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목사(팰리세이드교회)
김성민 목사(팰리세이드교회)

저녁 식사 때가 되어 무엇을 먹을까 고민 하던 중 불판(BBQ Grill)에 무엇을 좀 구워먹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준비하지 못한 이유로 포기하려 하던 차에 바다에서 직접 잡아 온 생선이 냉동실에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기억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굽기에는 알맞지 않았지만 무엇인가 구워먹고 싶다는 욕망이 더 큰지라 얼어있던 생선을 굽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낮은 온도에 녹으며 구워지고 있던 생선에서 냄새가 많이 났다. 그 냄새는 말 그대로 생선 냄새였다. 이대로 놓아두면 가족들의 책망(?)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바로 몇 분 전, 맛이 있을 것을 장담한 나의 목소리가 나의 귀에 자꾸 메아리쳐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코에 들어오고 있는 현실의 냄새는 아직도 시골 시장에서 쉽게 맡을 수 있는 것이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던 중 냉장고에 있던 레몬을 손에 잡히는 대로 전부 가지고 나왔고, 양념통에 있던 후추 가루와 소금 그리고 비린 냄새를 없앨 생각으로 파(Green onion)을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가족들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동안 레몬을 있는 힘을 다하여 짜내고, 후춧가루와 소금 그리고 익으면 걷어버릴 생각으로 손으로 파를 뜯어 익어가는 생선 위에 이름표 같이 올려놓았다. 한마디로 응급처치를 한 것이다.

바짝 구워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냉동실에서 곧장 나온 관계로 곱게 구워지지 않았다. 여기저기 살이 뜯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부서지는 살을 모아가며 레몬과 소금 그리고 후추와 파로 나의 체면을 살리려 애를 썼다. 그리고 드디어 가족들 그릇위에 구운 생선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길게 느껴진 침묵 후, 가족들 얼굴이 행복해 지면서 너무나 맛있다고 말해주었다. 나도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도 조금 먹어본 순간 본래 맛있는 생선에 레몬의 시큼함, 소금의 짭짤함, 후추의 독특함, 그리고 파의 신선함이 그 맛을 말도 못할 정도로 높여 주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때 "나도 생선과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의 본래 모습은 비린 냄새를 내던 생선과 같았지만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의 양념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생각이다. 하나님의 수고와 사랑의 은혜로 소금과 레몬을 뿌리셔서 비린 냄새를 제거함과 동시에 맛나게 하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곰곰이 더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썩어서 영원히 죽을 수밖에 없던 사람이지만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의 공로로 그 피가 나에게까지 뿌려지게 되었고, 사랑의 향이 나에게 임하여서 더 이상 악취가 나는 것이 아니라 향기를 내고 또 다른 곳에 소금의 역할로 맛을 내는 인생이 되게 하신 것이다. 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가? 하나님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마태복음 5장 13절)라고 말씀하신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짠 맛을 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소금의 맛을 내고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예수 믿는 성도들은 세상에서 적극적으로 복음의 맛을 내야 한다. 어둡고 맛없는 세상에서 살맛나게 하는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기 때문이다. 그날 무엇을 뿌려 이렇게 맛을 냈냐고 자꾸 물어보는 가족에게 “사랑”을 뿌렸다고 말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마음인 “십자가 사랑” 으로 맛을 냈기 때문이다. 십자가의 사랑은 가장 좋은 재료요 양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