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7일(현지시간) '시리아 평화를 위한 금식과 기도의 날'을 선포하고 주재한 밤샘 기도회에 종교와 국가를 초월한 10만여 명이 참석했다.

교황은 이 날 저녁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용서와 대화 그리고 화해는 시리아와 중동과 전 세계에서 평화를 위해 필요한 말"이라며, "우리 모두 화해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일하며, 각자가 자신이 속한 곳에서 화해와 평화의 사람이 되자"고 촉구했다고 이날 유로뉴스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또한 "전쟁은 평화를 이루는 데 실패하고 언제나 인간성의 패배를 낳는다"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군사 개입을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교황은 "오늘 저녁 나는 주님께 우리 기독교인들과 다른 종교의 형제 자매들과 선의를 지닌 모든 이들이 폭력과 전쟁은 절대 평화를 위한 길이 될 수 없음을 힘주어 외치길 기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두가 자신의 깊은 양심을 들여다보고 그것이 말하는 바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며 "여러분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는 사리사욕을 버리고, 타인의 고통에 둔감하게 하는 무관심을 극복해 생명에 반대되는 사고와 판단 대신 대화와 화해의 길로 나아가자"고 권면했다.

교황이 전 세계적인 금식과 기도의 날을 선포한 것은 지난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기도회가 집전된 이래로 처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일 가톨릭과 개신교 교인뿐 아니라, 다른 종교인들과 선의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기도회에 참석해 시리아와 중동 지역 및 분쟁에 시달리고 있는 전 세계 모든 지역의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이 날 기도회에는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지역에서 수만 명의 기독교인, 무슬림, 유대교인, 불교인들이 모였으며, 그 수는 10만여 명으로 집계된다고 바티칸측은 전했다.

전 세계 가톨릭 교구에서 기도회의 일환으로 행사가 진행됐으며, 한국 가톨릭계도 이에 동참했다.

또한 시리아의 수니파 무슬림 지도자도 동참 의지를 전달하고 이 날 현지 이슬람 사원에서 함께 기도회를 열었으며, 동방정교회 수장인 콘스탄티노플의 바르톨로뮤 대주교 역시 교황의 뜻을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교황의 출신지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한 전 세계 도시들에서도 기도회가 열린 가운데, 미국 워싱턴DC에서도 150여 명이 백악관과 의회 앞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미국의 시리아 군사개입 여부에 대한 결정은 이번 주말 미 의회의 찬반 투표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금식기도회에 이어서 8일(현지시간) 오전 집전한 삼종 기도를 통해서도 "무기를 팔기 위한 상업적 전쟁"에 대해서 반대한다며,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전쟁의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모든 종류의 폭력과 무기의 확산과 불법 거래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폭력과 파괴를 멈추기 위한 기도를 계속해야 한다. 이러한 갈등을 종결시키기 위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결의로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