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창선 신부의 시국 미사 발언으로 “목회자의 정치 참여” 문제가 큰 이슈로 부각되었다. 더구나 대통령 퇴진이라는 급격한 주장, 천안함 사태에 대한 발언 등으로 한쪽에서는 그를 종북 세력이라고 비판한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불의한 힘과 권력 앞에, 목회자는 과연 정치적 목소리를 내야 하는가? 아니면 “목회자들은 여도 야도 편들지 말고 하나님 앞에 엎드려 기도해야 하는가? 루터는 이에 대해 뭐라고 말했을까?
먼저 루터는 그리스도인들은 성령에 따라 영적 정부에 속한 자들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의 신체와 재산에 관한 한 세속 통치자들에게 종속되고 그들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터는 세속 정부가 목회직에 간섭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도리어 루터는 하나님을 대신해서 목회자들은 세속 통치자들을 책망할 수 있다고 보았다. 루터는 1543년 크로이츠부르크 시의회에 보낸 편지에서 관리들에게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
“당신들은 목회직과 목사들 위의 지배자들이 아니다. … 당신들은 목회직을 지배하거나 명령하거나 목회직이 당신들을 책망하지 못하게 막아서는 안 된다. 목사들이 당신들을 꾸짖을 때 그것은 인간의 꾸짖음이 아니라, 하나님의 꾸짖음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그러한 꾸짖음이 억제되지 않고 표현되기를 원하신다.” (Excerpts from a letter “To George von Harstall and the Town Council of Creuzburg”, January 27, 1543. From “Luther: Letters of Spiritual Counsel”, pp. 343-342)
위 인용문에서 볼 수 있듯이, 목회자들은 하나님을 대신해서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가들이 잘못을 행할 때 분명 꾸짖어야 한다고 루터는 주장한다. 그러나 루터에게 있어 이러한 꾸짖음은 폭동이나, 사회적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된다. 그 모든 것은 하나님을 믿는 믿음에 근거해 평화적인 방식이어야 한다.
여기에 근거해서 볼 때, 최근 한국사회에서 제기되는 목회자 정치 참여에 대한 루터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하나님께 드려지는 예배중의(교회의 공적인 예배 등) 설교를 통한 정치적 발언은 삼가 해야 한다. 예배는 하나님께 드려지는 것이고, 설교는 오직 성경에 기초한 율법과 복음을 선포하는 행위이지, 세속 정부에 대한 정치적 발언의 장이 아니다. 루터에 의하면, 율법은 죄인을 정죄하며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한다. 이와 동시에 그리스도의 복음의 음성이 들려진다. 인간이 비록 죄, 사망, 저주, 율법의 세력 가운데 있더라도 예수 그리스도는 그러한 인간을 위해 이 땅에 오셨고,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셨다.
둘째, 그럼에도 목회자는 불의한 정부의 잘못에 침묵해서는 안된다. 루터가 말했듯이, 목회자들은 하나님을 대신해서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가들이 불의를 행할 때 분명 꾸짖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예배를 통해서가 아닌, 다른 형식으로 표출되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여러 사회적 혼란한 상황을 고러할 때 그 어느 때보다도 교회와 목회자의 역할이 중요한 때이다.
<정진오 목사>
정진오 목사는 루터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신학과에서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Research Fellow, 와 예일 신학대학원 Visiting Scholar를 거쳐 현재 미국 시온 루터 교회(LCMS) 한인 담당 부목사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