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다큐멘터리 <소명>의 주인공으로도 잘 알려진 강명관, 심순수 선교사가 안식년 차 시애틀을 방문했다.

독충들이 살을 파고 한낮 기온이 섭씨 4-50도를 웃도는 아마존 오지에서 온 강 선교사의 얼굴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또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에서 그동안의 수고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표정과 미소는 예전보다 더욱 환했다. 그의 얼굴에는 인생의 소명을 발견하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살아가는 자의 기쁨이 가득 담겨있었다.

강 선교사는 외국어고등학교 국어 교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내려놓고, 1999년 문명의 혜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마존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1백 여 명 남짓한 ‘바나와’ 원시부족과 생활하며, 이들에게 문자를 만들어 문맹을 퇴치하고 성경을 번역해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강 선교사 부부가 사역하는 바나와 원시 부족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부족 중 하나로 전체 인구가 100여 명 밖에 되지 않는다. 그곳에서 강 선교사는 인디오들과 동고동락하며, 언젠가 바나와 부족의 말로 번역된 성경을 그들이 직접 읽고 묵상하는 날을 꿈꾸고 있다.

현재 바나와 원시 부족을 위한 성경 번역 작업은 70%정도가 진행됐다. 남은 30% 번역을 위해서는 아직도 10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혹자는 ‘100명밖에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성경을 만드는 것 보다, 더 큰 부족으로 가서 사역 하라’고 충고 한다.

그러나 강 선교사 부부는 더 많은 사람, 더 큰 사역을 추구하기 보다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한 영혼을 살리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

한편 이들의 사역은 인디오들의 언어를 분석해 글을 만들고, 성경을 번역해 복음을 전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마존 밀림은 독사에 물리는 사람들을 비롯해 위협적인 독충, 모기, 악어, 퓨마 등 각종 위험이 난무하는 곳이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의료 혜택도 기대할 수 없는 열악한 지역이다.

강 선교사 부부는 인디오들 가운데 상처 난 사람이 생기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약을 발라주고 치료한다. 온 몸을 다한 헌신에 인디오들도 마음이 열리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는 통로가 열린다.

이들은 한동안 각 가정에 정수기를 설치하는 사역에 매진했다. 아마존 강이 우기가 되면 짐승의 배설물이 강에 흘러들어와 아마존 강물을 그대로 먹는 인디오들이 기생충 감염으로 많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미국 가정에 놓인 현대식 정수기는 아니지만, 강 선교사가 설치한 정글의 정수기는 기생충 감염에서 오는 사망으로부터 인디오들을 지켜낼 수 있었다.

또 선교 물품이 지원되면 원숭이와 거북이, 쥐, 뱀 등을 잡아먹으며 생활하는 바나와 부족에게 물물교환을 통해 골고루 나눠준다. 인디오들에게 자립심과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것도 강 선교사의 몫이다.

▲아마존 원시부족을 섬기는 강명관 선교사의 삶을 다룬 기독교 다큐멘터리 영화 <소명>의 한 장면


안정된 삶을 내려놓고 아마존으로 뛰어든 강 선교사는 남다른 신념을 붙들고 있다. 바로 ‘어떤 일을 만났을 때는 내게 좋은 것을 선택하지 말고, 옳은 길을 선택하라’는 교훈이다.

강 선교사는 “올은 일 일을 따라가다 보면 손해를 보기도 하고 때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후회하지 않게 된다”며 자신이 걸어가는 소명의 길을 설명했다.

“성경도 많이 번역했고 글과 찬양도 가르쳐주었으니 ‘이만하면 됐다’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마존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벌레에도 적응됐지만, 이제는 벌레도 없고 시원한 곳으로 가고 싶다고 기도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한복음 6장 67절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도 가려느냐’라는 물으심에 다시 한 번 결단하게 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길은 제가 찾아가야 하지만 옳은 길은 주님께서 인도하시니까요.”

초등학교 때 아마존으로 들어간 강 선교사의 아들 한솔 군은 이제는 어엿한 대학생이 됐다. 한솔 군은 언어를 공부하면서 아버지와 같은 선교사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한편 강 선교사 부부는 1월 26일까지 시애틀에서 머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