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장신대와 예장 통합측)가 정체성을 찾아 많이 방황하던 시대가 있었다. 좌(진보)인가 우(보수)인가. 그 때 故 이종성 박사님께서 ‘우리가 갈 길은 성서적이고 복음적인 신학이다’라고 하시며 신학의 정체성을 정립하셨다. 제자들이 그의 가르침을 따랐다. 그렇게 고인은 통전적 신학의 기초를 놓으셨다.”

고인의 제자였고 오랜 세월 그와 함께 삶을 보낸 손인웅 목사(덕수교회)가 전한 말이다. 손 목사는 26일 오후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김명용 박사)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열린 ‘故 이종성 박사 1주기 추모예식’ 설교자로 나서 고인의 삶을 회고했다.

손 목사는 “이종성 박사님은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 정립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오셨다”며 “고인께서 가르친 그 신학과 신앙이 이후 통전적 신학이라는 것으로 발전해 교단의 신학적 기초가 되었다. 통전적 신학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는, 가장 바른 길, 가장 바른 신학을 지향하는 고인의 핵심 사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제자들이 그의 통전적 신학을 발전시켜 한국의 신학을 세계에 수출하는 역사를 이뤄나갔으면 좋겠다”며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세계적 석학, 많은 후학들을 길러내신 스승은 비록 하늘로 가셨지만 우리는 그분의 뜻을 계승해 신학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더욱 드러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 목사는 고인의 신학적 업적 뿐 아니라 그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며 느낀 그의 인간적 면모 또한 간증했다. 손 목사는 “그로부터 삶에 대한 교훈을 많이 얻었다. 그는 강단 위에선 매우 엄격하고 열정에 차신 학자셨지만 강단을 내려오면 한없이 온유했고 인간미가 넘치셨다”며 “그를 지켜보며 신앙과 인생, 그리고 학문하는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故 이종성 박사 1주기 추모예식 및 제회 춘계신학강좌가 서울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김진영 기자



감사의 말을 전한 장신대 총장 김명용 박사는 “이종성 박사님은 신앙과 신학에 분명한 중심이 있으셨지만 가슴은 넓으셨다. 그래서 많은 제자들을 길러내셨다”며 “지금 우리 교단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장신대가 고유의 신학으로 이름을 떨칠 수 있는 것도 그의 헌신적 노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배 후에는 그의 호를 딴 제8회 ‘춘계(春溪)신학강좌’가 진행됐다. 첫 발제자로 장신대 김도훈 교수가 ‘춘계 이종성 박사의 생애와 신학’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 역시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을 정립한 고인의 신학적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김 교수는 “장신대의 교육이념인 ‘에큐메니칼 정신에 입각한 보수신앙’은 이미 그가 학감으로 있던 1968년 3월 29일 이사회의 만장일치 결의로 천명된 바 있다”며 “에큐메니칼과 보수신앙은 성서적 복음주의 안에서는 결코 대립적 개념이 아니다. 춘계는 보수주의도 포기하지 않았으며, 에큐메니칼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인은 1959년 장로교교단의 분열을 매우 아쉬워했다. 이유야 어떻든 이 분열은 결국 통합측의 신학적 노선의 정립을 요구하는 사건이었다”며 “분열 이후 소위 ‘보수정통신학은 합동측에서 가져갔고 신정통주의는 기장이 가져갔으나 통합측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비평이 있음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단호하게 본 교단의 신학적 입장이나 노선은 언제나 분명했다고 단언한다”고 말한 김 교수는 “본 교단의 신학에 대해 그는 ‘장로교회의 특징을 살리면서 타 교파와의 연합 사업을 추진해 온 통합측의 신학은 한국 에큐메니칼 정신의 모체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해명하고 있다”며 “현재의 장신대와 통합측의 신학은 춘계의 신학과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