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소동과 종교
1994-1997년 국내외 언론에 연속 공개된 외계인 해부 장면 동영상으로 큰 소동이 인 적이 있다. 이 동영상들은 1947년 미국 로스웰에 불시착한 외계인 시신의 해부 동영상이라고 알려졌다. 그 진위에 대한 여러 논란이 벌어졌다. 이를 분석하기위해 방송에 출연했던 미국 영화 관계자들은 '동영상들이 모두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것 같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급기야 이 동영상 자료는 1997년 우리나라 공영방송(KBS 일요스페셜)에 까지 등장하여 우리 사회에도 아주 큰 충격을 주었다. KBS는 이 방송을 통해 외계인 사상이 이제 종교화되어가고 있다는 암시를 주기도 했다. 이 외계인 문제의 종교성에 대해서는 이미 1994년 NASA가 발표한 화성 미생물 운석 소동이 벌어졌을 때에, 주간지인 한겨레21이 표지 특집 기사를 통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보도한 적이 있었다. 당시 기사는 화성 생명체 운석 발견은 종교, 특별히 기독교계에 큰 충격이 될 거라는 식이었다. 외계인 사상이 지닌 종교적 폭발력을 이렇게 언론과 사회는 묵시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반면 독일 의사 얀센은 이 동영상 인물이 외계인이 아니라 조로증(早老症) 환자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 진상은 무엇이었을까?
진상 1: '텐트 풋테지'란 명칭으로 영국에서 알려진 외계인 동영상
두 명의 의사들이 마치 Area 51로 알려진 미국 비밀 군 기지 지하 비밀 장소에서 외계인을 해부하고 있는 듯한 장면으로 알려진 이 문제의 동영상은, 화면의 조명을 증폭해 본 결과 의사로 연기하는 사람들이 실은 영국 연극 배우들인 것이 밝혀져 가짜임이 드러났다. 그 후 영국 TV 영화 감독 베이트먼은 문제의 동영상을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양심선언을 하였다.
진상 2. 1995년 전 세계에 공개된 정체 불명의 외계인 해부 동영상
국내 모 기독인 의사도 "이 동영상이야말로 의사의 양심으로 외계인 수술 동영상이 틀림없다"고 흥분하면서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온 적이 있었다. 1999년까지 진짜로 여겨졌던 이 동영상은, 영국의 유명 영화 감독인 레이 산틸리가 런던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가짜임을 시인하는 바람에 그 정체가 드러났다. 당시 산틸리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문제의 밀랍인형을 가지고 인터뷰에 참석했다.
진상 3. 1947년대 로스웰 목격자들이 진술한 외계인 모습과 가장 흡사하다고 알려진 동영상 정체
이 동영상은 미국의 할리우드에서 로스웰이란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개봉 전 일부러 공개한 동영상이었다. 문제의 해부 장면은 실제로 영화에 등장했다.
분별에 미숙한 기독인들
인간 심리에 있어 파레이돌리아(변상증, pareidolia)라는 착시현상이 있다. 모호한 자극에서 유의미한 유사성을 찾아내려는 것을 말한다. 화성에서 십자가, 인간 얼굴 형상, 사람 신체 형상을 찾아내는 것들은 바로 이런 인간의 심리를 반영한다. 이탈리아 토리노 대성당 예수 형상 세마포(수의)나 종교인들이 특정 사물에서 자신들이 믿는 부처, 알라, 예수, 모세의 형상을 찾았다거나 체험했다는 주장은 대개 이런 경우이다. 인간의 직관과 인지 능력은 생각보다 미숙하고 실수가 많다. 하버드대 출신의 뉴욕 유니온칼리지 심리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고넬대 출신 일리노이대 심리학 교수인 대니얼 사이먼스는, 농구장을 유유히 걸어가도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을 통해 2004년 독특한 소재의 연구자들에게 수여하는 이그(Improbable Genuine)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실험을 정리한 공저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통해 인간이 주의력, 기억력, 자신감, 지식, 믿음, 보이지 않는 지적 능력(잠재력) 등 6가지에 있어 얼마나 미숙한 착각과 판단을 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준 적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기독교인들이 유난히 이런 심리적 현상에 미숙하다는 점이다. 1992년 10월 28일 국내 일부 기독교인들이 휴거에 대한 집단적 확신과 예측 체험으로 전 세계적 소동을 일으킨 것도, 종교성이 강하고 미숙한 우리 사회의 속성을 보여 준다. 2012년에는 성경과 바벨론 설화, 소행성 충돌, 마야-아즈텍 고대 문서의 예언, 에리히 폰 데니컨과 같은 외계인 신봉자들의 주장까지 합세한 집단 착시 현상을 이끌어내면서, 2012년 12월 21일 인류 멸망은 너무도 분명하다는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의 확신 소동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런데 이들 멸망의 계시를 인류에게 선물한 존재는, 바로 과거 지구를 방문한 적이 있는 외계인들이었다는 식이다.
시급한 바른 신앙·신학 운동
이들이 성경의 계시까지 제멋대로 활용한다는 면에서, 이 같은 심리적 착시 현상은 결코 기독교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문제는 유난히 이 같은 심리적 착시 현상에 대해 조국 기독인들이 동요하거나 잘못된 믿음 속에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단과 사이비는 이런 다양한 유사 착시 현상으로 무장하고 교회를 어지럽히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교회가 본질을 외면하고 직관과 신비주의와 미숙한 인지 능력에 매달린 동안, 이단과 사이비들의 전략에 미숙한 교회의 많은 신자들이 먹혀들어가게 만들어버렸다는 점이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본질에 대한 외면과 무관심 속에 바른 신학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깨닫지 못하고 방치하고 외면하다, 결국 다양한 이단들 앞에서 쩔쩔매는 시대적 참담한 상황을 맞고 있다. 교회의 지도자들은 양적 팽창이라는 비본질적 착각 속에 바른 믿음을 제대로 선포하지 못한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바른 신앙과 바른 신학은 교회의 기본이다. 사실 성도는 참된 신앙에 목말라 있다. 그 참된 신앙이란 바른 신학에 기초함은 물론이다. 조국교회는 이제 전면적인 근본적 개혁의 기로에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조덕영 박사는
환경화학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신학자다.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창조신학연구소'(www.kictnet.net)는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로 구성돼 목회자 및 학자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글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퍼온 것이다. '기독교와 과학' 등 20여 권의 역저서가 있으며, 다방면의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