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담임목사
김성민 목사(팰리세이드교회)

버리지 못하는 구두가 한 켤레 있다. 가족들에게는 시대에 뒤쳐진 구두라고 놀림을 받기도 하는 구두다. 하지만 나에게는 참으로 좋은 것이다. 그 구두는 이전에 벌써 버릴 수도 있었던 것이었지만 마음을 바꾸어 몇 번씩 고쳐 신은 지 거의 6년이 넘어간다. 그 동안 적어도 6번은 넘게 구두 수선 집에서 밑창을 갈았던 가죽이 늘어 날대로 늘어난 구두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만한 구두가 없고, 그렇게 편한 것이 없다. 사람들이 무슨 표현을 써서 버려야 할 구두라고 말해도 나에게는 최고의 구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주 또 다시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다가 왔었다. 밑창이 닳아서 양말이 보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말 버릴 때가 왔는가보다”... 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또 다시 버릴 수가 없었다. 그 구두를 생각하니 지난 6-7년의 모든 일들이 갑자기 생각났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버리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결국 실패 하고 말았다. 다음 날 그 구두를 수선 집(Shoe Repair)에 맡기었기 때문이다. 구두 수선 집을 나올 때에 나의 마음은 한결 편안해 졌고, 이번에는 그 구두가 어떻게 변장을 하고 나타날지 기대가 되었다.

나는 그 구두를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나를 늘 편안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길이 좋지 않아서 불편할 수밖에 없을 때나 혹은 날씨가 더워 땅이 뜨거울 때 그리고 더러운 길에서도 그 구두는 나에게 늘 편안함을 주곤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오래된 구두를 생각하면서 섬김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섬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섬김을 받는 것에 익숙하다. 그래서 종종 다른 사람들에게 편안을 제공하는 일보다는 내가 먼저 편안하게 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산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마가복음 10장 44-45절) 라고 말씀하신다. 내 발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맞는 인생 그리고 주위에 내가 섬겨야 할 분들에게 맞는 인생이 되라고 하시는 것이다. 내 주위에 누가 있을까? 먼저는 가족들이 있다. 가족들에게 꼭 맞는 나인가? 또한 일터에서 나는 함께 하는 자들에게 꼭 맞는 사람인가? 그리고 교회에서 다른 성도들에게 꼭 맞는 성도인가?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생각 끝에 부끄러워진다. 내가 꼭 맞는 자가 되기 위하여 노력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꼭 맞지 않음을 말하며 내가 더욱 높아지려고 했던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다른 사람의 신발이 되라고 하신다. 내가 있음으로 웃음이 넘치고, 내가 있음으로 감동과 감격이 생기고, 내가 있음으로 격려를 받고 위로를 받으며, 내가 있음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그들에게 역사하시는 그들에게 맞춤형 형제와 자매가 되는 것이다. 구역에 꼭 필요한 성도, 교회에 항상 필요한 섬김이, 세상에서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바로 예수님을 닮은 하나님 자녀의 모습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섬김의 길을 통하여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십자가를 전달하라고 오늘도 말씀하신다.

나에게 그 오래된 구두가 귀중한 이유는 언제 신어도 나의 발바닥 모양 그대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린다는 소리는 당분간 하지 않을 예정이다. 다른 신발도 좀 신으라고 가족들이 아우성이다. 하지만 그 구두가 좋은 걸 어떻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