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에 의해 납치됐다가 최근 석방된 2명의 아시리아 기독교인들이 “IS가 이슬람으로 강제 개종을 요구했으나, 이를 담대히 거절했다”고 밝혔다. IS는 지난 2월 23일 하사카 지방에 위치한 약 35개의 기독교 마을을 급습, 260여명의 주민들을 납치했다가 1주일이 지난 3월 1일 일부를 풀어주었다. 인질로 잡혔다가 풀려난 로버트라는 이름의 기독교인 남성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남성 16명 및 여성 4명과 함께 카부르강 남쪽 둑에 위치한 텔 고란 지역에서 납치됐다며, IS 대원들은 오전 5시경 마을을 습격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사람을 깨웠다고 전했다.
보도에 의하면, 테러범들은 모든 인질을 울타리에 가두고 작은 방에 몰아넣었다. 인질들은 IS와 강 건너편에 있는 쿠르드군의 싸움이 끝날 때까지 3시간 가량을 그곳에서 기다렸다. IS 대원들은 조용한 밤중에 교회의 종이 울리자 화를 내며 인질들을 압둘아지즈 산으로 이동시켰다. 이들은 산 속에 위치한 2개의 방에서 밤을 지새웠다.
이들이 산에서 머무는 동안 IS 대원들이 인질로 잡힌 이들에게 가장 먼저 한 요구는 ‘이슬람으로 개종하라’는 것이었다. 로버트는 “수염을 기른 많은 이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으며, 한결같이 이슬람으로 개종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로버트를 비롯한 인질들은 압둘아지즈산의 한 집에서 밤을 보낸 후, 북쪽을 향해 차량으로 약 4시간 이동해 한 장소에 도착했다. 이들은 석방되기 전까지 약 5일간을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로버트는 “그들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이슬람으로 개종하도록 압박했으나, 우리는 거부했다. 그러자 그들은 우리에게 지즈야(일종의 종교세)를 내거나 나라를 떠나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지즈야는 낼 수는 있지만, 개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IS 대원들은 평소와 달리 이들에게 강제로 세금을 물리지 않고 석방시켜 줬다. 로버트는 “우리가 그들과 싸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이번에는 지즈야를 걷지 않겠다’고 했다. 그들은 대신 한 가지 석방 조건을 제시했다. 우리의 마을로 돌아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마을로 돌아가면,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우리를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남자의 경우에는 참수를 하고 여자의 경우에는 노예로 삼으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음식, 물, 목욕시설 등 필요한 모든 것은 제공받았다”고 했다.
텔 고란에서 석방된 ‘피터’라는 이름의 한 기독교인은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와 다른 인질들이 샤리아 법정에서 비전투원이라는 판결을 받았고, 수니파 부족 지도자는 그들의 석방 협상을 도와줬다고 말했다.
애틀랜틱(The Atlantic)에 IS 관련 내용을 게재 중인 그래미 우드(Graeme Wood) 작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IS가 샤리아 법정의 명령에 따라 인질들을 석방한 것은 종교적 신뢰도를 쌓기 위함이다. IS는 오랫동안 자신들이 샤리아의 규범을 따른다고 주장해 왔다. 자신들이 법규를 따르며 투명한 절차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얻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IS가 여러 마을들을 습격함에 따라, 이 지역의 많은 아시리아인들은 레바논으로 피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면 IS는 이 지역을 통제함에 따라 카부르강을 건널 수 있는 주요 다리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로버트와 피터를 비롯해 텔 고란에 있던 나머지 인질들은 석방됐으나, 200여명의 아시리아 기독교인들은 여전히 2주 이상 인집로 잡혀 있는 상황이다. 크리스천포스트는 “IS가 15명의 기독교 인질을 참수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