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의 짧은 생애를 산 시인 윤동주는 '7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도록 일본인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었다.
'윤동주 시인 서거 70주년 기념 유고 유품 순회 전시회'가 동경 토시마구(豊島区)에 소재한 릿쿄대학(立教大学) 내 릿쿄학원전시관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남녀노소 일본인들이 방문해 시를 통해 윤동주를 만나고 있다. '윤동주 시인을 기억하는 릿쿄회'가 주최한 이 전시회는 21일(토)부터 25일(수)까지 관람 가능하다.
시인 윤동주는 창씨개명을 통해 '히라누마 토츄'라는 이름으로 1942년 4월부터 9월까지 도쿄 릿쿄대학에서 공부하던 중, 일본의 식민지 정책에 따른 탄압 속에서도 한글로 시를 계속 썼다. 이후 동지사대로 편입했으나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고, 후쿠오카형무소에 수감된 채 1945년 2월 16일 미명에 27세의 나이로 옥사했다.
전시관을 들어서면 윤동주의 출생부터 생을 마감하기까지 시대별로 그를 만날 수 있다. 특별히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윤동주 시인의 대표작인 자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비롯해 '흰 밤', '시 아닌 시', '창' 등 육필 원고가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공개돼 의미가 깊다. 그 외에 학교 성적표, 하숙집 서류, 문부성에 제출한 종교학과와 영문과 시간표, 신문 기사 등도 전시됐다.
기본 자료는 한국 연세대학교에서 제공받아 복사본으로 전시했고, 원고의 해진 부분까지 옮겨 놓아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드러냈다. 총 213점의 유품과 유고가 전시됐다.
윤동주 시인의 유고와 유품에는 일제강점기와 남북 분단의 시대적 아픔이 녹아 있다. 자료에 따르면, 윤동주 시인의 자선 시집 육필 원고는 일제강점기 경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정병욱 선생의 고향집 마루 밑에 숨겼고, 용정의 고향집에 두고 왔던 시 원고들은 누이동생 윤혜원 여사와 함께 목숨을 건 탈출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시인이 소장했던 문헌 42권은 한국전쟁으로 피난길에 나설 때 사과 궤짝에 담겨 친척집 마루 밑에 숨겨두고 떠날 수밖에 없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유품을 소중하게 간직해 오던 유족들이 연세대학교에 기증함으로써, 70여년이 넘는 긴 세월을 버텨올 수 있었다.
한편 22일(주일)에는 릿쿄대학 채플실에서 70주기 추모 낭독회도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