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발표 및 종합토론을 하는 발제자와 토론자들. ⓒ이동윤 기자

(사)북한인권센터가 주최한 북한 종교자유백서 발간 기념 세미나가 14일 오전 9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렸다. 이번 백서는 북한의 종교정책과 종교자유 현황을 체계적으로 조사·분석함으로써 이에 대한 기초자료를 축적하고, 종교박해 예방과 구제수단을 개발하기 위해 제작됐다.

이날 세미나는 북한의 종교자유에 관한 주제발표 및 종합토론으로 이어졌다. 세미나는 김상헌 이사장(북한인권정보센터)의 개회사 이후 장은실 연구원(북한인권정보센터)과 윤여상 소장(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발제, 김종남 신부(영통성령성당)와 김규호 목사(기독교사회책임 사무총장)의 종합토론, 질의응답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장은실 연구원은 ‘북한의 종교현황과 종교정책’이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북한은 종교에 대해 부분적인 자유를 허용한다고 하나, 실질적인 종교의 자유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연구원은 “해방 후 북한 당국은 종교를 ‘아편’으로 규정하고 봉건시대의 낡은 잔재인 미신에 불과하다고 봤다. 김일성 역시 종교는 반동적이며 비과학적인 세계관이고, 믿으면 계급의식이 마비되고 혁명의욕이 사라진다고 생각했다”면서 “북한의 종교단체들의 활동은 순수하게 종교적 목적보다, 외국 종교단체나 국제기구로부터 원조를 이끌어내는 등의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장 연구원은 “북한이 종교를 해외지원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게 된 것은, 김일성 사망 후 악화된 식량난이 주원인이며, 북한 당국은 내부적으로 종교탄압을 함과 동시에 대외적으로 서방과의 관계개선과 외부지원을 위한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종교를 적극 활용한다”고 전했다.

윤여상 소장은 ‘북한의 종교자유와 박해 실태’를 발표하며, “탈북자 등을 대상으로 한 북한 주민들의 설문조사에서 99.6%가 ‘북한은 종교의 자유가 없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북한 지하교회 교인이 휴지에 베껴 쓴 성경. ⓒ이동윤 기자

윤 소장은 “북한에서 종교활동을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0.6%에 불과하고, 종교활동으로 체포될 경우 61.0%는 정치범수용소에, 12.0%는 교화소에, 2.6%는 노동단련대에 수감된다고 응답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종교의 자유는 인권의 핵심적 항목이다. 지금 북한에서 종교를 갖고 있고 종교적 활동으로 처형을 당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형제자매들은 구원자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종교인들과 전세계 종교인, 지식인, 그리고 인권단체들은 북한의 종교적 박해자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며 “그러나 기도와 인도적 지원 이외에 북한의 종교자유와 종교적 희생자 및 순교자를 위한 실천적 활동과 지원에 거의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한국 종교인들이 대부분 북한선교와 복음화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복음화 전략 없이 즉시적이고 열정에 의한 접근을 할 경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할 수 있는 선교의 방법과 전략, 중국 수준의 선교가 가능한 상황에서의 선교전략,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 수준의 선교가 가능한 상황 등을 구분하여 전략을 단계적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제발표 후 종합토론에서 김규호 목사(기독교사회책임 사무총장)은 대북지원에 있어 당근과 채찍의 전략이 있어야 하며, 무분별한 대북지원 실태와 부작용을 경계했다. 김 목사는 “북한과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 달라는대로 주는 굴욕적 구조는 더이상 안 된다. 지원에 앞서 북한의 종교자유 개선을 요구하며, 이것이 전제되는 조건에서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의 삶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