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성공회의 모든 교구가 여성 주교 임명을 허용하게 될 전망이다.
교단 공식 사이트를 통해 영국성공회는 총 44개 교구가 모두 투표를 통해 여성 사제 임명과 관련된 발의안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이로써 지난 수세기 동안 영국성공회 내에서 남아 있었던 여성 사제에 대한 금기가 오는 7월 마지막 투표만 거치면 마침내 사라지게 된다.
투표는 지난 주 각 교구에서 진행되었으며, 이는 지난 2월 열린 영국성공회 총회(General Synod)에서 모든 교구가 여성 주교 임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초안을 교구에 보내고 의견을 물은 데 따른 것이다.
맨 마지막으로 맨체스터 교구가 투표 결과 찬성 의사를 밝힘으로써 모든 44개 교구가 여성 주교 임명을 허용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게 됐다.
여성 주교 임명 법안 추진 위원회 의장을 맡아 온 로체스터 교구의 제임스 랭스태프는 주교는 "모든 교구들이 이제 매우 분명하게 각자의 견해를 밝혔고, 이 문제는 7월 열리는 전체 총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전체 총회가 기도하는 마음과 관대한 정신을 갖고 이 논의를 다뤄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성공회는 여성 주교 임명과 관련해 의견이 둘로 나뉘어져 왔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가 이미 여성 주교를 허용하고 있는 반면, 좀 더 보수적인 성향의 영국 본부와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에서는 여성 사제에게 그다지 관대하지 못했다.
성공회 내 많은 보수파들은 여성들에게 "예수님의 모든 열 두 제자는 남자였다. 성경은 여성 주교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보다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지도자들은 여성들이 집사와 같은 직위는 허용 받으면서도 왜 주교직에는 오를 수 없는지를 반문해 왔다.
한편, 영국성공회 전체 총회는 2012년에는 여성 주교 임명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당시 치체스터 주교였던 마틴 워너 박사는 "이는 우리 영국성공회의 자긍심과 국내의 명성에 타격을 주는 결정이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 영국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취임 전부터 여성 주교 임명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왔다. 그는 당시 투표 결과에 대해서 "머지않아 영국성공회에 여성 주교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며 "오늘의 결정은 전체 교회에 매우 애석한 일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여성에게 주교 서품을 내리게 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희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