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학: 복음 중심적 설교의 설계와 전달

줄리어스 킴 | 부흥과개혁사 | 396쪽 

매주 설교하는 사람이 되면, 자동으로 설교를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줄 알았다. 내가 설교를 못하는 이유는 설교할 만한 기회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막상 설교를 매 주 몇 편씩 하는 자리에 서게 되니, '설교가 무엇인지', '어떤 설교가 좋은 설교인지'에 대한 의문이 더 커진다. 하면 할수록 내가 하고 있는 설교의 행위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익숙해진다'는 것은 참 위험한 것 같다. 굳어진 나의 잘못된 습관들을 전혀 문제라고 여기지 않게 되는 까닭이다.

그런 익숙함을 깨기 위해 필요한 게 뭘까? 기준의 재확립이다. 설교에 관하여 '바른 것 과 옳은 것'을 다시 눈으로 확인하고 마음에 새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설교자는 때때로 돌아가야 할 교과서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설교자가 종종 돌아가야 하는 교과서 같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인데, 저자는 설교자에게 필요한 설교의 이론과 실제 전반을 다 다루고 있다. 하나하나의 주제를 다루는 분량이 너무 적다고 느껴질 수 있고, 그 한계로 인해 소개만 하고 지나가는 부분들이 보인다. 이 부분에서 조금 더 실제적인 제안들이나 예시가 더 많았으면 하는 부분들, 좀 더 선명하게 개념을 정리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 다뤄야 할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한번에 정리할 수 있을 만큼의 분량으로 정리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교과서들이 그러하듯 모든 내용을 다 설명하기보다(그 기능을 하는 것은 참고서나 전과라고 불리는 책일 것이다), 꼭 정리해야 할 것들과 가장 선명하게 생각해야 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그것이 이 책의 목적이고 그 목적에 충실한 책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훌륭하게 그 기능을 할 수 있는 적절한 '설교학' 교과서를 보여주었다.

저자는 설교자의 역할을 왕의 사신(=전령)에서 찾는다. 왕의 사신이라는 비유를 통해 '설교자가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설교의 내용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설교에 있어 전달 방식에 대한 고민은 필요한가?' 등과 같은, 다양한 설교자로서 하게 되는 질문들에 대해 선명한 답을 제시한다.

나는 저자의 이러한 정리 대부분이 이제껏 설교자로 살았던 약 15년의 시간 경험상 '옳다'고 생각한다. 설교자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이들이라면, 이 부분에서 '설교자의 위대한 사명'을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책의 구성은 1부에서 설교자가 성경 본문에서 메시지를 찾는 방법, 2부에서 본문의 연구 결과 속에서 '그리스도'를 찾아 전하는 것, 3부에서 설교 메시지의 구성과 조직의 구체적 제안들, 4부에서는 설교 전달의 기술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내용과 전달 두 측면을 함께 강조하는 저자의 처음 논리를 좀 더 구체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간다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가능한 한 가장 보편적인 개념들로 설교학 이론들을 펼쳐 나간다. 신선하고 새롭다는 느낌보다는 전통적이라는 느낌이 더 많을 것이어서,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하고 읽었다가는 실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신선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2천 년 교회의 역사 속에서 이미 검증된 가장 보편적 설교론을 전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특별히 저자가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해야 한다며 펼치는 2부 전체 내용은, 오늘 잊혀가는 부분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는 한 시대의 유행이 아니라, 근본적이며 성경적이고 심지어 실천적이기까지 하다는 그의 논리 전개, 그리고 구약과 신약의 본문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하는 방식들에 대한 예를 보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가장 하고 싶었던 메시지의 중심이 이곳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왕이 사신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의 중심은 늘 왕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깊이 공감하며 지금 나의 설교나 내가 듣고 있는 설교들에 대한 기준을 재정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 3부에 있는 설교의 설계와 관련된 부분 역시 매력적이었다. 다양한 현대의 이론들과 함께 설교의 구성 부분에 대한 실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청사진들을 제시하고, 마인드맵으로 그러한 설계의 실제를 보여 주었다. 혹여 너무 오랫동안 똑같은 틀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던 설교자라면, 이 부분을 통해 자신의 설교의 청사진을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당신이 늘 설교하지만 '설교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말을 주저하게 되는 설교자라면, 이 책은 그러한 익숙한 개념들을 선명하게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 만약 당신이 설교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이거나 설교에 있어 초년생이라면, 이 책은 그 설교자의 영광이 어떠하며, 그 영광을 품고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부분부터 설교 전반에 대한 설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유익이 있게 할 것이다.

"오직 소수의 사람만이 선택되었고, 오직 소수의 사람만이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설교자들에게는 모든 왕의 왕께서 자신의 왕국을 개시하고 세우기 위해 행진하실 때, 그분을 대변하는 일에 관련되는 것보다 더 명예롭고 더 영광스러운 일은 없다. 세상의 많은 사람이 어리석다고 여기는 수단을 통해서 말이다(269쪽)."

/조영민 목사(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나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