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일화가 있는 이민 목회 현장에서 두 번씩이나 교회를 개척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을 먼저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려드리며 감사를 드린다.

그레이스 라이프 한인교회를 다시 개척하기까지 많은 번민과 괴로움이 있었다. 수없는 번민과 갈등속에서 내 형편을 가장 잘 아시는 하나님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고, 나에게 있어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목양(牧羊)의 길을 다시 찾아 나서게 된 것이 천만 다행이다.

지난 날, 내가 선택한 일련의 상황이 실수로 보였고, 어리석었다는 자괴감, 나름대로 기도하며 선택한 올바른 것이었다고 자행자지(自行自止)해왔던 일에서 갑자기 당한 수모와 배신감이 나를 사로잡아, 분노와 절망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했었고, 이 파탄과 모멸감이 나를 계속 괴롭혔다. 사람과 세상을 보니 문이 닫히고 앞이 캄캄했다. 살아야 할 명분이나 이유가 없어보였다. 잘난 척 하더니, 낯이 뜨거워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보이는 것은 동아줄에 목을 맨 나 자신이었다. 높은 빌딩에서 뛰어내리고 싶고, 훨훨 타오르는 불 속에 뛰어드는 충동의 처절하고 처참한 모습 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상황을 반전시킬까? 어떤 방법으로 이러한 영적 공격을 피하고 마귀의 유혹을 파멸시킬까? 온갖 궁리를 하며 보내는 것이 하루의 일상이었다.

마치 도망하다 지쳐서 탈진된 모습으로 로뎀나무 아래 엎드려 “이만 하면 되었으니 차라리 죽여달라!”고 탄식과 절규를 쏟아낸 엘리야의 초라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처지와 상황속에서 실수가 없으시며 신실하신 나의 아버지 하나님은 내게 찾아오셔서 나를 어루 만지시며, 번민과 절망의 고통, 배신감, 모멸감, 자괴감, 체면의 어둠속에서 희망과 소망의 밝은 빛으로 내 등을 떠밀어 내셨다.

“일어나 먹으라”. 그리고 세미한 음성을 들려주셨다.
“힘을 내라. 내가 기뻐하는 일을 다시 시작해라. 내가 문을 열 것이다!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다.”

혹자는 조소섞어 말한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니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 교회를 개척한다.”고.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목회자는 양을 치고, 양들에게서 나오는 꼴로 사는 것이니… “곡식 떠는 소의 입에 망을 씌우지 말지니라(신25:4)”라 하였으니…
하지만… 이것도 내게 주신 하나님의 큰 은혜요 사랑의 돌보심이다.

그러나, 그레이스 라이프 한인교회는 성령에 이끌리어 광야에 복음을 전하려 간 한 사람 빌립처럼, 큰 기쁨의 주인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전파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교회이다. 모든 닫혀지고 막혀진 상황과 환경가운데서 하나님이 성령의 인도로 열어 두신 좁은 문으로 나가, 한인교회가 필요한 깊은 곳에 아름답게 세워지는 하나님의 교회임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불모지 같은 환경에서 그레이스 라이프 한인 교회 첫 예배를 드리는 이 날, 다시한번 목회자의 마음은 확정되고 확정되어 있으니 이 교회를 통해 많은 영혼들이 구원을 받아 살고(구원의 삶), 하나님의 은혜를 선물로 누리며 살고(은혜의 삶), 하나님의 자녀된 삶을 몸으로 실천하며 신실하게 살기(헌신의 삶)를 간절히 소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