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기독교를 대표하는 한 단체가 현지 교인들에게 '신'을 의미하는 '알라(Allah)'라는 단어를 쓸 수 없게 한 법원 결정이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기독교연맹(CFM)은 최근 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는 연방법원에 의해 인정된 항소법원의 결정이 여러 면에서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서 말레이시아에서의 종교자유에 매우 좋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에서 긴 시간을 끌어 온 '알라' 사용 논란은 2007년 현지 가톨릭 매체인 '헤럴드(Herald)'지가 이슬람 당국으로부터 하느님을 가리키기 위해 '알라'를 써서는 안된다는 명령을 받자 이에 불복해 법정 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2009년에 지방법원은 헤럴드지에 사용 권한을 인정하였으나, 2013년 항소법원은 당국의 손을 들어 헤럴드지에 다시금 '알라'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이어 지난 23일(현지시간) 연방법원 역시 기독교인들이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말레이시아 전체 인구에서 기독교인은 9%에 불과하며, 이들은 오랫동안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강경주의 무슬림들은 기독교인들이 이 단어를 쓰는 데 대해 항의해 왔다. 연방법원 판결이 있던 날 무슬림들은 '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치며 법원 밖에서 축하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 무슬림은 "이번에 법원은 우리의 손을 들어줬고 이에 대해 알라께 감사드린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런 문제가 또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헤럴드지 편집장인 로렌스 앤드류 신부는 "우리는 정의가 거부당하고 외면당할 때 정의를 위해서 싸워 왔고, 이 문제에 있어서도 싸워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국제 인권단체들 역시 말레이시아 연방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 말레이시아 지부 담당자인 헤이즐 갈랑폴리는 "이러한 금지 명령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비무슬림이 어떤 특정 단어를 썼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심각하게 잘못된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억압적일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법원 결정은 국민의 종교자유를 무시했고, 이는 앞으로 말레이시아의 종교 간 갈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