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이스라엘의 왕중에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솔로몬이다. 그는 강대국 사이에 낀 작은 이스라엘의 왕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당시 근동에서 상당한 부귀영화를 누렸다. 그가 남긴 지혜서를 유대에서는 코헬렛(저자주–천주교에서는 같은 이름으로, 개신교에서는 전도서라 부른다)이라 하는데, 반복되는 주제는 인생이 결국 헛되다는 것이다. 그런데 헛되다는 관찰에 그치지 않고 지혜로운 삶을 위한 두 가지 마음가짐을 권유하는데 그게 지금 우리 로마인에게도 기막히게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코헬렛 7장 2절에 이런 말이 나온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치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끝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자는 이것을 그의 마음에 둘지어다.” 이 말은 유명한 라틴어 경구 하나를 생각나게 한다. 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이 말이 언제 쓰이는가. 수도 로마로 개선장군이 환호를 받으며 행진할 때면, 뒤에서 노예 하나가 장군에게 이 말을 외치는 관행이 있다. 메멘토 모리. 너도 결국 죽을 것임을 기억하고 교만해지지 말라는 경계인 셈이다. 로마 지도층의 도덕성은 참으로 비범한 구석이 있다.

그럼 죽고야마는 이 허망한 인생을 비관하며 살 것인가. 솔로몬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코헬렛 9장 9절이다.

“네 헛된 평생의 모든 날에 네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지니라. 그것이 네가 평생에 해 아래에서 수고하고 얻은 네 몫이니라. 네 손이 일을 얻는대로 힘을 다하여 할지어다.”

한편 우리 시대의 시인 호라티우스(Horatius)는 이런 싯구를 남겼다. Carpe Diem, Minimum Credula Postero. 카르페 디엠, 미니멈 크레듈라 포스테로. 오늘을 잡아라, 내일은 거의 믿지 말고. 다가올 죽음을 의식하기에 오늘을 더욱 충실히 살라는 시인의 충고는 어쩌면 그리 솔로몬의 지혜와 서로 통하는지. 그러나 탄복 뒤 불현듯 스치는 예감. 대부분의 인생들은, 시인의 의도와 정반대로, 내일은 알 수 없으니 부어라 마셔라 인생을 낭비하는 데로만 달려가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