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목사.
(Photo : 기독일보) 김범수 목사.

또 2013년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마치 폭포의 물이 떨어지면서 큰소리로 요란법석을 떠는 것처럼 한 해가 아쉽다고 소리를 지른다. 가는 세월 그 누가 막을 수 없다고 하지만 세월이 빠른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세월을 막아설 약이나 기구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2013년을 기억할 시간조차 없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좋은 일들도 많았지만 안 좋은 일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일일이 다 나열할 수 없지만 정치나 경제나 사회 환경 가운데서 우리 귀에 좋지 않은 일들이 많았던 것은 분명하다.

한 해의 마지막 자락에서 모두가 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마음을 갖고 있다. 옛날 것은 보내고, 새 것은 환영한다는 삶의 태도는 자기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것이다. 야구 투수가 공하나 잘못 던져서 홈런을 맞아서 그것에 정신을 빼앗기면 나머지 경기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지나간 시간을 무시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지나간 시간은 소중하다. 그것이 역사이다. 과거의 전통은 지금의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통해서 송구영신을 해 왔기에 지금의 삶을 만들어 낸 것이다. 송구영신의 마음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낸 과업에 대해서는 자랑하지도 말며, 또한 이루지 못한 사실에 대해서는 다시 일어서라는 기회인 것이다.

그러나 단지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이하는 단순한 시간적인 면에서의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뜻 만이 아니라 또 다른 의미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송구영신(悚懼靈新)이다. 송구(悚懼)는 죄송하다는 말이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은 송구한 마음 뿐이다. 사랑을 주지 못하고, 충성을 다하지 못하고, 열심을 내지 않고, 참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하고, 절제하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한 것들이 송구할 뿐이다. 사람이 하기 제일 힘든 것이 "미안하다"라는 말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이시지만 이 땅에 죄를 용서하러 오셨다. 죄를 용서하러 오신 것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대신해서 "미안합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라고 하기 위해 오셨다. 카메라 앞에 범죄자가 머리를 들지 못하고 너무 미안하고 송구해서 머리를 들지 못한다. 예수님은 부끄러움과 조롱과 모든 비난과 책망을 다 받으셨다. 그것이 십자가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내가 잘 한 것도 있지만 못한 것이 더 많다고 인정하는 송구(悚懼)의 태도가 있다면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도 녹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분들은 올해 대한민국의 삶의 모습을 도행역시(倒行逆施)라고 보았다. 가야할 길을 가지 않고 거꾸로 가면서도 그것이 잘못된 것인 줄 모르고 고집을 부리는 어리석음과 오만한 태도를 의미한다는 말이다. 이런 태도는 새로 오는 2014년 새해를 영신(迎新)할 수 있을지언정 영신(靈新)은 할 수 없다. 영신(靈新)은 영이 새로워지는 것이다. 영은 마음이고, 생각이다. 마음과 생각이 변화되고, 바뀌어 지지 않으면 몸도 변하지 않는다. 성경은 말씀한다. "그 마음의 생각이 어떠하면 그 위인도 그러한즉 그가 네게 먹고 마시라 할지라도 그의 마음은 너와 함께 하지 아니함이라"(잠언23:7). 내 마음이 변하지 않는데 아무리 새 해가 온다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새해는 영이 새로워져야 한다. 사람의 영이 새롭게 되려면 하나님의 영을 따라 살아야 한다. 하나님의 영은 진실이고, 성실이고, 겸손이고, 사랑이다. 2014년을 진실과, 성실과 겸손과 사랑의 영을 갖는다면 2013년과는 달라도 분명히 하나만큼이라도 달라질 것이다. 내가 달라지든, 다른 사람이 달라지든, 가정과 직장과 교회가 달라지든 무엇인가 반드시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송구영신(送舊迎新)하면서 송구영신(悚懼靈新)해야 한다. 시간의 흐름은 우리의 인생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