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와 이라크 등 중동 지역의 내전이 이어지면서 수백만 명의 난민들이 발생한 가운데, 이것이 결국 현지 기독교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소재한 갈데아 가톨릭교회 루이스 라파엘 1세 총대주교는 최근 아이리쉬가톨릭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이라크인들에게 이민을 권유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계속되고 있는 난민 위기의 또 다른 면을 주목해야 한다. 기독교인 난민들에게 우선순위를 둔 사역으로 인해 중동 지역 내 모든 기독교인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난민들의 주된 목적지는 유럽과 서방 국가들이다. 독일의 경우 약 80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난민 중 오직 기독교인만 받아들일 수 있으며, 무슬림은 돌려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에서도 난민 문제로 인한 분쟁이 일고 있다. 시드니 가톨릭교회의 앤소니 피셔 사제는 "시리아 기독교인들이 호주와 문화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먼저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호주 수니파 최고 지도자인 이브라힘 아부 무함메드에게서 비난을 받았다. 무함메드는 "난민들에게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차별'"이라고 말했다.
라파엘 총대주교는 "도움이 필요한 난민들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독교인 난민들에게 고향을 떠나도록 격려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유럽 국가들은 종교와 상관없이, 쉼터가 필요한 이들에게 반드시 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맹목적으로 기독교인들을 선별해 돕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독교인들의 출애굽'을 돕는 단체들에 대해서는 "고향을 떠나도록 기독교인들의 등을 떠미는 것과 같다"며 "그러나 이들은 공개적으로 이를 허용할 뿐 아니라, 마치 박해에서 얻는 유익인 것처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라파엘 총대주교는 IS의 테러 행위가 난민 위기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은 오직 이 땅에 심길 수 있는 이들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리아의 가톨릭교회 지도자 역시 비슷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젊은 기독교인들이 지속적인 박해와 폭력 속에서도 나라에 머물러 달라고 요청했다.
멜키트 그리스 가톨릭 대주교인 그레고리 3세는 지난 9월 초 공개된 공식 문서에서 "특별히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젊은이들 사이의 집단적인 이민 물결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깊은 상처를 남긴다"면서 "이 같은 이민의 쓰나미 속에서 교회에는 어떠한 미래가 남을 것인가? 우리들의 고향은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들의 교회와 단체들은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내전이 발생한 이후 약 45만 명의 시리아 기독교인들이 고향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