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철 네팔 선교사가 25일 지진 직후 1시간 이내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을 본지에 보내왔다. 81년 만의 대지진 직후 공터에 대피해 있는 주민들 모습.  ©최희철 선교사
최희철 네팔 선교사가 25일 지진 직후 1시간 이내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을 본지에 보내왔다. 81년 만의 대지진 직후 공터에 대피해 있는 주민들 모습. ©최희철 선교사

25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확인된 사망자 수만 최소 3,800여 명인 가운데, 카트만두의 한국 선교사들이 지진 피해 현장의 신속한 구호와 복구, 네팔 교회의 안정 회복 등을 위해 한국교회의 기도와 도움을 요청했다. 아직 한국 선교사와 가족의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선교사들이 사역하는 교회나 신학교가 무너지거나 균열이 가는 등 상당한 재산 피해와 정신적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계속된 여진으로 현지 주민과 마찬가지로 선교사들 역시 집이나 신학교 건물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재 네팔 선교사가 거주하는 카트만두의 한 아파트 외벽은 지진으로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  ©이도재 선교사
이도재 네팔 선교사가 거주하는 카트만두의 한 아파트 외벽은 지진으로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 ©이도재 선교사

카트만두에서 6년간 신학교 사역, 교회개척 사역 등을 해 온 이도재 선교사(예장통합 소속)는 "부흥회를 인도하기 위해 지방 교회를 방문한 사이 지진이 발생했다"며 "카트만두에 있던 가족과 신학교 학생들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여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현지에 개척한 11개 네팔 교회 중 4개 교회와 연락이 안 되고 있다"면서 "거주하는 아파트도 계속 입주해 살기 어려울 정도로 균열이 발생했다"며 기도를 요청했다.

2011년 한국기독군인연합회 협력선교사와 예장통합 세계선교부 파송 선교사로 카트만두에 파송돼 4년간 네팔기독군인연합회를 돕고, 교단 소속 네팔장로회신학교를 섬긴 최희철 선교사는 현지 상황에 대해 "네팔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이동을 통제할 정도는 아니고, 주요 시설과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강도, 절도, 강력범죄 예방, 구호 위주의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인근 마을의 작은 슈퍼마켓은 아침 나절 잠시 문을 열어 정상 가격으로 주민을 위해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며 "처음보다 여진이 많이 잦아들면서 상황이 궁금한 이들은 거리로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네팔장로회신학교도 지진 피해로 건물 내외 벽에 금이 가고 집기가 파손됐다.  ©최희철 선교사
 네팔장로회신학교도 지진 피해로 건물 내외 벽에 금이 가고 집기가 파손됐다. ©최희철 선교사

최 선교사는 25일 지진 발생 당시 아내와 함께 다리를 다친 싱글 여자 선교사님의 집에 위문하러 가서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그는 "3층 가정집의 2층이었는데, 처음부터 움직일 수 없을 만큼 흔들려 여자 선교사님이 만일 혼자 있으셨더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며 "잠시 지진이 멈춘 틈을 이용해 무사히 아래로 내려온 뒤, 마당에서도 한참 동안 여진을 겪은 후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네팔장로회신학교도 지진 피해로 건물 내외 벽에 금이 갔다.  ©최희철 선교사
네팔장로회신학교도 지진 피해로 건물 내외 벽에 금이 갔다. ©최희철 선교사

그는 "저와 주변 선교사님과 자녀들까지 모두 안전하지만, 사역 현장은 예배당 건물이 붕괴하는 등 피해가 계속 확인되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예장통합 선교사들과 청주서남교회 중심의 네팔후원회가 섬기는 네팔장로회신학교도 건물 내외의 벽에 균열이 발생하고, 집기가 파손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그는 "신학교 건물이 안전 진단이 필요할 정도의 손상을 입었다. 모두들 신학교 건물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현지의 한 감리교 파송 선교사는 "지진으로 감리교 신학교 벽이 무너지고, 옥상 식당의 천정이 주저앉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지만 여진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GMS도 카트만두에서 사역하는 한국 선교사 가정들이 모두 무사하다고 27일 밝혔다. GMS 선교사들의 위기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사역국 민병윤 국장은 "현지 선교사 한 분이 27일 오전에 ▲여진에 의해 인명피해가 더 이상 없도록 ▲느헤미야선교센터(허인석 선교사)에 피난 온 주민들의 안정을 위해 ▲가스, 식량 등이 공급되는 국도가 막히지 않도록 ▲전염병이 돌지 않도록 ▲부상자 치료 시설 마련 ▲네팔 교회가 하나님의 뜻을 잘 분별하는 기회가 되도록 ▲네팔 힌두교인(3천만 인구의 약 81%)을 위한 복음전파의 기회가 되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민병윤 국장은 "오늘 아침까지도 땅이 간간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느헤미야선교센터에 텐트를 치고 머물고 있는 이재민들이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다고 현지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GMS 선교사회 소속 선교사들은 SNS 등을 통해 기도제목을 나누면서 자발적으로 헌금을 모으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현장 소식을 제한적으로 접하고 있어 정확한 상황을 계속 파악하고 현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기도하고 돕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그는 "현지에서 연락이 오는 대로 파송교회에 기도제목을 전달해 교인들이 함께 기도하게 하고, 현장 선교사 지부장을 중심으로 선교사들의 건강과 안전을 챙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희철 네팔 선교사가 25일 지진 직후 1시간 이내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을 본지에 보내왔다. 81년 만의 대지진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들.  ©최희철 선교사
최희철 네팔 선교사가 25일 지진 직후 1시간 이내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을 본지에 보내왔다. 81년 만의 대지진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들. ©최희철 선교사

최희철 선교사는 "▲네팔 지진 피해 현장의 빠른 구호와 복구 ▲급성장하던 네팔교회가 빠르게 안정을 회복한 후 사회에서 더 크고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함께 기도해 달라"며 "오늘부터 구호단체들이 계속 들어올 예정인데, 한국교회도 꼭 필요한 때, 꼭 필요한 곳에서 잘 협력하여 현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도재 선교사도 "막 피어나려도 네팔 교회가 큰 피해를 입었다"며 한국교회의 기도를 요청했다.

한국위기관리재단(KCMS) 김진대 사무총장도 "아직까지 네팔에서 사역하는 한국 선교사와 가족의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현지 피해 상황과 필요 사항을 파악한 뒤 필요하다면 자체 모금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네팔 선교사들을 위한 상담, 위기디브리핑 사역 등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네팔 재난관리책임기관은 27일(현지시각) 공식 사망자는3,837명, 부상자는 약 6,800명이라고 밝혔다. 규모 7.8의 이번 지진은 1934년 1월 15일 발생한 지진 이후 81년 만에 최대 규모로, 네팔 수도 카트만두는 사실상 도시 기능이 마비됐고, 주민들은 여진의 공포 속에서 음식, 식수, 의약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희철 네팔 선교사가 25일 지진 직후 1시간 이내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을 본지에 보내왔다. 81년 만의 대지진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들.  ©최희철 선교사최희철 네팔 선교사가 25일 지진 직후 1시간 이내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을 본지에 보내왔다. 81년 만의 대지진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들. ©최희철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