받고 이리저리 구부러지는 이름만인 신앙생활이 아니라, 담대한 믿음으로 모든 일을 감당하며, 말씀하신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이시고 능력의 주님이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