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규 목사.
(Photo : 기독일보) 박석규 목사.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 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박두진의 '해' 다. 마지막 연이 좋다.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에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새해를 맞으며 박두진 님의 '해'를 읽으니 참 좋다.

'해'의 저작 연대는 1945년이다. 박두진은 생전 그의 시작 노트에서 언젠가는 꼭 한번 주제화하여 '해'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다 억눌리고 설움 받던 일제의 쇠사슬에서 풀려나는 8.15 해방의 날을 맞았다. 그래서 청록파 시인인 그의 개인적, 민족적, 세기적 분출구를 만나 '해'가 터져 나왔다.

산 너머서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고운 해야 솟아라.

그토록 고대하고 바래오던 '해'가 솟았다.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고운 해가 솟았다. 어둠을 살라먹고 또 살라먹어 버렸으니 이제 어둠은 없다, 다시 어둠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우리에게 '해'가 솟았다. 2014년 갑오년 새해가 솟았다.

어둠아 사라져라 어둠아 사라져라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해'가 '희망'이다. '해'를 품자.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를 지탱하는 힘이 희망이다. 희망은 언제나 '기다리는 자의 꿈'이다. 위대한 것을 향한 영혼의 확장이 희망이기도 하다. 희망의 정신과 희망의 힘이 없는 자는 스스로 무너지고 절망의 죽음 속에 파멸한다. 그렇다. 우리에게 불행을 던저 넣는 것은 환경과 조건이 아니라 바로 절망이다. 우리들 이제 희망에 관하여 말하고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희망의 글을 써서 남기자. 삶을 새롭게 하는 힘은 오직 희망 뿐이다.

갑오년은 청마(靑馬)다. 푸른 말을 타고 힘차게 꿈을 향해 달려가자.

헤라클리투스가 말했다. 현대의 유니폼은 인내이고, 그 유일한 장식은 그 마음에 걸려 있는 희망의 희미한 별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