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자전거 타는 것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오죽하면 제 동생과 함께 저희 동네에 자전거 타기의 붐을 일으켜서, 온 동네 아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릴레이 레이스를 펼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미국에 와서도 푸르고 넓은 공원에서 두 차례 자전거를 탔는데, 그 때마다 예전의 즐거웠던 추억이 다시금 떠오르곤 했습니다.
지난 주 한국에 계신 어머니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요즘에 체조와 자전거 타기를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원래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시지 않는 분인데, 요즘 조금은 늦게(?) 운동이 얼마나 재미있고 유익한지 그 참맛을 느끼고 계시다 합니다.
저희 아들은 요즘 밖에만 나가면 자전거를 타겠다고 조릅니다. 식당을 가든, 마트를 가든, 병원을 가든, 잠시의 틈만 생기면 트렁크에서 자전거를 내려달라고 떼를 씁니다. 결국 못 이겨서 꺼내 주면 얼마나 행복한 표정으로 자전거를 타는지 모릅니다. 게다가 페달은 밟지도 않은 채, 짧은 다리로 직접 땅을 박차며 ‘전진’과 ‘정지’를 반복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웃음을 짓곤 합니다.
어머니와 아들이 최근 자전거와 부쩍 가까이 지낸다는 소식을 접하며, 저는 3대(三代)가 함께 자전거를 타는 행복한 모습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어르신들께 ‘우리 삶은 자전거 타기와 비슷하다’라는 말씀을 자주 들었습니다. 처음 자전거를 탈 때는 겁도 많이 나고 중심을 잡기도 힘들어서 비틀 비틀하다가 자주 넘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서서히 요령이 생기면서, 어느 순간 중심을 잡고 앞으로 쑥 나아가게 됩니다.
자전거를 탈 때 우리는 먼저 중심을 잡아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계속 발을 구르고 앞으로 나아가야 중심을 잡을 수 있습니다. 힘들다고 겁이 난다고 발구르기를 멈추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마도 곧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 것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힘들고 괴로운 삶 속에 영적 침체를 겪을 때가 있습니다. 인생의 거친 파도 속에서도 끊임없이 자리를 박차고 힘차게 발을 구를 때, 우리 신앙에 새로운 동력이 생기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영적 생활에서 ‘멈춤’은 곧 ‘퇴보’요 ‘쓰러짐’입니다. 오늘도 우리를 튼튼하게 붙잡아 주실 주님의 손길을 의지하며 힘차게 발을 굴러 앞으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