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희 상담사
한수희 상담사

“삶은 행복해야만 한다”는 전제는 과연 옳은 것인가? 그것은 그릇된 신념이다. 오히려 삶은 문제의 연속이다. 삶이 힘들다는 것은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말한다. 문제가 생기면 어떤 문제냐에 따라 우리는 절망, 비애, 슬픔, 외로움, 죄책감, 후회, 분노, 두려움, 걱정, 고뇌, 좌절 같은 감정을 일차적으로 느낀다. 이런 불편한 감정들로 인해 문제를 직면하기 보다는 고통의 감정을 피하려 하는 성향을 갖는 것은 본능적인 반응 일 수 있다.

그러나 칼 융은 “신경증(노이로제)이란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을 회피한 결과다”라고 했다. 문제를 직면하지 않을 때, 결국에는 피하려 했던 그 고통보다 피하려 하는 마음이 더 고통스러워진다는 것을 시사하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신경증 자체가 가장 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통을 피하는 대신 문제 해결의 고통을 자기 훈육을 통해 건설적으로 다뤄야 한다.

여기에서 도출되는 개념이 바로 회복 탄력성이다. 회복 탄력성이란 스트레스나 역경을 적절하게 다루고 이겨나가는 개인의 능력, 또는 잠재적인 힘을 의미한다. 역경과 어려움에 잠식 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공과 성장의 원동력으로 사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스트레스라는 공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유리와 나무와 고무로 만들어진 세 종류의 공이 있다. 각각의 공을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산산 조각이 날 유리 공과 떨어진 채 바닥에 있을 나무 공과 바닥을 치고 튀어 오르는 고무 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회복 탄력성은 고무 공을 쥐고 바닥에 던지는 것과 같다. 역경과 고난을 스프링보드 삼아 떨어뜨린 높이 보다 더 높게 튀어 오르도록 하는 성장의 과정이 바로 회복 탄력성인 것이다.

회복 탄력성의 세 가지 주요 요소는 자기조절 능력과 대인 관계 능력 그리고 긍정성이다. 자기 조절 능력에는 감정 조절 능력과 충동 통제 능력뿐 아니라 원인 분석력이라는 아주 중요한 능력이 포함된다. 원인 분석력이라 함은 당면하고 있는 사건에 대한 긍정적이고 객관적이고 정확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능력을 갖는 것을 말한다.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에 따른 결과가 도출 되었을 때, 그 원인과 결과의 상관 관계를 해석하는 개인의 관점 혹은 믿음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 지 살펴보자.

나에게 나쁜 일이 생겼을 때, “내가 그렇지 뭐. 나한테는 나쁜 일들이 일어나게 마련이지.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 될 꺼야.” 라고 해석하는 사람은 유리 공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아주 사소한 작은 일조차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나쁜 상황을 지극히 개인적으로, 영속적으로, 보편적으로 해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서 불필요한 불행을 껴 안고 살게 된다.

반면 이런 사람도 있다. “이번에는 이런 일이 일어났네.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부분을 고쳐나가면 다음에는 이런 일을 방지할 수 있겠군” 고무공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는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의 해석은 어떻게 달라질까?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지 뭐. 어쩌다 보니 운 좋게 이런 일도 생겼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는 보장은 없잖아” 좋은 일을 통해서도 불안을 자초하는 유리 공을 쥔 자들의 반응이다.

“이런 일이 생긴다니 참 감사하네. 다음에도 이런 좋은 일이 일어나도록 지금처럼 열심히 준비해야 하겠는걸” 감사를 통해 행복을 누리는 고무공을 쥔 자들의 반응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심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스스로 불행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더 평가절하하고, 편견에 사로잡혀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주변에 이상하고 나쁜 사람이 많다고 느끼게 되고, 그로 인해 긍정적인 대인관계를 갖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회복 탄력성의 중요한 요소인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또한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실수를 대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며 자신의 실수를 보다 잘 ‘모니터링’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반면 회복 탄력성이 낮은 사람들은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고, 실수를 두려워하는 소심한 사람들이며, 역경과 실수를 회피하려는 성향이 높다. 삶에서 긍정적인 태도가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바로 감사와 직결 되기 때문이며, 감사를 발견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개입하신 하나님의 흔적을 발견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든 일을 자기 힘으로 완벽하게 이뤄야 한다는 완벽주의를 벗어나야 하며,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를 전적으로 인정하고, 사랑의 언약을 굳게 믿음으로 불안을 소망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 속에서 자신을 연단하고 그 과정에 오히려 감사하며 살 때 우리는 두려움없이 고무공을 튕기는 사람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말이 쉽지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특별히 회복 탄력성을 높게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따로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회복 탄력성은 일반적인 사람에게서 찾아볼 수 있으며 도전과 자기 훈육의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능력이다. 자기 훈육이란 비본능적인 것이 제2의 본능이 될 때까지 스스로에게 비본능적인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문제는 고통을 피하지 않고 고통에 대항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이 해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당신은 문제의 일부가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