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교회 송태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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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교회 송태근 목사

말씀에 온전히 집중하는 목회자

 

‘CBS <성서학당>의 인기 강사이자 신학생들이 열광하는 설교자 중 한 사람’은 송태근 목사(삼일교회·사진)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수식어다. 하지만 이보다 그를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는 사실 따로 있다. 바로 ‘말씀과 제자 훈련에 온전히 집중하는 목회자’다.

송 목사의 철저한 성경 중심적 설교는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분명하고도 진실한 메시지를 전하며, 나침반과 같은 소중한 성경적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오직 말씀과 제자 훈련에 집중하는 목회 철학을 지키고, 실천하는 신앙을 추구하며 지난 1994년부터 강남교회를 섬겨왔다.

그런데 그가 강남교회 목회 19년 차인 지난 2012년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길을 택했다. 안정적인 길을 뒤로하고 삼일교회로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새로운 현장에서의 목회를 시작한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한 직장에 19년 동안 적을 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직장과 목회 현장을 비교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19년 동안 정을 붙이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으로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텐데, 하물며 19년 동안 땀과 눈물을 쏟으며 섬기던 교회를 떠나 다른 사역 현장으로 향하는 목회자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아마도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과 허전함이 동반되는 기분이지 않을까. 그런데도 송태근 목사는 바로 그 길을 택했다. 과연 무엇이 그의 마음을 움직인 걸까. 그를 직접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눠보기로 했다.

-목사님의 목회철학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강남교회에 부임하기 전 미국에서 공부할 때였습니다.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 교회에서 3년 정도 목회를 했어요. 교인이 100여명 남짓한 교회였습니다. 그 당시 3년간 성도들과 동고동락하고 지내면서 ‘정’을 많이 주었어요. 그런데 3년 후 교회를 떠나면서 보니, 교회에 ‘복음’은 없고 ‘정’만 남았더군요. 제 잘못이었죠. 그 때 하나님 앞에 회개하며 굳게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 교회 안에 사람의 영향력이 가득한 것은 하나님께서 싫어하시는 일이고, 결국 교회가 썩고 부패하는 길이다. 특히 설교를 할 때 청중들로 하여금 그리스도만 보게 하자’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송태근 목사는 처음 강남교회에 부임했을 때 오로지 말씀과 제자 훈련에만 집중하기 위해 애썼다. 당시 그의 나이 38세였다. 그리고 이후 19년 동안 말씀과 제자 훈련을 자신의 목회철학으로 삼고, 자신의 인생 전부를 드려 목회철학과 일관되게 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어려움도 찾아왔고 고민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교회 안에서 정을 나누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행동하다 보니, 단편적인 예로 19년을 사역하면서 한 번도 악수해 보지 못한 성도들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때마다 그는 지난 시절 하나님 앞에서 한 굳은 결심을 기억하며, 성도들이 오직 그리스도만을 볼 수 있도록 말씀과 제자 훈련에 더욱 집중했다.

지난 2011년 10월, 송태근 목사는 삼일교회로부터 공식적인 목회 요청을 받았다. 그 전부터 삼일교회의 목회 요청에 대한 소식을 들어왔던 터라, 그는 이를 고민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강남교회 성도들의 강한 반발이 그를 막아선 것이다. 교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반대하는 성도들이 있는가 하면, 청년들이 삼일교회에 찾아가 반대 의지를 표하기도 했고, 소식을 듣고 놀란 성도가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 처하자 그는 하나님의 뜻과 부르심을 구하며 더욱 간절히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삼일교회에서 새로운 목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기도하는 가운데, 순간 오래 전에 했던 하나님 앞에서의 결심을 결과적으로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성도들이 오직 그리스도만을 보게 하자고 외쳤지만, 사람의 영향력이 교회 안에 가득했던 것이지요. 결국 저로 인해 강남교회가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한 것입니다. 더욱 기도에 매달렸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강남교회를 떠나 삼일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하기로 결단하게 되었습니다. 제 결단에 후회는 없습니다. 저의 목회철학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담담하게 진심을 담아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던 송태근 목사는, 강남교회를 떠나온 이야기 끝에 강남교회 성도들에게 빚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최근 강남교회에 좋은 목사님이 부임하셨어요. 목사님을 통해 더욱 좋은 교회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라며 살짝 미소 지어 보였다. 그 미소 속에서 강남교회 성도들을 향한 그의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자, 더불어 하나님의 새로운 부르심, 새로운 사역지인 삼일교회를 향한 그의 비전이 궁금해졌다.

-삼일교회 부임 후 첫 강해를 ‘빌립보서’로 잡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삼일교회에 부임하고 처음 전한 말씀은 빌립보서였습니다. 몇 달에 걸쳐 빌립보서라는 은혜의 말씀을 나눈 이유는, 오랜 기간 동안 담임목사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은 성도들에게도 빌립보교회가 필요로 했던 기쁨과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심정 때문이었습니다.”

송태근 목사는 삼일교회의 성도들, 특히 청년들이 담임목사의 사임 후 중심 없이 방황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들을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마음이 그를 삼일교회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더불어 ‘어쩌면 제가 국내에서 청년 사역에 대해 가장 많은 말을 했는지도 모릅니다’라는 그의 이야기처럼, 사실 그는 오래 전부터 청년 사역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 특히 송태근 목사는 요즘 청년들이 엘리트주의, 실적주의에 물들어 그곳에 모든 삶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을 깊이 염려했다. 그래서 그는 늘 청년들에게 ‘자신을 낮추고 저지대로 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 강조한다고 했다. 빌립보서의 메시지처럼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청년들이 하늘의 시민권을 가진 자로서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고 승리하는 삶을 살길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다.

“역사적 배경에 근거해 입체적으로 그려 보면, 빌립보서는 감옥에 갇혀 있는 바울이 로마라는 풍요로운 도시 속에 세워진 작고 연약한 신앙 공동체, 빌립보교회에 목회자로서 권면의 마음을 담아 전하는 편지입니다. 로마의 시민권을 최고의 자부심으로 여기는 주류 속에서 하늘의 시민권을 주장한 바울의 외침이 의미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서신서의 배경에서 기인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시대의 교회와 세상의 관계가 바로 당시 빌립보교회와 로마의 관계와 매우 비슷합니다. 이 때문에 빌립보서의 메시지는 오늘날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중요하지요.”

송태근 목사는 성경 원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경의 역사적 배경 및 상황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빌립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 속에서 ‘오직 그리스도만을 보게 하자’라는 목회철학을 지키며, 주일 강단에 서서 말씀을 전하는 그의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더불어 그와의 대화는 “하나님이 다 하신다”, “전환의 신앙”과 같은 책의 저자이기도 한 그가 최근 빌립보서 강해를 토대로 저술한, “하나님의 부르심”(성서원)에 관해 기대를 갖게 했다. 앞으로 하나님의 새로운 부르심에 순종한 송태근 목사가 일구어 갈, 이 시대의 빌립보서를 기쁜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